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3월 학기가 시작되어 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 다시 교정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새로 지어진 건물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모두들 좋아했다. 새 교실은 지어졌지만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길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기독교 학교라 ‘채플’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자리도 지정되어 있어서 빠지면 결석이고, 몇 번의 결석은 곧 학점 미달로 처리하게 되어 있었다. 

사실 처음 입학해서 시간표에 채플이라고 인쇄된 것을 보고, 무슨 시간인지 몰랐다. 참석하고 나서야 예배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교회는 ‘처치’(church)라고만 배웠기 때문이다. 신앙심이 깊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대부분은 일주일에 세 번씩이나 들어있는 이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지옥시간’이라고 불렀다. 

아무튼 새 건물에서 채플이 있는 강당까지 가는 길은 우리들에게는 그야말로 멀고도 험난한 길이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돌들이 이곳 저곳에 튀어 나와 걷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싫어하는 시간에 길마저 편치 않았으니. 그래서 이 길을 ‘골고다의 언덕’이라고 부르며 불평을 쏟아냈다.

거기다 온통 진흙으로 신발에는 질퍽한 흙덩어리가 달라 붙어 꼴불견이었다. 왜 장화를 사서 신을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비싼 구두에 붙은 흙을 처리하느라 새 건물 화장실에 늘 와글 와글 거리며 난리법석을 떨었다. 물과 화장지를 엄청 써 댔다.  ‘60년대 당시로서는 화장지가 비쌌기 때문에 각자 한 롤의 화장지를 사서 학교에 내라는 명이 떨어졌다. 

공부에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겉치장에 집중했던 것이다. 골고다 언덕을 한 번 오른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으니, 매일 이 언덕길을 걷고 있는 우리는 분명 부활 할 것이라며 낄낄거리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이처럼 웃음으로만 넘긴 것 같은 밑거름들이 각자의 마음에 자리 잡아 가정과 사회에 그리고 국가와 세계 곳곳에서 그 향기를 펼치고 있는 많은 친구들이 태어났다. 모두가 자랑스럽다. 우리는 오늘도 마음의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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