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나를 무지하게 괴롭히는 풀을 보면서 갑자기 어느 유명 가수의 잡초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잡초들은 땅의 무법자들이다. 땅을 빌려 쓰면 염치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예 없다. 땅을 세놓은 것도 아닌데 자기 마음대로 세력을 넓혀 삽시간에 자기 영역으로 단단히 구축하는가 하면 거기에다 새끼까지 완전 문어발식으로 번져 손쓸 겨를도 없이 자기들의 천국으로 군림한다. 

농촌에 살면서 그려지는 허망한 망상은 지워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지금은 도망가고 싶다는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꿈에 부푼 전원생활 눈을 뜨면 아름다운 새들의 수다, 뜰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풀잎 끝에 맺혀있는 옥구슬, 맑은 공기 전망에서 내려다 보이는 펼쳐진 전경,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는 공간. 아! 꿈은 사라지고 눈만 뜨면 온천지 사방 호미자루를 들이대야 한다.

잘 가꿔 놓은 꽃들은 풀에 녹아 뼈만 아니 흐물흐물해진 상태라 알아 볼 수 없이 흙에 녹아 누워있다. 전국 산의 등산로를 조사하러 다니면서 작고 앙증맞은 풀꽃에 반하여 카메라에 담아 왔다.

그리고 컴퓨터 화상에 띄워진 작고 아름다운 풀꽃의 이름을 알기 위하여 그때부터 야생화와 풀꽃과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를 공부했었다. 지금 내가 옥천 청성면에 거주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슬 먹은 풀잎과 꽃, 저녁 빛의 여명을 뒤로 아름답고 영롱하게 앵글 속에선 방긋방긋 웃는 녀석들인데 상황은 완전 대반전.

난 요즈음 인천에서 10여일 편안한 시간을 보낸 혹독한  벌을 지금까지 받고 있다. 설마했던 풀의 위력을 너무 과소평가 한 탓이다. 수건으로 머리와 목을 감싸고 있지만 땀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하루에도 목욕을 몇 번을 하는지.... 그 바람에 건조기의 밑 물 받침은 금방금방 가득차고 맘은 현지증으로 목은 타들어 갈증만 더 해 가고 있다. 이장님께서 한마디 하신 말씀 ‘풀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데 어떻게 태평스럽게 그냥 있냐고 반문을 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설마가 요즈음 사람 잡고 있다. 

우리 주위에 억척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잡초에 빗대었다. 농촌에서 살면서 확실히 풀의 무서움을 깨닫게 되었다. 풀도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지독하게 땅을 기어다니면서 땅 따먹기하는 녀석, 손바닥에 올려놓고 놀던 강아지풀, 넝쿨 종류, 넝쿨은 나무의 진을 빨아먹는 지독한 녀석들, 이름 모를 풀과 내 키보다 더 큰 풀을 뽑고 나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리고 쓰리고 바늘로 찔리는 것처럼 아프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난생처음 파라핀(초욕)에 손을 담그는 물리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사 선생님의 말씀이 농촌에 살면 팔을 많이 사용하니 가정 상비용으로 집에서 수시로 치료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병원에는 아무래도 여러 사람이 사용하니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집에서는 혼자 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해 보시라고 하시면서 파라핀(초욕)을 쪽지에 적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무조건 제일 값이 많이 나가는 초욕에 관한 기구를 찾아보니, 값이 낮은 것부터 천차만별이다.

어느 회사제품이 좋은지 모르니 값이 높은 것으로 사라고 물리치료사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단골 인터넷시장 사이트에서 바구니에 담아놓았으니 오늘쯤 주문하려고 한다. 공기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제2의 인생을 즐기면서 내 손으로 농사 지은 무공해 농산물 먹고 오래오래 살려고 귀농했는데 ‘이러다간 나이 들어 골병 나서 빨리 죽는거 아닌가?’ 하고 턱없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내려오지 않고 그냥 인천에서 편하게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매일매일 타고 다녀도 돈 한 푼 들지 않는 전철타고 카메라 가방메고 이곳저곳 사진찍고 작품생활 하면서 편하게 살면 될걸, 괜한 고생을 사서 하니 엎질러놓은 지금 상황을 누구에게도 말못하고 혼자 속 끓이고 끙끙대는 모습이 측은하기만 하다.

작년 9월에 100수 하시고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 이빨이 썩어서 단골로 다니시던 부산의 치과에 내려가서 울면서 전화 했다. 말인즉 “아가 내가 이빨 뽑다가 죽으면 우짜겠노, 이 살기 좋은 세상에 더 오래있고 싶다”고 하시던 말씀이 갑자기 생각이 난다.

풀뽑고 밭일하느라 뙤약볕에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주름살은 골이 짙어가고 피부의 탄력은 없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걱정 덜고 공기 맑고 내가 지은 무공해 농산물 먹고 기운 내어 살기로 작정한 행로. 적당히 직진하면서 청성면에 제2의 인생 행복하게 그냥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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