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주

정지용이 태어난 옥천에서 문학 활동을 한다는 것은 선택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랑할 것을 찾는 지역사회가 눈을 부릅뜨는 지금, 정지용이란 걸출한 시인을 안고 사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지용만큼은 못 되더라도 닮아가려고 노력만 해도 어느 정도는 이루지 않을까.

옥천에도 문학동아리들이 많다. 옥천문인협회 말고도 나는 문정문학회라는 문학 공부하는 모임에도 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문학의 열정을 마음껏 불타오르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이와는 걸맞지 않게 후발주자여서 그런지 내가 이걸 취미활동 쯤으로 마음을 갖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많다.

어느 것에건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내가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위에 얘기와 반대로 진정 미치지는 못 하고 있다. 첫째는 나이가 문제이고, 둘째는 아는 게 없다는 것이고, 셋째는 그릇이 작다는 것이다. 이 모든 걸 뛰어넘자니 남보다 배는 힘들다. 둘째 번 아는 게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올해 육년 째 문학회에서 글 쓰는 공부를 하고 있다. 아마 나는 글쓰기를 놓을 때까지 이 노력은 계속할 것 같다.

정지용이 태어난 고을에서 하필 내가 글쓰기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잘 들어맞았다는 생각으로 긍지를 가져야겠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진정 행복한 일이다. 내가 즐기는 일을 할 때처럼 좋을 때는 없다. 인생 후반기를 이 즐기는 일로 풍성히 가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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