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숙 (77, 동이면 지장리) 시니어기자
조명숙 (77, 동이면 지장리) 시니어기자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쓰는 일을 말한다. 해방직 후에 태어나 6.25 전쟁 시기인 격동기를 거친 우리의 어린시절과 청년기를 거쳐 중년기 때에도 가정의 테두리에서 남편과 자녀들의 뒷치닥거리로 봉사라 하면 너무 먼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 단어는 선진국이나 부자만의 특권이며 행위라고 생각했다. 자녀들도 자기네 둥지를 이루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일상도 조금은 한가해졌다. 복지관의 도움으로 동년배 상담을 3년째 하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자신이 없었다. 복지관의 아들 같이 든든하고 친절한 선생님들의 지도와 딸 같고 손녀 같은 선생님들의 배려의 보살핌 속에서 미숙하나마 그래도 지금은 어색함과 서투름을 벗어나며 상담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교과서 대로 통화를 했다. 그런데 요새는 정말 내 가족 동기간 같은 마음이 샘솟는다. 지난 주부터 내담자 명단이 새로 나왔다. 그 분과의 통화에서 너무도 가슴이 저려와 슬픈 마음이 생겼다. 한 통화자는 92세인데 연로하지만, 통화가 어려워 요양사와 통화를 했다. 본인의 핸드폰인데 통화를 못 하고 타인을 통하여 전달을 받고 의사소통을 하는 상황이 너무도 애처롭고 나도 저 길을 향해 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먹먹하고 한동안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한 통화자는 75세인데 말기 폐암환자인데 통화가 어려워 이 사람도 요양사와 통화를 했다. 발병 전부터 알콜 중독 증세가 있었는데 지금도 통증을 잊기 위해 하루 한 잔의 소주를 마시며 고통을 이기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펐다. 

좀 더 건강관리를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여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내 몸을 돌보지 않고 봉사할 순 없지만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최선을 다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동년배 상담사로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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