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분(87, 옥천읍 문정리) 시니어기자
김학분(87, 옥천읍 문정리) 시니어기자

또 글을 쓰려고 책장을 뒤적거린다. 책에서 씨앗을 찾을 요량이다. 어느 책을 보니 시처럼 문체가 아름답고 솔직하고 담백해서 좋다. 시원하고 달콤한 키위 샤베트 맛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김이옥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누구의 글을 응용하거나 본뜨지 말고, 자기 생각, 자기 마음으로 적나라하게 진실하게 쓰라 하셨다.

그러나 나는 아직 요량이 부족하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망설여진다. 그래서 기자단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글을 쓰려고 할 때마다 곤욕이니까. 그러나 대표님 때문에 나가야 한다. 집도 데려다 주시고 누님처럼, 엄마처럼 대해주니 고마워서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러니 글을 잘 못 써도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나이(87) 먹도록 내 놓을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그 간의 지식과 감성을 다하여 써보려고 한다.

붓가는 대로 무형식으로 써본다. 엄연히 문학의 장르가 있는데 능력이 없으니 내게 교만이 있다면 다 내려놓고 가장 겸손하고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임해 보려 한다. 

글의 가치는 내 속에 많은 영향을 준다. 마음의 안정도 준다. 남편 소천하시고 삼년째인데 특히 잠을 못 자서 애를 먹었다. 잠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수면제를 사다놓고 먹고 자느냐 그냥 자느냐 누가 이기나 내기를 하다 사흘만에 자게 되고 이제는 정상이 되었다. 잠을 잘 자는 것도 복이며 보약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잠이 보배인 것을 실감하다 잠을 못 자면 머리가 아프고 어질어질 어지럽고 밥맛도 없어지고 모든 일에 의욕도 없고 좋은 일이 없고 재미가 없다. 느려지고 권태감만 쌓인다. 그러면 우울해지고 슬퍼져서 울고만 싶다.

이 괴로웠던 것이 잠만 푹 자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경쾌하고 살 맛이 난다. 부러울 것도 없고 개운하고 쌈박해진다. 그럼 책을 오래 볼 수 있어서 제일 좋다. 책(수필, 성경)은 내게 풍부한 정서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정현 산문집 ‘순수한 흔적’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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