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 9, 13일 총 3일간 옥천살림협동조합 일터체험 진행
농업인 지망하는 옥천고 2학년 2명 참여 ··· “색다른 경험”
로컬푸드직매장, 푸드거점가공센터, 지역농가 등 방문
생산·가공·유통·판매 등 지역 농업 전반의 과정과 전문가 접해

농산물이 가득 쌓인 저장고는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하리만큼 쌀쌀했다. 이 앞에서 마늘을 손질하던 이는 반팔 차림임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가공실에선 위생복을 입은 직원이 거친 소음을 내뿜으며 작동하는 기기 옆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컬푸드직매장에는 직원들이 숨 고를 틈 없이 물건을 날랐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서려 있는 농산물은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기고 있었다. 

지역 내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을 목표로 2008년 발족한 옥천살림협동조합은 나아가 친환경 농업 확산, 로컬푸드 생산·가공·유통·판매 체계 확립 등 지역 농업 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지역농가를 돕고 자체 식품가공센터, 직매장 운영까지 해가며 이들이 좇는 가치는 무엇일까. 배움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옥천고등학교 학생 2명이 옥천살림협동조합에 방문했다. 식품 연구와 품종 개발에 관심을 둔 김나희(18, 옥천읍 장야리), 김태인(18, 옥천읍 장야리) 학생은 「2022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 중 ‘로컬푸드의 생산 유통 및 판매 체험’에 참여해 옥천살림협동조합 주교종 상임이사를 멘토로 맞이했다. 8월8일 첫 일정을 시작으로 9일, 13일 총 3일간 두 학생은 사업장과 농가를 돌아보며 농업인의 노고를 체감했다.   

옥천살림협동조합을 방문한 옥천고등학교 2학년 김나희(좌), 김태인(우) 학생이다.
옥천살림협동조합을 방문한 옥천고등학교 2학년 김나희(좌), 김태인(우) 학생이다.

■ “젊은 사람들이 어쩌다 농업인을 꿈꾸게 됐어요?” 

첫 일정인 멘토 면담부터 예기치 못한 질문에 두 학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잠깐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저마다의 소망을 풀어냈다. 김태인 학생은 작년 우연히 식량위기에 대한 칼럼을 읽고 ‘식량’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을 거란 현실에 크게 동요했다고 한다. 그때 식품 연구와 품종 개발에 몸 담아보리라 다짐했다고. 할아버지와 큰고모가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평소 과학에 흥미를 가졌던 김나희 학생은 구체적인 진로 계획이 없던 와중 김태인 학생의 소개로 동일 업종에 관심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두 학생은 지역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실무를 몸소 경험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주교종 상임이사는 이들에게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을 읊으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밀 자급률이 0.8%에 불과한 거 알고 있었나요? 우린 매일 먹는 밥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고 사는 거예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그 안전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우리 젊은 친구들이 바꿔나가야 할 세상이에요.” 

식량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끈 GMO 작물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GMO 작물은 유전공학 기술을 통해 병충해 내성과 같이 재배에 유용한 유전자를 도입한 작물이다.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환경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검증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곡물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GMO 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인데, 즉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음식이 우리 일상 속으로 무수히 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학생은 이러한 설명을 전해들으며 지역 농업의 부흥이 얼마나 중대한 사안인지 얼추 이해하는 눈치였다.

■ ‘식료품’이 ‘완제품’이 되기까지

면담을 끝낸 두 학생은 주교종 상임이사의 지도 아래 옥천살림협동조합의 사업장 곳곳을 들렀다. 처음 방문한 푸드유통센터 저장고의 문이 열리자 농가에서 공수해온 식료품이 천장에 닿을 만큼 쌓여 있었다. 일정 기간 동안 상하지 않게끔 저온을 유지해야 해 내부는 계절이 바뀐 듯 서늘했다. “자, 이 식료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르는지 앞으로 잘 지켜봐요.”

저장고 구경을 마치자마자 바로 옆에 위치한 푸드거점가공센터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저장고에 있던 식료품을 용도에 따라 착즙기, 분쇄기, 건조기 등을 활용해 가공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옥천살림협동조합 주관 학교급식 공급의 주요 과정도 여기서 이뤄진다. 가공이 끝난 품목은 유통과정 동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진공포장기로 포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되는 원재료 및 부재료는 모두 ‘옥천푸드’ 인증 기준을 준수한 농산물이다. 또한 화학첨가제, 인공첨가제, 인공색소 등이 일절 첨가되지 않는다. 맛이 덜할지는 몰라도 ‘안전한’ 밥상이 지역민들의 배를 채우고 있었던 것. 이를 깨달은 학생들은 “평소에 학교급식에 엄청 만족하진 않았는데 이런 내용을 알게 되니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며 “우리에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해주는 농업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 직접 겪어보는 가공·판매 과정

