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 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물 길어 오너라. 너희집 지어 줄게” 어린 시절의 동요가 생각나서 흥얼거려 본다.

많지는 않지만 양봉을 소일겸 하고 있다. 어느 봄날 이른 아침에 커다란 두꺼비 한마리가 벌통 앞에 앉아서 벌통에서 나오는 녀석들을 긴 혀로 날름날름 잡아 먹고 있었다. 처음엔 신기했다. 어떻게 침이 있는 벌을 잡아먹지?

갑자기 생긴 일이라 당황하면서도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이 녀석 아침만 되면 어김없이 벌통 앞에 앉아서 벌들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었다. 

핑계낌에 둥실봉의 한반도 지형 사진도 찍을 겸해서 두꺼비녀석을 잡아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트렁크에 싣고 둥실봉 부근의 숲속에 놓아두었다. 한반도 지형이 보이는 데크에 올라가서 영월의 한반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신기했다. 사진도 찍고 주변을 다시 와야겠다 미련을 남긴 채 그 주변을 차로 한바퀴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일 없이 한달쯤 지난 뒤 또 다른 두꺼비 녀석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집 부근 하천 근처에 놓아주었다. 가끔씩 다른 녀석들이 나타날 때마다 집에서 떨어진 곳에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2년이 지난 지금은 우리집이 아예 두꺼비 천국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저녁 8시경이면 어디 있다가 나타나는지 5~6마리들이 마당과 전봇대 아래에서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다. 

밤마다 궁금하여 녀석들이 나타나는 시간에 마당으로 나가보면 어김없이 부동자세로 있다가 눈앞에 움직이는 곤충들이 나타나면 그 큼직한 몸뚱이가 갑자기 날쌘돌이로 변한다. 

밤이 지나 아침이면 녀석들이 쏟아낸 배설물에는 악소리가 날정도로 기가 막힌다. 변의 굵기에 또 한번 놀라고 그 속을 헤짚어보면 풍댕이 종류의 껍질과 온갖 벌레들의 잔재가 시커먼 변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내 기억 전설 속 두꺼비 이야기는 밥도 먹는 걸로 어렴풋 생각이 나서 처음에는 밥을 주었는데 도망을 쳤다. 녀석들 뭘 먹나 은근히 호기심 반 먹을 것이 없어 죽으면 우짜노 했는데 살아있는 곤충들을 먹더라. 사람으로 치면 육식을 먹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밤이 되면 마당에 나가서 ‘꺼비야 꺼비야 어디 있니?’ 불러보는 것이 저녁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눈에 안보이면 괜시리 걱정이 된다. 

하루는 서원대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왔는데 전봇대 아래에 흰종이에 ‘두꺼비 조심’이라고 크게 써서 펼쳐져 있길래 놀라 물어봤다. 그랬더니 조금 전 집에 건너편 산주님이 오셨다가 갔는데 가고난 뒤 두꺼비가 차에 받쳐 죽어 있길래 차 세울 때 조심하라고 길에 표 해놓았단다. 내가 도착했으니 이 녀석 묻어 주어야 한다면서 감나무 밑에 묻어 주었다. 

이제 추위가 다가오는 겨울이면 이 녀석들도 꿀잠 자러 땅속에 있다가 봄이 되면 기지개를 키면서 다시 나타나겠지.

아무튼 농촌은 모든 것이 경이롭고 아름답고 모든 것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정겨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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