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황금들녘의 파도치던 너울은 갈바람의 유혹에 몸을 실어 미련도 없이 날아가 버리는 철새마냥 휑하다. 갈바람이 남겨놓은 흔적들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벽에 걸린 10월의 달력 한 장을 떼어내니 12장의 달력이 말없이 지나간 시간을 말해주듯 어느 사이 한 장의 달력만 달랑거리며 남겨져있다. 

농촌의 일손은 한 모금 찻잔의 여유에 계절을 담아 마시며 다가올 님을 기다리는 맘으로 흙을 다독이며 일구고 퇴비로 그동안의 노고에 영양보충을 해 준다. 자식을 돌보듯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땅에게 전하는 사랑 없이는 거저 내어 주지 않음을 귀농 2년차에 또 다시 배웠다.

땅에는 그저 심기만하고 가만히 있으면 꽃피고 지고 열매가 맺히는 자연의 이치로만 알았었다. 그들이 아파하며 살찌고 많은 결실을 선물하는 것에 대한 이치는 무한대 인줄로 착각 했었다.  

자식들이 생각하는 부모들은 언제나 모자람을 채워주는 것이 부모의 사랑인 줄 알고 있다. 땅은 사랑을 베풀면 더 많은 사랑으로 우리에게 결실을 한 아름 넘쳐나게 가슴 가득 행복으로 안겨준다. 

꽃 한 송이의 탐스러움은 우리들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을 알게 한다.
그 한 송이에 임을 그리고 온갖 곤충들의 속삭임으로 눈을 호강하게 만든다.
뻥 뚫려버린 들녘의 여명은 농촌의 기쁨과 아픔을 다독이며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많은 메시지를 오늘도 나에게 전하고 있다.

안개 가득한 도로를 달리노라면 온갖 색색으로 아름답게 물든 단풍들이 뽀얀 안개 속에서 귀농 빵빠레 빗발치는 환호를 받는 갈바람의 혼돈에 나도 몰래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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