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살림협동조합 주교종 상임이사의 농업 멘토링
기존 농업은 ‘수탈농업’ … 농업의 근본 가치 되살리는 노력 必
“우리들의 역할은 지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도맡는 것”
농업은 자연·생태뿐 아니라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 있어야

3대째 안남면에 뿌리를 내리고 농업에 전념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농업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한때 역사학도를 꿈꾸다가 항공업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다보니 농업에 발을 들였다. 우연일까 싶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농업을 시작한 것은 어쩌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옥천살림협동조합 주교종 상임이사(63, 안남면 연주리)는 안남초등학교, 안내중학교를 졸업하고 대전고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서울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해 농민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에 임했다. 1988년 안남면에 돌아온 그는 고추, 수박, 느타리버섯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했다. 하지만 단순히 작물 재배 및 유통에만 국한하지 않고, 고향에서도 활동가로서의 면모를 선보였다. 1990년 지역농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농민회를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년간 괴산의 ‘흙살림연구소’와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해 온 끝에 2002년 ‘옥천 흙살림’이라는 모임을 창단했다. 여기엔 이전까지 몇몇 농가가 개별적으로 행하는 데 그쳤던 친환경 농업을 제대로 확산시키겠다는 그의 의지가 투영됐다.  

진전은 확실히 있었다. 옥천 내에서 재배된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학교급식은 여전히 타지부터 해외 수입까지 그 출처가 제각각이었다. 이에 주교종 상임이사를 비롯한 옥천 흙살림 구성원들은 2007년 ‘옥천군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든 데 이어 2008년 친환경 학교급식 공급의 주체로 기능할 옥천살림협동조합을 탄생시켰다. 옥천살림협동조합은 탄생 이래 약 15년 동안 ‘지역 농업 유기농화’라는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또한 옥천에서 재배된 친환경 농산물이 옥천에서 유통·소비될 수 있는 순환체계를 견고히 해나가고 있다. 

지난 8, 9, 13일 총 3일간 주교종 상임이사는 「2022 청소년마을일터체험 프로젝트」의 일환인 ‘로컬푸드의 생산 유통 및 판매 체험’ 멘토로서 옥천고등학교 2학년 김나희, 김태인 학생을 만났다. 그는 학생들에게 옥천푸드유통센터와 로컬푸드직매장에서 이뤄지는 식품 가공·유통·판매 업무 체험을 선사했다. 그가 전해준 농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옥천살림협동조합은 우리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예전에는 농민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투쟁’의 관점에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조합이 만들어진 건 지역 내에서 ‘일상적’으로 농업의 가치를 실현하는 시도였다고 봐요. 학교급식을 시작으로 공공급식 공급, 지역 농산물 유기농화 및 유통 등 생산자와 소비자의 접촉면을 그들 스스로 확대할 수 있게끔 만든 거잖아요. 만약 이런 시도가 없었다면 지역 농업계의 목소리가 뻗어나가는 통로는 거의 막혀버리지 않았을까요? 지역과 농업이 함께 살아야 우리나라도 건강한 공동체사회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걸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겁니다. 

■ 친환경 농업을 활성화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친환경 농업’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의 농업은 대부분 화학품을 적극 활용해왔어요. 농약과 비료를 많이 뿌려서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게 주목적이었던 거죠. 그러다 보면 농지도 훼손되고, 자연 생태계도 무너지게 됩니다. 이른바 ‘화학농업’을 하게 되면 생산량이 계속 올라갈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정체되고, 오히려 떨어지기도 해요. 절대 지속가능한 농업이 될 수 없는 겁니다. 또한 농민들도 농약값·비료값 등에 지출하는 비용이 커지면서 이윤도 줄어들어요. 즉, 농업 자체가 ‘생산량 극대화’라는 자본 논리에 수탈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예요. 농업은 우리들이 먹고 살 ‘건강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친환경 농업은 이러한 농업의 근본 가치를 되살려낼 수 있는 시도이자 방도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옥천 흙살림도, 옥천살림협동조합도 만들어지게 된 것이지요. 

■ 상임이사님 직업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요?

제 직업은 한 단어로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굳이 해보자면 ‘농업인’? 우리 지역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생산·유통·소비 등 여러 방면에서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만큼 ‘지역민들의 먹고 사는 일’을 도맡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이건 단기간에 반짝 하고 끝나는 것들이 아니라 지속적·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100년의 생활운동’이니까 사실상 제겐 직업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옥천살림협동조합의 각 시설을 멘티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다.
옥천살림협동조합의 각 시설을 멘티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이다.

■ 이 일을 위해 필요한 준비과정이나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우선 ‘생태감수성’이 필요할 것 같아요. 생소한 단어로 들리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생태와 먹거리에 대한 호기심, 애정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농업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그만큼 힘들다는 거예요. 다만, 생태감수성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으면 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돈을 많이 벌고 출세하고 싶은 욕망보단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중요해요. 이웃과 우리 지역 등 공동체에 관심이 많고 타인에게 베풀 줄 아는 친구들이 농업에 적합할 것 같습니다. 

■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요.

글쎄요. 보람이라기보단 아직까지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느리지만 잘 가고 있다는 점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친환경 농업도 우리 지역 내에서 상당히 자리를 잡았고, 우리 지역에서 나는 친환경 농산물이 지역민들에게 잘 소비되고 있으니까요. 과거의 농업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걸 몸소 느껴요. 또 옥천살림협동조합이 2008년 학교급식 공급으로 시작했지만 2010년이래 어린이집 급·간식, 2014년부턴 사회복지시설 등 공공급식까지 도맡고 있잖아요. 이렇게 지역 내에서의 접촉면을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일이죠. 소외된 이 없이 모두가 먹거리 걱정을 접어두고 살 수 있는 거니까요.

■ 이 일의 장단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지요.

우선 단점부터 말씀드리자면 농업계에 종사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에요. 땀 흘릴 일도 많고 하루하루 신경써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장점은 본인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본인이 생태감수성과 지역에 대한 애정, ‘농업’이라는 분야에서 본인만의 지향점이 있다면, 또 그것이 일과 맞아떨어진다면 정말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요.  

■ 끝으로 학생들에게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먹거리에 대해 정말 무감각하게 지내거든요. 이번 기회를 빌어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먹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는지, 또 무심코 먹었던 과자나 음료 등이 얼마나 자본에 의해 장악돼 있으며 환경과 건강을 얼마나 해치는지요. 제 멘티 학생들에게 평소 먹던 과자의 재료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오라고 한 숙제도 그런 취지에서 냈습니다. 나중에 농업계에 일할 생각이 없다한들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요. 

농업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지역, 먹거리와 관련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길 권하고 싶네요. 젊은 사람이 농업계에 오겠다고 하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분명 쉽지 않은 길이 될 거예요. 직접 부딪혀보고 배우면서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판단해보길 바랍니다. 저희는 항상 지역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다채로운 활동을 접할 기회를 나눠줄테니까요.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랍니다.   

주교종 상임이사와 멘티가 로컬푸드직매장을 둘러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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