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봄의 왈츠가 시작되면 뭔가 새로운 기운이 막 솟아올라 주체하기 어렵다. 스쳐간 냄새는 아스라이 사라지고 연두색은 초록옷으로 아름다움은 잠시 살갗이 타들어가는 뜨거움으로 다가온다. 

계절은 그 빈틈에도 자기들의 임무를 소리 없이 다 하고 있음을 알리는 가을, 우리가 다 아는 만추의 계절이 왔음을 들판이 알려주고 밭에서는 뿌리작물들이 숨쉬기 어려우니 빨리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고 얼굴을 내민다. 

호미로 캐보니 땅콩은 산짐승들이 반은 다 파먹고 양심은 있어 반은 남겨주어 고맙다. 하지만, 작년보다 모종을 두 배나 심고 많이 달리라고 땅 둑도 높이 쌓아 올렸는데 속이 쓰리다. 

고구마는 잎이 무성했기에 혹시나 기대하며 팔이 아프도록 열심히 땅을 팠는데 헛웃음만 가득. 이웃 지인에게 나눔하고 남은 것은 겨울에 난로용 군고구마로 대비 창고에 저장했는데 아무래도 모자라서 구입을 해야겠다.

인디언감자는 풀이 잠식해 버렸고 하늘마는 넝쿨이라 아직 달려있다. 
‘시작이 반이다’ 여기에 귀농하여 농촌 생활을 하면서 더더욱 실감나게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언어 자체가 자식 아니 동, 식물 모든 생명체에 해당됨을 일흔이 넘어 새로운 이치에 내 발걸음이 멈추어 걸음마를 시작하는 기분이다. 
몸도 마음도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산다는 이치가 정말 어렵다.

사춘기 소녀마냥 삐치고 화내고 깔깔대며 멈추지 않고 달음박질치며 허우적거리는 걸음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게 언제 나에게 들이닥쳐 올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꼿꼿하게 내 자리를 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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