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주

시내에 나와 
지인 사무실에 앉아있으니 집에서 전화가 온다
장에 나가 고등어 두 손 사오란다
누구 명인데 거역하리
빗속에 장바닥으로 나갔다
동해바다에서 금방 건진 명태가 꼬리를 살랑살랑~~
지금은 요런 그짓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 오일장은 물 넘은 명태마냥 두 어깨가 축 처져 기를 쓰지 못 한다

언제부터인가 등 푸른 고등어가 인기 끄는 밥상손님 되었다
일본원전 사고 이후
우린 뱀처럼 등바닥이 얼룩덜룩한 노르웨이산 고등어만 산다
까마득하게 멀리 하얀 사람들만 사는 곳에서 온 녀석
고등어만은 우리 것이 피부가 희고 고운데 난 그놈을 산다

전에 물건 사는 법 배운대로 여기저기 발품팔고 다닌다
젊어선 장바닥에서 멸치 하나 못 샀는데 나이 먹으니
다른 덴 힘 빠져도 피부는 억세지고 얼굴도 두꺼워졌다
만 천원에 고등어 두 손 샀다

너 땜에 오늘 저녁밥 먹기 당당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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