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10월의 시골길은 보기만 해도 눈과 배가 호강한다. 

아침 새벽길을 걷노라면 여기저기 떨어져 배가 터진 안타까운 녀석들이 보인다. 살포시 떨어져 예쁘게 놓여있는 것들. 보기만 해도 입가에 침이 돋는 홍시들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거리에 자판을 깔아놓았다.

도시에 살면 마트나 백화점에서 예쁘게 상품으로 포장되어 팔려나갈 홍시 들이다. 그런데 시골길에 떨어져 널려있는 홍시 사려는 사람 없고 팔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깔려있다. 

혹시나 밟을까 봐 조심스럽게 지나치다 아까워 되돌아 비닐 주머니에 금세 하나 가득 담아 왔다. 차에 싣고 오다 터진 것들은 우리 집 개 2마리에게 주었다. 나무에 달려 잘 익어 떨어진 것이라 달고 맛있어 꿀맛이 따로 없었다.

이렇게 감이 다 떨어지는데 왜? 곶감은 만들지 않고 감나무에 감들을 그냥 둘까? 이것은 내 생각이었다. 곶감을 만드는 시기가 아니기에 일찍 익은 감들이 떨어지던 말던 그냥 둔다고 한다.

기온이 어느 정도 차가워져야 곶감이 된다고 한다. 그 전에 곶감을 만들면 홍시처럼 물러지기 때문이란다.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면서 시골 생활에 하나씩 하나씩 젖어 들고 있다.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올 때쯤이면 집집마다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서로 부대끼며 달려있는 껍질 벗긴 감.

부럽다. 나도 저렇게 곶감을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으로만 지나쳤던 일이 생시로 이루어졌다.

어느 날 지인이 집으로 가지고 온 한 박스의 감. 

수요일은 일정이 제일 바쁜 날이다.  

오전에는 문정 문학회에 가야하고 오후에는 서원대학교에 가는 날이다.

늦은 시각에 집에 오면 피곤하여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니 생감을 깎고 있었다. 팔을 걷어붙이고 늦은 시간까지 껍질을 깎아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껍질 벗긴 생감이 우리 집 창고 처마 밑에 대롱대롱 달려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나도 몰래 피식 행복한 미소를 띤다.

어릴 때 앞마당 뒷마당 감나무에 감꽃이 피어 떨어지면 감꽃을 주워 실에 꿰고 목에 길게 걸어 진주목걸이 하여 한 알씩 떼어 먹었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이라 어느 한 가지 버릴 것이 없었다.

감이 미처 익기 전에 알 굵은 것들이 떨어지면 엄마는 항아리 속에 소금을 뿌려서 절구어 놓았다가 얼마 정도 지나면 끄집어내어 주시던 절인 감 맛. 짭쪼롬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묘한 맛. 

지금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맛. 엄마의 사랑 맛이다.

감나무는 정말 우리들에게 깊은 애정과 추억이 가득 밴 나무다.   

이즈음엔 수십 가지 잎차들이 많아졌다. 특히 감나무잎으로 감잎차를 만들 감기에 좋다. 뼈 건강과 혈액순환, 성인병과 면역력을 강화해준다는 둥 좋다 좋다가 난무하는 먹거리의 시대.

무엇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지금 바이러스와의 전쟁 속에 변함없이 내어주는 자연의 사랑을 느끼며 늘 감사하며 오늘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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