이명식

물이 빠져나가니까 씁쓸하다 속을 다 보여주고 나니까 그래 후련 하더냐 더러 갈증을 부르는데 옆으로 걷는 바닷게와 갯지렁이 낚시 밑밥을 맛본 망둥이가 급한 몸짓이다
바닷가에 가면 사막을 거니는 오래된 쌍봉낙타처럼 등 움푹 파인 갯바위를 볼 수 있다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건너온 쌍봉낙타 등에는 끈끈한 해초들이 자라고 소라, 고동 같은 것들이 딱딱한 갑옷을 걸치고 힘주어 발 딛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자맥질로 촉촉한 피부를 가꾸기도 하고 번 듯이 모래톱에 드러누워 몸을 말리기도 한다

강태공은 튼튼한 쌍봉낙타 등에 올라타 짠물에 낚시를 드리우고 철썩철썩 바다의 노래를 낚아 올린다 갈매기는 물결에 맞춰 고전무용을 춘다 나는 꺼억 한숨 게워놓는다 이윽고 해조음 내 시름을 끌어 안는다

물빠진 갯바위 그저 지나치는 낯선 발소리에 밤이 젖는데도 그래도 횃불 하나 밝혀 드니 이제 좀 섭섭한 맘 가시더냐 까만 밤 뭔가 눈에 들더냐 마음껏 짠내 훔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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