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은밀한 매력을 녹음 중인 오아시스님
영화의 은밀한 매력을 녹음 중인 오아시스님

■ 생존경쟁 현실을 '될 대로 되라'고 변주한 네 편의 영화 <족구왕>, <소공녀>, <리틀 포레스트>, <크로닉>

<족구왕>과 <소공녀>의 제작사는 광화문시네마입니다. 제작사를 영화보다 앞서 내세운 건 제작사의 성향이 영화에 반영되기 때문인데요. <러브 액츄얼리>나 <어바웃 타임> 등 멜로 영화를 주로 만드는 워킹 타이틀이 예시죠. 광화문시네마의 두 영화는 현실주의 계열의 영화라기보다는 현실을 변주한 판타지에 가깝고, 어느새 주인공의 판타지를 응원하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족구왕>의 만복은 갓 제대한 복학생입니다. 룸메이트 형은 그에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스펙은 별 볼 것 없지만, 군대에서 단련된 족구 실력만큼은 자신만만합니다. 만복은 영어 수업에서 만난 '안나'에게 반하고, 그의 전 남자친구 '강민'의 눈총을 받습니다. 그렇게 족구와 꿈, 사랑이 얽히는 와중 교내 족구대회가 열립니다.

<소공녀>의 미소는 2년 차 가사도우미로, 하루에 번 돈으로 하루 먹고 사는 처지입니다. 담배와 위스키 한 잔,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기에 행복합니다. 하지만 새해가 되자 월세는 5만 원, 담배 한 갑은 2천 원이나 올랐는데요. 미소는 묘수를 떠올립니다. 집을 포기하고 ‘여행’하는 것을요. 대학 시절 밴드부를 같이한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나 하룻밤을 묵습니다.

킨포크, 욜로, 워라밸 같은 신조어는 자본의 식민지인을 거부하고자 하는 선언으로도 느껴집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될 대로 되라’는 뜻의 ‘케세라 세라’라는 말이 있죠. 자포자기의 뜻이라기 보다는 삶을 조급하지 않게 자기 호흡대로 살고 싶은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족구왕>과 <소공녀> 역시 생존보다 존재의 시대로 바뀌는 시대의 인물상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족구왕>의 만복보다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표정이 무거워 보입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농사를 흉내 내는 듯 깊이가 얕다고 느껴지고, <크로닉> 또한 빈 밥그릇 같은 삶을 연기하고자 했지만 표정에서 실패했습니다. 무소유와 무욕의 삶을 연기한다는 건 녹록지 않습니다. 영화의 케세라 세라는 어렵습니다.

오아시스님과 함께 영화의 은밀한 매력을 알아보는 시간. 다음 주에는 같은 방송이 송출됩니다. 104.9Mhz와 옥천FM 앱, 유튜브 OBN 다시보기로 만나보세요. 옥천FM공동체라디오 오픈채팅방과 OBN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출연 신청도 받고 있습니다.

소공녀 포스터
족구왕 포스터
족구왕 포스터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