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 로 본 헐리우드의 노동에 관한 태도
능력주의와 경쟁에서 탈산업화와 여유로움으로

머니볼 포스터
머니볼 포스터

베넷 밀러 감독은 1998년에 다큐멘터리 <뉴욕 크루즈>로 데뷔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 편의 극영화를 연출했는데요. 특이하게도 모두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합니다. 데뷔작 <카포티>는 시나리오 작가 트루먼 카포티를, 두 번째 작품 <머니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을, 세 번째 작품 <폭스캐쳐>는 미국의 재벌 존 듀폰을 하고 있습니다.

베넷 밀러는 데뷔 24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네 편의 작품만 연출했다는 건 특이한 사실인데요. 소문에 따르면 소재와 영화 완성도에 대한 완벽주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아시스님은 미국 리얼리즘 계열의 거장인 마틴 스콜세지와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을 잇는 거장이 아닐까 하며 다음 작품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머니볼>의 첫 장면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가장 부자 구단 뉴욕 양키스의 메이저리그 디비전 시리즈부터 시작합니다. 참고로 양키스는 양키스 제국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엄청난 자본으로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망주들을 빨아들이는 사르가소 바다 같은 존재입니다. 

‘유 퐈이야!’는 실력으로 평가받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비일비재하게 동원되는 문장입니다. 야구의 실력이든 아니든 종합적인 능력에 따라 몸값이 출렁이고 팀에 소속되거나 해고되죠. 영화 <머니볼>은 비합리적인 구단 운영에 반기를 들고 과학적인 통계 분석으로 가난한 구단의 신화를 이뤄낸 ‘빌리 빈’ 단장의 경영방식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는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고, 구단의 개혁을 위해 거칠게 밀고 나갑니다. 그 모습이 마치 그 트라우마의 발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력한데요. 합리적인 의사 수렴 없이 구단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손을 들지 않는 직원들에겐 ‘유 푀이야!’를 날리는 태도가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또한,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프로야구선수는 시즌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아침에 트레이드나 계약해지를 하게 되면 저녁에 다른 팀으로 떠나거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 능력과 경쟁에서 탈산업화와 여유로

‘유 퐈이야!’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되는 단골 대사입니다. 직장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는 꼭 한 장면씩 부록처럼 끼어있는데요. 그동안 전혀 불편하게 보지 않았고 오히려 ‘유 퐈이아!’를 외치는 갑질이 심지어는 멋있게 보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유 퐈이야!’ 의 대상이 밉상인 캐릭터일 경우엔 통쾌감을 경험하기도 하죠.

하지만 그 통쾌감 뒤에 절차를 무시한 해고의 손가락질이 얼마나 찝찝하고 불공정한지는 잘 느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유독 헐리우드 서사의 중심에는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한 성공의 인물들이 늘 단골이었고 패자의 이야기는 찾기 어렵죠.

산업화와 개발의 시대를 거친 우리나라도 지독한 경쟁 구조 때문에 성공 강박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도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보여준 ‘패자의 품격’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죠? 금메달을 따지 않으면 죄인처럼 취급받거나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조아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승부에서 밀려나도 상대방에게 잘했다고 엄지척을 날립니다.

아직도 성공의 강박이 지배하는 산업화의 그늘에 있지만, 생존이 아니라 존재를 지향하는 탈산업화 세대의 여유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근 올림픽 구호가 바뀌었습니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에 ‘다 함께’를 더했죠.

머니볼 스틸컷
머니볼 스틸컷
머니볼 스틸컷
머니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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