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킬로그램 체중감량 후 시작한 노래, 이제 거리위의 가수로
인생은 60살 부터, 60대 이후는 '사회 공헌하는 삶’으로 
옥천에 이사와 이장 하는 것이 ‘꿈', 대한민국인재상 2회 배출도

 병원에서 당화 혈색소가 높게 나왔다. 당뇨로 갈 수 있는 위험 수치였다. 다 비만으로 기인한 것이었다. 이제 막 학과명을 개정하고 ‘스마트헬스’과로 2020년부터 학생 모집을 하는 충북도립대 교수로서도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살을 일시에 한꺼번에 빼는 부작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성급하게 하지 않았다. 길게 보고 멀리 간다는 심정으로 ‘야금야금’ 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삼시세끼를 다 먹으면서 탄수화물 량을 조금 줄였고 하루도 빼지 않고 실내 자전거 타기 한시간을 꼭 지켰다. 이건 자신과의 약속이었다. 땀이 흥건해지게 타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1년 6개월동안 23킬로그램을 뺐다. 87킬로그램을 육박하던 몸무게는 쏙 다이어트를 해 64킬로그램에 도달했다. 얼굴빛이 맑아졌다. 살을 빼면서 동시에 노래를 시작했다. 한양대학교 재학시절 대학연합동아리인 YMCA합창단을 하고 다니는 교회에서 성가대 지휘를 해본 적은 있지만, 작심하고 본격적인 노래를 시작한 건 처음이었다. 

 '노래하는 교수'로 청주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충북도립대 스마트헬스과 조동욱 교수를 만났다.

 희망학교와 노래, 제2의 인생을 살다

 그것도 희망학교에서 비롯되었다. 지선호 청주산남고 교장이 그려준 ‘희망얼굴'들이 모여 만든 희망학교의 교장으로 그는 추대됐다. 2천여 명이 넘는 희망얼굴들의 리더가 된 셈이다. 희망얼굴로 모인 사람들은 지역사회 힘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무료 강연을 하기 시작했다. 청주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로 무료강연을 열자, 많게는 100여명, 적게는 40여 명씩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지난 4월 그의 강연 때에는 사실 강연보다 노래가 인기가 많았다. 충청대 실용음악과 이상권 교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두개의 작은 별’을 불렀는데 호응이 어마어마했단다. 앵콜과 환호성에 못 이겨 그는 본격적인 거리의 가수 데뷔를 시작한다. 이상권 교수는 청각장애인이고, 본인은 지체장애인이었다. 장애를 넘어 지역 사회에 헌신하자는 의미를 담아 ‘오버컴’이란 이름을 그룹을 만들고 거기에 히말라야 미봉인 ‘브람’의 뜻과 ‘브라더’의 뜻을 중의적으로 써서 ‘오버컴 브람’이라고 팀 이름을 지었다. 그러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오래 전 잠자고 있던 재능을 끄집어 낸 것이다. 또 한명의 지적장애인 아이를 둔 지인이 합류할 때는 오버컴 트리오가 되고 4명이 부를 때는 희망학교의 이름을 따 ‘희망메아리’란 팀이름을 작명했다. 오버컴 브람이 주축이 되어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변화무쌍한’ 팀이다. 

 "팀을 만들고 남이 안 가려는 곳에 가서 노래를 들려주자고 마음 먹었죠.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곳에 가서 함께 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가서 돕자는 마음으로 청주 구룡산지키기 운동본부에 가서도 노래를 불렀고 아베 규탄대회에 가서도 거침없이 노래를 불렀다. 담쟁이국수에 가서도 노래를 불렀어요. 가는 곳마다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들르는데 요즘 노래하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지금까지 부모와 가족을 위한 삶, 앞으로는 '사회를 위한 삶' 

 그에겐 나름의 지론이 있다. “30대까지는 부모를 위한 삶이었다면, 60대 까지는 가족을 위한 삶, 60대 이후부터는 사회를 위해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제가 이제 60이 넘어섰는데 직접 실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날개를 달았다. 부푼 몸집의 지방 덩어리를 간단히 걷어내고 활동할 수 있는 몸으로 바꾼 후에 잠자고 있던 재능을 깨우면서 노래로 봉사의 물꼬를 텄다. 신체와 정서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면서 그는 60이 넘어 회춘의 길로 들어섰다. 학교 안의 울타리를 간단히 넘어 본격적인 사회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 

 “매일 30분에서 길게는 두시간까지 연습을 해요. 노래는 ‘등대지기'와 ‘밤배' 같은 주로 서정적이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곡풍의 노래를 고르죠. 15곡 이상의 레퍼토리가 있다보니 어느 곳에 가도 이제 자유롭게 노래해요. 9월18일 청주 문화원장의 취임식 장에는 여러 국악기와 세션들이 준비되니 특별히 새로운 노래를 연습하기도 해요.”

