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고래실의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국장을 만나다
농촌지역의 활기를 넣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월간 옥이네’
긍정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과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 필요한 직업

누군가 말했다. “그 조그마한 동네에 뭔 이야기가 있긴 있어?” 우리고장 이야기를 담는 잡지 ‘월간 옥이네’ 박누리(36, 읍 문정리) 편집국장이 지역 잡지를 만들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고 한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서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울로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누리 편집국장은 지역을 궁금하게 하는 ‘월간 옥이네’를 만들며 답한다. “서울에 10개의 이야기가 있다면, 지역에도 10개의 이야기가 있다”고. 농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월간 옥이네’는 사회적기업 ‘지역문화활력소고래실’이 발행하는 잡지다. 농촌 지역의 옥천의 계절과 들녘 이야기, 잊혀져 가는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담아내며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는 없음’을 기억하고 있다.

숨어있던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기록하고 있는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국장은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의 멘토로서 참여했다. 지역 잡지 만들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이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고래실과 월간 옥이네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래실은 2017년 3월에 창립한 사회적 기업이에요.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논을 뜻하는 순한글 ‘고래실’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농촌지역의 문화를 한 번 비옥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름이라 할 수 있죠.

고래실은 옥천의 다채로운 문화콘텐츠를 발굴·활용해 농촌잡지발행, 복합문화공간운영, 출판, 지역마을여행, 디자인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옥천이라는 작은 지역 안에서 이 지역의 삶을 재미있게 가꾸어 갈 문화 자원들을 발굴하고 만드는 일도 하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농촌지역의 활기를 넣고, 지역경제, 공동체를 활성해 나가고자 합니다.

월간 옥이네는 앞서 말한 고래실에서 발행하는 잡지예요. 옥천의 비옥할 옥(沃)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옥천에 사는 사람들, 또 다른 농촌 지역에 사는 사람들, 도시에서 흙을 찾는 사람들이 만든 잡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리가 사는 이야기, 그리워했던 이야기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기록해 담고 있습니다. 유명 배우나 정치인보다 가까운 삶의 터전, 자연, 우리네 사는 모습을 담아 잡지로 집안 한쪽 책장을 가득 메우려 하고 있어요. 2020년부터 우수콘텐츠 잡지로 3년 연속 선정되고 있기도 합니다.

■ 편집국장은 어떤 일은 하나요

월간 옥이네는 월간지인데요. 이 잡지에 들어갈 내용들을 총괄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편집국장이기도 하지만, 기자로서 같이 취재도 나가고 기사 쓰는 일도 함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호는 어떤 걸로 할지, 취재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기사의 문장·구성 다듬기, 교열·교정도 하고 있어요. 편집 디자인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 고민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잡지를 총괄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 편집국장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월간 옥이네는 2017년에 창간했는데, 저는 당시 옥천 신문사에서 일했어요. 신문사에 일하면서 월간 옥이네 창간 준비위원 모임이 만들어졌는데, 창간 준비위원으로서 준비를 도왔어요. 창간 2년이 되던 2019년에 월간 옥이네로 와서 편집국장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문사 기자로 일하던 게 인연이 된 거죠.

기자로 일할 때 지역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를 직접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요. 고래실이 지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을 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이 일을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잡지 만드는 일을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기자가 되느냐, 편집을 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지역 이야기를 담는 지역 콘텐츠잖아요. 지역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를 발행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지면에 담기는 사람이나 지역사회, 지역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과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호기심이라는 것도 무작정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이 공동체는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이렇게 긍정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해요.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편집국장의 단점과 장점이 있다면

편집국장의 장점과 단점으로 나누기 보다는 일을 하는 장점과 단점으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책이나 교과서로는 배우기 어려운 것들을 지역에서 잡지를 만들면서 굉장히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 매 순간 배우는 게 많다고 느꼈어요.

5년 전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많이 성장해 있고, 더 좋은 사람으로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기는 한데, 일하는 동안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집에 있어도 일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 집에 있어도 이렇게 기사를 쓰고,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라든가. 좋은 카페를 가게 되거나 하면 이곳을 우리 콘텐츠에 반영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일을 하면서 이런 게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해요. 이런 걸 어려워하면 단점이 될 수 있겠죠. 이 일은 정말로 자신이 좋아해야 계속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사실은 거의 매 순간 보람 있는 것 같아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취재할 때도 말이죠. 제 취재를 응원해주셨던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이런 얘기해 주시면 너무 저도 감사하고 보람이 들어요. 또 돌아와서 기사 한 편을 다 완성했을 때? 어쨌든 그게 내 마음에 100 퍼센트 들지는 않더라도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거잖아요.

그럴 때도 느끼고, 잡지가 나왔을 때 느껴요. 그리고 저희가 만든 콘텐츠를 보신 분들이 ‘기사 잘 봤다, 그 기사 어떤 게 되게 좋았다’ 이런 얘기할 때도 당연히 느끼고요. 사실 무엇보다 독자들 중에서는 월간 옥이네 기사를 보면서 본인이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알게 되어서 되게 좋았다는 얘기를 해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셨거든요. 월간 옥이네를 보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알게 되었고, ‘내가 이해하게 되고 더 배려하게 되더라’ 이런 이야기를 해 주시는 독자분이 계셨을 때 더 큰 보람을 느끼죠.

■ 이 직업에 적합할 것 같은 사람은?

사람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이요. 누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일하다 보면 성향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활동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이 공동체를 더 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고요. 다음으로는 글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면 잘 맞을 것 같습니다.

■ 지역 잡지 만들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내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잘 살펴보고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무슨 일이든지 간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도 제일 중요한 태도이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하거나 '저 사람은 나랑 좀 다른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벽을 쌓는 것보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을까?,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이런 좋은 마음, 긍정적으로 궁금해하고 바라보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지역에서 무언가 콘텐츠를 만들고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하다 보니까 보람찬 일이기도 하거든요. 내가 사는 지역이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자라왔고 나를 길러줬던 이곳에서 뭔가 재미있고 보람찬 일을 해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다들 힘을 내시고, 언제든지 고래실의 문을 두드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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