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눈높이에서 만화를 그리는 ‘위기 탈출 넘버원’ 홍용훈 작가
만화라는 직업군 속 수많은 하위 직업이 존재해
만화가는 미래 유망직종 중 하나, 용기를 내 도전할 충분한 가치가 있어

어린 시절부터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송PD도 꿈꾸고, 글로 표현하는 기자도 꿈꿨다. 그리고 만화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매력에 빠져 만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순간의 용기가 지금의 홍용훈(50, 안남면 청정리) 작가를 만들었다.

홍용훈 작가는 만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만화가 어시스트,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만화가 과정, 우만연(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간사,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 조교를 했다. 몇 년의 시간이었지만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라면 만화의 언저리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KBS와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내 이름이 적힌 첫 작품 ‘위기탈출 넘버원’을 출간했다. 30권을 만들며 340만부를 팔아 작가로서 자리 잡았고, 다양한 작품 활동과 함께 이제는 대학에서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사실 만화가를 꿈꿀 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만화를 향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꿈을 이뤘다. 그리고 웹툰작가, 웹소설 작가로 옥천에서 생활하며 이번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했다. 

그런 홍용훈 작가의 꿈 이야기를 그가 관장으로 있는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에서 들어봤다. 

■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니?

만화가를 꿈꾸지만 많은 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만화가가 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홍작가가 말하는 만화가가 되는 방법은 뭘까. 

“교과서적으로 말씀드리면 관련 학과(만화학과, 애니메이션학과 등)를 진학해야죠. 가장 안정적으로 만화가가 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요새 만화 관련 학과의 경쟁률이 다른 학과에 비해 높아요. 실기점수뿐만 아니라 수능 점수, 내신 점수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화가 출판 중심에서 연재 중심의 웹툰 환경으로 바뀌며, 다른 방법도 많이 있다고  말한다. 혼자 만화를 준비해 공모전으로 데뷔하거나, 플랫폼(네이버, 다음)에 무료 연재 후 정식으로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예전처럼 교육과정을 받거나, 좋아하는 웹툰 작가를 찾아가 어시스트로서 일하며 작가를 준비할 수도 있다. 그 과정 모두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 아울러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고 홍작가는 말한다. 그건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 정말 남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속에 자기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있는 정도가 아니라 넘쳐 흘러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미쳐야 한다는 거죠. 강의를 하면 항상 물어봐요.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니?’ 라고. 그러면 대다수의 학생이 30분 정도 얘기하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요. 말하고 싶다는 게 없다는 거, 그건 만화로 웹툰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보여줄 이야기가 부족한 거죠.”

그래서 홍작가는 만화가나 웹툰 작가 같은 창작자가 되고 싶다면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자기 이야기가 되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올 때, 그제야 독자한테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다고. 그것은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모든 창작물에서 필요한 기본이라고 그는 말한다.

■ ‘만화가’라는 직업 속 수많은 직업이 존재해요

만화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든다. 작품을 기획하는 기획자, 그림을 그리는 그림 작가, 글을 쓰는 스토리 작가, 채색하는 채색 작가, 편집하는 편집 작가가 있다. 홍 작가는 이를 학생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만화 관련 직업 교육만 봐도 채색교육과정, PD교육과정, 스토리 교육과정, 기획 과정 등 만화 창작에 필요한 부분이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각 부분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도 많죠. 지금은 창작에 필요한 자료 수집, 분석 교육과정도 존재해요. 교육과정만 봐도 만화를 만드는 직업뿐만 아니라 만화 관련 직업들이 다양하게 자리 잡았죠”

세분화된 교육과정이 생기는 건 그만큼 만화가 달라졌다는 것. 만화가 한 명이 스토리, 기획, 그림, 채색 등 모든 분야를 담당하는 건 이젠 옛말이다. 

“예를 들면 포털이나 매니지먼트 회사의 제안에 의해 작가들이 웹툰을 만들기도 해요. 작품을 만들 때는 기획자, 이야기를 만드는 글 작가, 콘티를 짜는 작가, 스케치를 담당하는 작가, 펜선 작가, 채색 및 효과를 내는 작가 등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요”  

“창작의 분업은 만화가란 직업 아래 하위 직업군이 많아졌다는 거죠. 그만큼 관련 일자리도 많아졌죠. 웹툰을 좋아하고,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단순히 그림이나 글에 소질이 없다고 포기하지 않고, 정말 만화를 좋아한다면 관련 직업으로 자기의 꿈을 키우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 만화가 선배로서, 직업의 장단점이 있을까요? 

