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세대, 일상을 주로 다룬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
추석 즈음에 보면 좋을 [동경 이야기], [오차즈케의 맛] 등

 방송을 녹음 중인 오아시스님
방송을 녹음 중인 오아시스님

여러분들이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일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나 영어권 영화에 비하면 볼 기회가 드문 것 같은데요. 그나마도 주로 명절과 연휴에 가족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마니아층이 있는 애니메이션이죠. 극영화는 더욱 접하기 어려운데요. <드라이브 마이 카>가 입소문을 타며 7만 관객을 돌파한 것도 대기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일본의 오래된 영화들은 더욱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은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집에서 느껴지는 평온한 분위기, 그 속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세대와 관계에 관한 갈등, 서로 충돌하는 부모의 관점과 자녀의 관점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 즈음에 보면 더욱 흥미롭죠.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는 하나의 장소로 귀결한다. 그곳은 집이다. 말하자면 오즈에게서 접히고 놓여진 집은 하나의 우주이다. … 그러나 그 안에서 하여튼 살아야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오즈는 그 슬픔을 찍는다. 그러므로 그에게 결국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정성일, 정우열)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평론집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도 있지만 갸우뚱한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오즈를 논평한 부분에서, 오히려 슬픈 삶을 견디고 있는 것은 정성일 자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의 평론에 출몰하는 어두운 기운과 디스토피아적인 전망과 엄숙주의를 생각하면 말이죠. 어쩌면 그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정서는, 관객의 마음의 거울일 지도 모릅니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 따뜻하고 쓸쓸한 가족의 삶을 다룬 오즈의 영화들 

오즈의 카메라만 보면, 독특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보통 영화는 인물의 앞모습에서 묘사되는 표정과 몸짓을 담으려고 하죠. 하지만 그의 영화에선 등장인물이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있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가 인물을 끌고 가지 않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인물과 함께 공간을 살아 숨 쉬는 존재로 그려갑니다. 마치 장소마다 은은한 밑줄이 쳐져 있는 듯이 말이죠.

물론, <동경 이야기>를 보면 정성일의 말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히라야마 부부는 도쿄에 있는 자녀들을 만나고자 열흘간 여행을 떠납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안 그래도 바쁜 일상이라 서로 떠넘기기 급급하고, 전쟁에서 행방불명된 셋째 아들의 아내 노리코만 친절하게 함께하죠. 부부의 막내딸 쿄코는 불합리함을 느끼지만, 올케언니인 노리코는 말합니다. ‘다 그렇게 변해가는 게 아닐까요’라고.

세상에 나온 지 60년이 훌쩍 지난 그의 영화들이지만, 어쩌면 영화를 만들어갈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걸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사실과 영화는 다르다는 것을요. 보통 영화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어떻게든 길게 담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오즈의 영화에선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자극적임과 진부함을 넘어 무엇을 다룰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오아시스님과 함께 영화의 은밀한 매력을 알아보는 시간. 다음 주에는 같은 방송이 송출됩니다. 104.9mhz와 옥천FM 앱, 유튜브 OBN 다시보기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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