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참 많이도 변했다. 나도, 내 고향 옥천도. 장날만 되면 발 디딜 곳 없이 북적이던 시장은 상가들이 차지했고, 진흙밭이던 금구천엔 주차장이 들어섰다. 치열한 열정을 가졌던 91년 젊은 나도, 옥천을 따라 많이 변했다.
옥천에서 나고 자라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이른 나이에 결혼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인생의 초점을 생업에 맞추니 자연스레 사진은 흐려졌다. 딸아이들을 모두 대학에 보낼 때가 되니 그제야 다시 사진이 보이더라. 거창한 카메라도 필요 없었다. 핸드폰으로 옥천을 담고, 소박한 목표를 세웠다. 내 세월을 담은 사진집을 내보자고. 
그러다가 좋은 기회가 왔다. 작년에 충북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개인전 ‘환생시리즈’와 ‘옥천愛 머물다’를 열었다. 그리고 10월19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서 옥천의 향수를 담은 사진전 ‘시간의 풍경’을 열고 본인의 첫 사진집을 냈다. 
세월이 옥천이니 옥천을 전시했다. 1991년 당시 사진영상학과 학생이던 서상숙(52, 옥천읍) 씨가 대학 과제로 받은 주제 ‘고향’의 사진을 제일 먼저 전시관 입구 옆에 걸었다. 젊은 날의 열정이 담겨있던 흑백의 사진과, 다시금 타오른 지금의 열정이 만나니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91년의 옥천과 지금의 옥천을 같은 자리에서 찍어보고, 그 향수를 사진에 담았다. 그게 이번 전시회의 제목 ‘시간의 풍경’의 부제가 ‘향수(鄕愁)’인 이유다. 길가에 있는 주인 없는 의자, 한 그루 나무도 전부 옥천의 세월을 담고 있었다. 그 30년의 세월을 모아 꿈이던 본인의 사진집을 내고, 심사숙고한 60여점의 사진을 전시하며 개인전 ’시간의 풍경’을 연 서상숙 작가를 만났다.   

 

“존재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름다운 꽃이라도 버려지면 그건 가치가 없는 거예요. 그 모습을 필름에 담고, 그 가치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게 바로 사진을 찍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존재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름다운 꽃이라도 버려지면 그건 가치가 없는 거예요. 그 모습을 필름에 담고, 그 가치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게 바로 사진을 찍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 모든 것엔 저마다의 존재가치가 있다. 

‘시간의 풍경’ 사진전엔 91년의 옥천과 30년이 흐른 지금의 옥천 사진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바로 왼편에는 사진집의 표지인 ‘91년 옥천역 하행선’ 사진이 걸려있고, 그 옆으로 서상숙 작가가 대학시절 과제로 찍은 고향 옥천의 사진들이 흑백 필름으로 기록돼있다. 그 맞은편엔 서 작가의 일상 속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옥천의 일상 사진들이 걸려있다. 집 앞에 놓여있는 화분부터 나무와 시장 사람들까지 그에겐 모두 소중한 가치를 지닌 피사체다. 

“이번 사진전의 큰 주제는 일상적인 것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거예요. 30년 전 옥천의 모습들과 현재의 옥천 사진을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사진을 골라서 전시했죠”

서 작가의 말대로 전시된 사진들을 보다 보면 관람객들은 같은 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는 예전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것들을 담고 싶었다고. 

“예전에는 공판장이라고 해서 시장도 사람이 붐볐죠. 금강 휴게소에 있던 작은 다리도 없어졌고요. 제가 어릴 적에 시장 동네에서 컸는데, 지금은 동네가 다 없어지고 주차장이 됐어요. 제가 기억하는 흔한 일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했는지 전시하고 싶었어요”

■ 사진은 감정을 찍는 것, 그리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

사진은 내가 느꼈던 그때의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다.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상관없다. 그 상황을 인식하고, 느낄 수 있는 눈과 마음만 있다면 뭐든 찍을 수 있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저는 존재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말이 참 좋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름다운 꽃이라도 버려지면 그건 가치가 없는 거예요. 그 모습을 필름에 담고, 그 가치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게 바로 사진을 찍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번 사진전에도 서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옥천을 주제로 한 만큼, 옥천을 향한 서 작가의 애정과 향수를 가득 느낄 수 있다. 

“전시회에 오셨던 분들 중에 모녀가 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엄마때는 옥천이 이랬어’ 하면서요. 엄마의 시간과 딸의 시간이 제 전시회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걸 느꼈는데, 제 의도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 3대째 이어져온 사진의 DNA, 딸과는 30년 선후배 사이로

피는 못 속이는지, 이번에 서 작가의 막내딸도 같은 대학 패션사진학과에 진학해 30년 선후배 사이가 됐다. 윗대의 할아버지도 사진을 했으니 3대째 사진 작가를 배출한 사진 집안이다. 

“이번에 막내딸이 제 후배가 됐어요. 제가 91학번이고 딸이 22학번이니 30년 차이 선후배네요. 제 윗대 할아버지도 사진을 하셨으니까 정말로 저희 집에 사진의 유전자가 있나 봐요”

서 작가는 91년도 학교 과제를 위해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을 때의 모습을 딸에게서 보고 있다. 그것도 어쩌면 서 작가의 ‘시간의 풍경’이 아닐까. 

“무거운 카메라를 매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대견해요. 제가 디지털 세대가 아니라서 가끔 딸이 모르는 걸 알려주기도 하고요. 딸이 요새 사진 트렌드도 잘 알고 있어서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기회가 되면 엄마와 딸의 사진 전시회도 해보고 싶어요”

서상숙 작가는 항상 사진 생각뿐이다. 벌써 내년 예정인 사진전의 주제도 생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사진전을 준비하는 그 시기가 휴식이라는 서 작가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어떤 ‘풍경’을 만들지 기대해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서상숙 작가의 개인전 ‘시간의 풍경’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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