‘예술가는 가난하다’라며 많은 부모가 창작을 꿈으로 꾸는 학생들을 걱정한다. 하지만 만화나 웹툰 작가 같은 창작자는 미래 유망 직종이라고 홍 작가는 전한다. 

“만화나 웹툰은 다양한 창작물의 원작 소스에요. 히트한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의 원작이 되는 경우가 많은 거 아시죠? 이제는 그걸 넘어 웹툰 연재 전에 OTT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고, 대형 미디어사가 사전 제작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하죠. 사회적인 규모에 맞는 자원과 보상이 충분히 따라오는 유망 직종으로 자리 잡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을 터. 홍 작가는 단점으로 업무 강도를 꼽았다. 

“제가 생각하는 단점은 업무 강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겠죠. 연재를 하게 되면 거의 4-5일을 밤샘 작업하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작가 중에 직업병이나 심리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말 그대로 한 주 연재로 4-5일 일하면 2-3일은 번아웃 상태가 되는 거죠. 그렇다고 연재를 안 하더라도 쉬는 게 아니에요. 소재를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기도 하죠. 작품 속 필요한 과정을 배우기도 하죠. 다른 사람이 보기엔 쉬는 것처럼 편하게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준비 과정 역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 이제는 ‘부캐’의 시대, 만화를 좋아하면 도전하세요

우리에게 ‘부캐’는 이제 익숙하다. 유명 예능의 ‘유산슬’, ‘유야호’ 등이 그 대표인 격. 홍작가는 앞으로는 ‘부캐’의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가르친 작가는 간호사 재직 중에 정식 연재를 따낸 적이 있어요. 근데 계속 고민하더라고요. 간호사를 그만둬야 하나 하고요. 저는 최대한 간호사를 하면서 만화를 그리라고 했어요. 만화의 내용도 간호사에 관련된 내용이었거든요”

홍작가는 그 작가 본인 간호사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고 말한다.

“간호사가 본인의 이야기를 만화로서 풀 때는 창작이 재밌어요. 부캐로서 여유와 재미를 담을 수 있죠. 하지만 만화가가 되어 간호사 이야기를 풀 때는 재미도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되는 거죠. 물론 어느 순간 전업 만화가가 되어야 하지만 그 전에 고민해야 합니다. 과연 내가 창작자로서 이야기를 계속 만들 수 있는지. 창작자의 길이 맞는지를요”

전업 만화가가 됐을 때의 고충을 말하며 홍작가는 말을 이었다. “저는 앞으로도 부캐의 시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캐의 영역으로 웹소설, 웹툰, 유튜브 든 창작자가 또 다른 부캐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유튜브, 틱톡 등 창작의 영역은 계속 넓어질 거예요. 여러분들이 들어올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는 거죠” 

■ 꿈을 향한 용기에 노력이 따른다면 반드시 길이 보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홍 작가는 학생들에게 말을 전했다. “진로를 찾는 청소년들, 특히 창작의 영역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예요. 창작의 영역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없어지고를 반복할 거예요. 출판만화가 웹툰이 되었고, 소설이 인소(인터넷소설)에서 웹소가 되고, UCCㅈ가 유튜브가 되었듯이. 그리고 확실한 건 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죠. 수요가 많을수록 공급도 늘어나고 거기에 맞춰 투자도 더 커질 겁니다” 

아울러 홍 작가는 말했다. “뭔가를 만들고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면 한 발을 내딛으세요. 힘들지만 분명히 그 꿈을 이룰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한번 발을 들이면 다른 창작 영역으로도 좀더 쉽게 뻗어나갈 수 있고요. 그리고 마음가짐이 부족하다면 창작을 하는 부캐로 시작해도 좋아요. 앞으로는 부캐의 세상이 될 거에요. 좋아한다면 도전하세요. 용기 내어 꿈을 향한다면 반드시 길이 보일 거예요. 그리고 그 길에 만화와 웹툰을 꿈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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