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0일부터 9월 1일까지 교동갤러리카페서 소반 전시
이재웅 작가, “손맛이 담겨야 소반 본연의 미(美) 살아나”
오는 가을, 옥천전통문화체험관서 소반 제작 교육생 모집

지난 8월16일 교동갤러리카페서 소반 작가 이재웅씨를 만났다. 그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서 소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16일 교동갤러리카페서 소반 작가 이재웅씨를 만났다. 그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에서 소반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구읍 교동리에 자리한 한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한국 전통 상(床) 소반(小盤)이 입구에서부터 반기고 있다. 입구에 전시된 소반을 뒤로한 채 카페 내부로 자리를 옮기면 더 많은 소반이 보인다. 1층 한 켠에, 그리고 2층 중앙부에 턱하니 걸려있는 각양각색의 소반은 이곳에 들른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편리함과 효율성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한국 전통 상 소반이 구읍 교동리 ‘교동갤러리카페’에서 지난 1일까지 전시됐다. 해주반, 나주반, 통영반에서부터 연엽구족반, 십이각호족반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형태에 따른 다양한 소반을 카페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는 8년 전 소반의 매력에 푹 빠져 소반을 만들기 시작한 소반 작가 이재웅(53, 양평)씨다. 소반을 제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소반 제작법을 가르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이씨는 “당시 수강생인 교동갤러리카페를 운영하는 분과 연이 닿아 이렇게 전시도 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 훌룡한 스승 통해 소반 제작 기술 갈고 닦아

전라북도 부안 출신인 이씨는 원래 소반과는 관계가 없는 일을 했다. 영화 관련 전공을 했던 그는 영화 쪽에서 20년 가량 일을 하다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일을 알아보던 찰나, 이씨의 눈에 들어온 건 다름 아닌 한국 전통 가구였다. 영화계에 발을 들이기 전 평소 한옥과 사찰을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에는 고향 근처 내소사의 꽃살문을 보고 창호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기도 했다. 

일을 그만두고 전통 가구를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에서는 소목장 심용식 소목 기초 과정을 수료하며 창호를 배웠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교육원에서는 소목 심화과정을 마치며 전통 가구 전반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 이후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산하 한국전통공예 건축학교에서 이종석 소반장이 지도하는 소반 수업을 듣게 됐다. 이 소반장과는 지금까지도 왕래를 하며 틈틈이 지도를 받는 중이다. 이씨는 “전통 가구 중에서도 종류가 많은데, 그 중 소반이 가장 잘 맞았다”고 회고했다.  

“처음에 한두 개 만들 때는 재미가 있지는 않았어요. 좀 더 공부하다 보니까 소반 하나에 저마다 개성과 특색이 담긴다는 것을 알게 됐죠. 소반을 여러 개 만들어서 집에 쌓아두면 어떨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스스로 펼쳐도 봤습니다. 특히 자르고 다듬고 칠하는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이 저한테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이재웅씨가 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 한 쌍을 들고 있다. 하나는 튼실한 다리에 직선적이고 우람했지만,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다소곳해 보였다. 연엽구족반 연인시리즈로 칭하여 연인반이라 부르는 이 소반 한 쌍을 가장 아낀다고.
이재웅씨가 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 한 쌍을 들고 있다. 하나는 튼실한 다리에 직선적이고 우람했지만,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다소곳해 보였다. 연엽구족반 연인시리즈로 칭하여 연인반이라 부르는 이 소반 한 쌍을 가장 아낀다고.
이재웅씨가 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 한 쌍을 들고 있다. 하나는 튼실한 다리에 직선적이고 우람했지만,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다소곳해 보였다. 연엽구족반 연인시리즈로 칭하여 연인반이라 부르는 이 소반 한 쌍을 가장 아낀다고.
이재웅씨가 옻칠을 하지 않은 소반 한 쌍을 들고 있다. 하나는 튼실한 다리에 직선적이고 우람했지만, 다른 하나는 부드럽고 다소곳해 보였다. 연엽구족반 연인시리즈로 칭하여 연인반이라 부르는 이 소반 한 쌍을 가장 아낀다고.

