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청주에서 약 2시간 남짓 걸리는 남당항으로 이동해서 점심을 먹었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바닷물이 저만치 밀려 나가 갯벌만 보인다. 잠시 후 다시 바다를 보니 어느새 물이 거의 다 차 올랐다.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시간대인가 보다. 시계가 거의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이곳이 홍성인 것 같은데 ‘보령수산협동조합’이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진 건물이 보인다. 음식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홍성이 맞는데 왜 보령이라고 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단다. 

다시 약 15분 정도 떨어진 만해(卍海)생가가 있는 곳을 찾았다. 생가는 초가지붕을 새로 이엉을 올려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앞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집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칸’을 방 하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건축에서 칸이란 기둥과 기둥 사이를 말한다. 그래서 이 집은 방 하나에 부엌 하나인 우리 서민들이 살던 집 모양새이다. 

집 방문 위쪽에 ‘편액’(나무 판에 글씨를 쓴 것)이 걸려 있다. ‘輪大法傳' 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것을 한글 읽는 방식으로 윤대법전이라고 읽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니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함은 당연하다. 문제는 모르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먹고 마시는 데만 재미를 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야 한다. 즉 ‘전법대륜’이다. 그 뜻은 불교의 법을 큰 수레바퀴 굴러가듯 전파한다는 뜻이다. 이 글자를 수덕사 원담 스님이 쓴 것이라고도 하고, 만해 자신이 쓴 것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것이 옳은 지는 알 수가 없다. 좀 더 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1992년에 생가를 중심으로 복원 작업을 했다고 한다. 박물관도 세워져 있어 자료들을 볼 수 있다. 이 일대는 무궁화 나무로 가로수를 심어 놓았는데 꽃과 잎이 다 진 계절이라 가지만 남아 있다. 애국을 한 인물에 알맞은 나무를 심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해의 본명은 한정옥, 홍성 출신이다. 용운은 법명, 만해는 법호이다. 즉 불교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만(卍)’자는 불교에서 행운과 길상, 즉 좋은 것을 의미한다.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츠(Hakenkruz),’ 이것을 갈고리 십자가 또는 게르만 십자가라고도 부른다. 만자를 우측으로 45도 돌려 놓은 모양이다. 좀 더 시대를 올라가면 인도의 고대 토기 유물이나 심지어는 그리스 토기에서도 만자 모양이 새겨진 것을 만날 수 있다. 이것에 대해서 태양의 상징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기회가 될 때 이러한 도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만해는 대처승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두 번 결혼 했다는 것을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 부인에게는 아들 보국이 태어났고, 두 번째 부인에게서 딸 둘이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를 찾아 서울까지 온 아들을 만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룻밤 재우지도 않고 먼 길을 온 아들을 내칠 정도로 아주 엄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 이에 반해 딸에게는 자신의 말년까지 함께 했다고 한다. 

만해는 독립을 위해 많은 애를 쓴 인물이다. 자신을 일본 경찰이 체포해 조사를 하자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대요’라는 글을 써서 1919년 7월 10일 일본 검사의 심문에 대한 답변으로 제출했다고 한다. 이 글은 11월 4일 독립신문에 발표가 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 외에도 ‘농산의 앵무새’, ‘추회’, ‘증벌’ 이런 글들은 생소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님의 침묵’ 외에도 많은 글을 남겼는데, 나는 그 가운데 유난히 다음의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추회(秋懷)
보 구하다 빈 칼집 옥중신세 지겨운데
이겼다는 기별 없고 풀벌레만 우는구나
또 다시 가을 바람에 백발신세 늘어가고

짧은 글이지만 일본과 싸우며 독립을 이루려는 절절이 애타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여기서 ‘보 구하다’라는 말을 오늘날 잘 쓰지 않는 것이라 찾아 보았다. 남이 해 준 대로 나도 그대로 해 준다는 뜻으로 되어 있다. 유익한 하루였다.

고향을 사랑하는 열정으로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옥천학 연구소 소장님과 회원 여러분께 답사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초대해 주셨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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