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윤창숙(77, 옥천읍 금구리) 시니어기자

택배로 보낼 물건이 있어 우체국 가는 길이었다. 날씨도 몹시 덥고 갈증이 났다. 코로나 백신 4차를 맞은 후 입맛이 뚝 떨어져 잘 먹지 못해서인지 힘이 빠져 뭐라도 좀 먹는게 좋을 것 같아 바로 앞에 보이는 김밥집으로 들어갔다. 빈자리가 없이 손님들로 꽉 찼다. 막 식사를 끝낸 자리를 종업원이 치우고 있었다. 거기에 가서 앉았다. 그리고 열무냉면을 시켰다. 면 종류를 좋아하는데 이것도 별로 땡기지 않아 면 몇 젓가락과 육수 조금을 마시는 정도였다. 

그 때 한 소녀가 내 앞에 와서 "이거 하나 사주세요"하고 내민 것은 구슬을 엮어 만든 팔찌였다. "미안한데 내가 이런 거 만드는데", "그래도 하나만"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가 다시 "어떡하지 미안해서"하며 그 아이를 쳐다 보았더니 그냥 웃으며 돌아선다. 아이가 무안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으나 한편으로 지금 있는 물건도 정리하는 내가 하나라도 사들이지 않기로 마음 먹은 거 잘 지켰다고 내가 나를 두둔했다. 

우체국을 들러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로마트에 가서 뭐라도 입맛에 맞을 것 같은 먹거리를 좀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어느 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냥 나오기가 좀 뭐해서 자두 한 봉지와 오이 서너개를 샀다. 그러고는 힘없이 천천히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조금 전 음식점에서 만난 그 아이를 길에서 또 만났다. 그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나도 그와 마주 섰다. "학생이니?"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한다. 중학교 2-3학년 쯤으로 보였다. 나는 지갑을 꺼냈다. 얼마인지 액수를 세어보지 않고 돈을 다 꺼내 그 아이에게 주었다.

마스크를 꼈지만, 아이의 눈이 웃고 있었다. 어린 여학생이 더운 날씨에 이곳 저곳을 돌며 작은 물건을 팔아 학비에 보태려고 하는 걸까? 아니면 용돈이라도? 혹시 집안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여학생이 힘들 것을 생각하니 괜스레 안쓰럽게 생각되었다. 힘들면 어딘가 좀 기댈 곳이 있어야 할 텐데… 다른 한편으로는 기특한 생각이 든다.

한참 사춘기에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을 만나면 물건을 파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을 테고.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로 너도 나도 어렵다고 하는 때 그의 물건을 사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나의 조금의 신체적인 괴로움을 그 여학생의 일로 참아내야겠다는 마음의 용기를 갖게 한다. 

그 여학생이 더운 여름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고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란다. 또 앞으로 그가 살아가는 데 자신을 여러면에서 튼튼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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