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먹는 하마’ 청소년의 고민, 청소년이 듣는다
이혜준, 전예담, 김소연, 백지수, 염지수가 진행하는 ‘고민 먹는 하마’

 한 청소년에게 차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온다. 청소년은 차가 다가오는지 알지 못한 채 앞을 보며 걷고 있다. 그에게로 차가 쏟아지듯 가까워진다. 그는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길을 걷는다. 차는 그를 보지 못한 듯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차가 그를 칠 것만 같은 순간, 누군가가 그의 가방을 빠르게 잡아 끈다. 차는 그를 비켜 지나가고, 그는 너무 놀라 눈이 커졌다. 뒤를 보니 한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가 아니었으면 사연자분에게 큰 사고가 났을 수도 있었던 거예요. 정말 다행인거죠. 그 언니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멋있지 않나요? 저는 사연 속 언니가 너무 멋져서 아직까지 그 사연이 잊혀지지 않아요. ” 

옥천FM ‘고민 먹는 하마’ 전예담 진행자는 ‘사고를 당할 뻔한 나를 구해준 정체모를 언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이라고 했다. 이처럼 ‘고민 먹는 하마’에는 고민뿐 아닌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거짓말을 했던 이야기, 첫사랑, 오해 받았던 적, 기억에 남은 사고, 가장 억울했던 일 등, 사소한 일상부터 무게감이 느껴지는 사연까지, 매주 청소년들의 사연들이 ‘고민 먹는 하마’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고민 먹는 하마’의 탄생스토리 

이혜준, 전예담, 김소연, 염지수, 백효림씨는 옥천FM에서 토요일 오후4시,  ‘고민 먹는 하마’를 진행한다. 방송 제목이 ‘고민 먹는 하마’인 이유는 단순하다. 모두가 처음 만나 어색함이 감도는 첫 회의 날, 이들의 옆에는 하마 인형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하마인형을 보며 “물 먹는 하마… 어?! 고민 먹는 하마 어때요?!”라 말했고, 모두가 그 이름이 마음에 들어 ‘고민 먹는 하마’가 탄생했다. 그 이름 그대로 다섯명의 진행자들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꼭꼭 씹으며 함께 공감하고 해결책을 내고 있다. 

■ 다양한 이야기가 도착하니, 다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이 되었을 때의 몽글몽글한 기분. 심장이 두근거리고, 어디서 났는지도 모를 힘이 생긴다. 그래서 그들은 도착한 사연을 읽으며 마음을 다해 고민 한다. 라디오 진행자 전예담(14, 읍 가화리)씨는 “사연을 받을 때면 사연자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꼭 해결책만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사연을 보내준 사람들에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기에, 이들은 사연 하나에 여러 생각을 한다. 

‘이 고민에는 어떤 해결책을 주면 좋을까?’

‘경혐해보지 못한 상황이긴 하지만,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응원을 해주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까?’

사연자를 알지도 못하고, 사연자의 상황을 겪어보지도 않았지만 그 시간 동안 이들은 온전히 사연자의 편이 되고 싶어 한다. 

어느 날엔 가족과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연이 왔다. 한 청소년이 가족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가족 모두 나눌 이야기가 없어 대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연이었다. 이 사연을 읽으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이혜준(14, 군서면 동평리)씨는 “어렵겠지만 사연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볼 것을 추천한다”며 입을 열었다. 대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연자에게는 대화를 하고 싶은 의지가 있기에 다른 가족에 비해 용기를 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다. 

이혜준씨와 전예담씨는 사연을 읽으며 “내가 겪어온 일 외에도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상황을 경험하며 산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연을 읽으며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이야기하곤 하지만, 사연자들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 말하고 잡아주고 끌어주고 함께하고   

이들은 옥천여자중학교 방과 후 활동으로 라디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팀원 모두가 친하지 않아서 어색했다. 또 대본을 쓰는 것부터 녹음과 편집, 기계를 다루는 것까지 모두 넘어야 할 산이었다. 하지만 사연이 하나둘씩 쌓여가면서 서로 점점 친해졌고, 따로 정해 놓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역할이 생겼다. 

라디오방송은 3초 동안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을 시 방송사고로 간주될 정도로, 정적에 조심해야한다. 이혜준씨는 갑작스럽게 생긴 정적을 순발력 있게 채우는 역할을 하며, 매끄러운 진행을 맡았다. 또 그는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해 전예담씨와 함께 라디오 녹음본을 편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예담씨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술술 풀어내는 재주가 있어 오디오를 심심하지 않게 가득 채우고 있다. 하지만 어떤 때에는 이야기가 산으로 갈 때가 있어 누군가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럴 때는 김소연씨와 염지수씨가 이야기의 흐름을 벗어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김소연씨는 각자의 캐릭터에 맡는 대사를 고민하며 라디오 대본을 작성하고 있다. 백효림씨는 사연과 진행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해주는 역할이다. 또 백효림씨는 염지수씨와 함께 보이는 라디오를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고민 먹는 하마’는 여러 청소년들의 사연들을 담아내며 10회차를 거뜬히 넘겨냈다.

이혜준씨는 팀원들 모두 여건이 된다면 50회차, 100회차까지 가고 싶을 정도로, 방송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본을 그대로 읽기 급급했지만 회차가 지나며 역할이 생기니 이제는 방송이 자연스러워지고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즐겁게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매주 토요일 4시에 104.9Mhz에서는 청소년들의 사연이 뿜어져 나온다. 아직 방송 10회차이지만, 마음을 담아 사연을 보내는 청소년들과 그 사연에 고민을 하는 진행자들의 모습 덕에 방송을 챙겨 듣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고민 먹는 하마’가 전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오후 4시, ‘고민 먹는 하마’를 들어보자. 방송을 듣다 보면 분명 고개를 끄덕이거나 사연에 집중하고 있는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