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희숙(81, 옥천읍 문정리)시니어기자
오희숙(81, 옥천읍 문정리)시니어기자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초등학교 다닐 때 추석빔 입는 것이 좋아 추석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루가 그렇게 길게 느껴보질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고모가 포목점을 했기 때문에 설이나 추석엔 꼭 새빔을 입었다.  

추석엔 분홍치마, 연두색 저고리, 설날엔 빨간색 치마에 노란 저고리였다. 엄마는 며칠 전  미리 설빔을 해놓고  벽에  걸어놓았다. 그때 같이 명절이 좋을 때는 없었다. 크면서는 집안일을 도와야 해서 좋았던 것을 몰랐고 결혼해서는 시댁으로 꼭 가기 때문에 좋았을 리 없었겠다. 나는 추석 전날이 남편 생일인데 이틀 전에 가야 돼서 생일마다 찬밥먹는 남편에게 미안했다. 명절만 되면 왜 그렇게 물가는 오르는지 명절 한번 지내려면 가계가 휘청한다. 올해가 다른 해보다 더한 것 같다.

서울 사는 친구가 그러는데 시금치 한단이 9천원이란다. 조상님들께 ‘올해는 시금치 나물 드시지 마세요 할까 보다’ 하면서 웃었다.

물가가 시금치 뿐이겠는가. 시골인 옥천도 호박 한개가 5천원 무 한개가 5천원. 두부, 밀가루, 기름, 안 오른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비싸다고 난리인데 명절이 반갑겠는가. 

옛날엔 명절만 새 옷을 입었지만 지금은 시시때때로  옷은 사입으니 그렇게 걱정은 안 된다. 그런데 제일 어려운 낀 세대가  걱정이다.  자식노릇 해야지 부모노릇 해야지 그 낀 세대는 누구나 지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고 하나 보다. 어려울 때 어려워도 그런대로 보람도 있고 희망도 있다. 

어렵다고 하면 살맛나겠는가. 희로애락이 있어 삶의 참 맛을 알아 감사하게 되고 기쁨도 맛보는 게 아닐까. 우리 인생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이도 또 지나가 어려웠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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