학과 부침이 많았지만, 내년에 ‘스마트헬스'과로 새출발

 학과는 여러 부침이 많았다. 2000년에 충북도립대 교수로 부임해 벌써 20년차 교수이다. 한번 바뀐 의료전자과는 몇년이 못 가서 내년에는 스마트헬스과로 명칭 변경을 해서 학생 모집을 하게 된다. 학과 교수로서 학생 모집이 안 돼 과 명칭을 바꾸고 교과과정 개편을 한다는 것은 사실 체면을 구기는 일이기도 하지만, 요즘 세태가 그렇다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스마트헬스과로 개명했지만, 이 또한 미지수다. 전문대의 IT분야는 별 인기가 없다. 바로 취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적 배경도 있는데 건강관련 IT어플리케이션이 보건복지부 의료법에 다 걸리면서 다양한 앱을 구현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목소리로 질병을 예방할 수가 있어요. 본인 목소리를 입력하고 매일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신체의 어느 부분이 취약한 지 그런 것을 알려줄수 있거든요. 그럼 질병을 예방할 수 있죠. 기술적으로 구현이 얼마든지 가능한데 규제하는 제도 때문에 이를 만들 수가 없어요. 목소리 지문만으로 질병이 예방이 된다는 것은 이미 해외에서도 구현하고 있는 거거든요. 규제를 허물어야 할 것은 허물지 않아 기술의 발전이 더딘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다. 병원이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도 신상명세만 빼고 개방한다면 많은 의료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데 폐쇄적이라고도 지적한다. 

대한민국 인재상 '2회' 배출한 스승

그는 나름 유명하다. 받기 힘들다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그가 가르치는 제자가 두번이나 연거푸 받았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창의과학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은 창의와 열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우수인재 100명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경쟁률이 높다. 그는 2010년 제자 강덕현(삼성정자 근무)씨에 이어 2018년 최관해씨까지 연거푸 두번 수상을 하게 한 스승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제자인 최관해씨는 지난 4월까지 미국 텍사스에서 미국연방항공청의 조종라이센스를 획득하기 위해 교육연수를 받고 있고, 연수가 끝난 이후 항공기 소음과 안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조동욱 교수의 지도와 격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동욱 교수는 올해 대한민국인재상 세번째 도전이 거의 성공할 것 같다고 귀띰을 해준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인재상 수상에 근접한 순위권에 제자 한명이 또 들어갔습니다. 곧 좋은 낭보가 있을 겁니다. 시골 군단위 작은 전문대에서 대한민국 인재상을 10년 안에 세 명이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죠. 열심히 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한껏 끌어주고 있습니다.”

옥천으로 이사와서 이장하는 것이 꿈

 "옥천, 이사오고 싶은 곳이에요. 제 꿈이 옥천으로 이사 와서 마을 이장 선거에 나오는 겁니다. 이장으로 선출되면 더더욱 좋겠지요. 지금은 청주로 살지만, 곧 옥천으로 이사 올거에요.” 그는 옥천에서 이장을 하는 게 인생의 마지막 꿈이라고 하면서 도립대와 옥천에 대한 제언을 인터뷰 말미에 남겼다.  

 "충북도립대는 4년제로 개편해야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4년제 졸업한 친구들과 전문대 졸업한 친구들의 취업 연봉 차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 전문대의 한계가 갈 수록 명확해지거든요. 과감히 4년제 대학으로 승격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옥천은 대청호가 옆에 있다보니 공장이 들어오기는 원천적으로 어렵습니다. 소프트웨어 센터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빅데이터센터같은 것을 유치한다면 환경오염 우려도 없고 많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위정자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어요.” 노래하는 교수 조동욱, 그의 노래가 옥천에서 울려 퍼질 날도 머지 않을 거라 예상해본다. 마을 잔치에 이장으로 노래 한 소절을 뽑아낼 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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