■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하나의 소반이 무르익는다

이씨가 소반을 제작하는 과정은 100% 핸드메이드로 봐도 무방하다. 도구의 힘을 빌리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그칠 뿐이지 제작하는 전 과정에는 이씨의 손길이 녹아든다. 대부분의 작업을 기계로 돌리면 공정은 단순해져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지만, 소반 본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공산품 소반에 비해 그가 만든 소반은 값이 꽤 나가는 편이다.

“보통 150~180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됩니다. 소비자들은 20~30만원대의 소반을 찾으시지만, 그거랑 비교하면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죠. 하지만 제작하는 과정을 보면 소반의 높은 가격대가 이해는 갈 것입니다. 만드는 과정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거든요.”

실제로 소반을 수작업으로 만드는 것은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이씨의 땀과 노동의 결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소반을 만드는 데 적절한 나무를 선택한다. 보통은 천축나무나 은행나무, 호두나무 등을 이용한다, 해당 나무로 소반의 형태를 만든다. 천판(天板)과 다리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천판은 소반의 평평한 부분으로, 사각반, 연엽반, 12각반 등으로 나뉜다. 개다리처럼 소박하고 단조로운 다리를 지닌 소반은 구족반이요, 호랑이 다리처럼 역동적인 자태를 뽐내는 것은 호족반이다. 

형태를 잡는 건 그리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평균적으로 4~5일이면 된다. 중요한 건 그 이후다. 소반을 다 만들고 나서 옻칠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고수와 초보자 간의 실력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옻칠은 한 번 칠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못해도 열 번은 칠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 실수의 빈도에 따라 누구는 옻칠을 열 번만에 끝낼 수 있지만, 누구는 20~30번 넘게 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대개 초심자들은 중간에 지쳐 포기합니다. 그렇게 되면 소반의 품질은 그만큼 떨어집니다. 이 과정까지를 포함하면 대개 세 달은 걸려요."  

■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소반 제작법 배울 수 있어

소비자들이 이씨의 장인정신을 알아주면 좋으련만 현실은 냉혹하다. 소반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구매를 한다 해도 집안 잘 보이는 곳에 귀중품처럼 모셔놓을 뿐, 실용성은 없다. 한마디로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공예품은 아니다. 이씨는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그래서 소반 만드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생계를 유지하면서 소반의 매력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소반 시장이 더욱 커져 취미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기점이 된다. 즉 1석3조의 일이다. 

이씨는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해주반 만들기 수업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작년부터 진행해왔다. 지난해에 이어 오는 가을에도 수업 참여자를 다시 모집할 계획이다. 교육은 12주 과정으로 한 달에 20만원만 지불하면 재료비 등 대부분의 지원을 받는다. 물론 결과물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이씨는 “소반 수업 자체가 개설된 곳이 거의 없다. 천판부터 직접 제작하는 수업은 전국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옥천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이씨는 소반 한 쌍을 가져와 자랑스럽게 드러내보였다. 아직 옻칠을 하지 않은 백골(白骨)이다. 각각의 소반은 서로 비슷해 보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약간은 다른 모양새에 눈길이 갔다. 하나는 튼실한 다리에 직선적이고 우람했지만, 다른 하나는 좀 더 부드럽고 다소곳해 보였다. 마치 남성과 여성을 보는 것 같았다. 이씨가 가장 아끼는 소반이다. 연엽구족반 연인시리즈라 하여 연인반이라 불린다. 소반을 커플 한 쌍으로 의인화해 표현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이어 이씨는 말한다. 

“소반을 만드는 건 참 재미납니다. 비슷하지만 얼마든지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하죠. 연인반의 경우 옻칠을 하지 않아 순수 그 자체의 모습이 형상화되는 것으로 의미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 소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쉽습니다. 앞으로 소반의 이런 매력들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소반 시장이 활성화돼 해외 수출까지 내다볼 수 있기를 작게나마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8월 한달간 교동갤러리카페서 '소반'이라는 전통가구예술공예 전시가 열렸다.
지난 8월 한달간 교동갤러리카페서 '소반'이라는 전통가구예술공예 전시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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