이튿날 오전10시, 학생들은 로컬푸드직매장으로 모였다. 최승일 센터장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로컬푸드를 일일이 소개하며 지역농가에서 직접 공수해온 식료품임을 강조했다. 이후 매장 내에 위치한 로컬카페 ‘뜰팡’으로 이동했다. 손님맞이에 한창이던 노추리 팀장은 학생들에게 다가와 뜰팡의 가치를 전했다. 뜰팡은 옥천에서 나는 원료로 대부분의 음료를 제작한다. 그렇기에 메뉴도 일반 카페와는 약간 다른데, 특히 눈에 띄는 건 ‘콩메리카노’다. 일반 커피는 원두 100%로 추출하는 반면, 콩메리카노는 원두와 옥천산 쥐눈이콩의 비율이 반반이다. 커피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건강한 맛을 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여름을 맞아 손님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끄는 팥빙수 속 재료도 상당 부분 옥천산이다. 몇 가지 메뉴를 시음한 학생들은 일반 카페보다 훨씬 담백하고 신선한 맛이 난다며 신기해 했다. 

“이제 어느 정도 구경도 했으니 같이 일해볼까요?” 학생들은 노추리 팀장이 건넨 앞치마를 둘러메고 일일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매장 청소, 설거지 등 허드렛일은 물론 재료 손질, 음료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점심시간이 겹친 탓에 두 학생은 쉴 틈 없이 일을 거들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가 생산자의 원료를 직접 가공하고 지역민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을 보여드린 거예요. 뭐 하나 쉬운 게 없죠? 아까 다듬은 콩 한 움큼을 위해서 농민들은 더한 고생을 감내했을 거예요. 또 그 콩이 커피에 들어가 손님 앞에 나가기까지도 이만큼 고단한 과정을 거치죠.” 

학생들은 교육 말미 안남면 고추 농가를 방문해 건조 과정을 전해들었다.
학생들이 푸드거점가공센터 내 가공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학생들이 푸드거점가공센터 내 가공실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군북면 하우스 농가 김윤종 씨가 작물을 설명하고 있다.
군북면 하우스 농가 김윤종 씨가 작물을 설명하고 있다.

■ 건강한 밥상 뒤엔 농민들의 땀방울이   

“오늘은 농가를 방문해 각종 작물 생육과정을 들어볼 거예요. 우리 지역에서도 정말 많은 작물이 재배되고 있어요. 갈 길이 바쁘니 얼른 출발해볼까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던 13일 오후1시, 달콤한 주말을 반납한 학생들은 주교종 상임이사와 지역농가 방문에 나섰다. 군북면으로 향한 이들은 하우스 농업을 통해 잎채소, 무화과와 옥천 최초로 귤나무를 들여 키우는 데 성공한 김윤종(65, 군북면 증약리) 씨를 만났다. “청산은 예전부터 물 좋고 넓은 들판 덕에 벼농사가 발달했고, 군북면은 골짜기가 많아서 잎채소를 많이 키웠죠. 특히 ‘근교농업’이라고, 여기가 대전이랑 가까우니까 회전율이 좋은 잎채소 위주로 1년에 여러 번 재배해서 직접 팔러 다닌 거죠. 요즘에야 스마트 팜이니 하우스 농업이니 농업이 첨단화되면서 그런 경계가 없어졌지만. 아무튼 농업의 형태도 이렇게 지리적 특성에 맞게 이뤄져 왔던 겁니다.” 다년간 농업에 전념해오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생소한 이야기에 학생들은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집중해 들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안남면 일대로 이동해 참깨·고추·포도·벼·깻잎 농가는 물론 한우 농가까지 구경하며 농민들의 노고를 피부로 느꼈다.

3일간의 체험을 마무리한 두 학생은 변덕스러운 날씨 속 바쁜 일정 탓에 지쳐보였다. 하지만 평소 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 만족스러웠다며 프로그램 지원 당시 기대한 바를 충족했다고 말했다. 김나희 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음식이 수많은 농업인들의 손을 거쳐왔다는 것, 옥천산 농산물이 옥천에서 순환되는 과정을 직접 본 것이 인상깊었다”며 “3일간 만난 분들이 힘들게 일하는 걸 보며 감사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태인 학생은 “우리 세대에선 농업이 비주류 분야라 관련 경험을 접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체험 덕분에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은 기분”이라고 웃어보였다.   

로컬카페 뜰팡의 노추리 팀장이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로컬카페 뜰팡의 노추리 팀장이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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