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철(36, 서울) 농촌 인턴

편집자주_5만 명 선이 무너지면서 옥천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세대별 균형이 심각하게 깨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령화 비율은 30%를 훌쩍 넘어선지 오래고 청년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기업 고래실은 농림축산식품부, 충북도, 옥천군과 함께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시작합니다. 지난해 농촌에서 살아보기와 달리 올해는 ‘프로젝트형’으로 젊은 청년을 대상으로 실시합니다. 서울, 김포, 대전 등지에서 온 청년들이 각 지역의 농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면서 지역살이의 가능성을 타진합니다. 이 지면을 통해 매주 청년들이 만난 농가와 활동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 오늘의 해는 뜬다. 그리고 진다

오늘이 되니 어제의 일이 생각난다. 진벌마을에 가서 새 모이통 만들기를 하였다. 
접시에 구멍을 뚫어서는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접시를 만들었다. 모이통인 투명병에는 예쁜 새 그림을 배바우 작은 도서관 관장님의 부인이 주신 도안으로 붙여 넣었다. 너무 예뻤다. 

그리고 손광만 이장님이 만드신 인두로 플라스틱 병을 지져서 모이 구멍을 내었다. 적당히 쏟아내릴 수 있게 말이다. 어제의 일은 어제 그렇게 끝났다. 

오늘도 날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늘 하던 샤워를 하고는 몸단장을 하고 나갔다. 안남 음식점에 가서는 오늘의 백반메뉴인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먹고는 자판기 커피는 필수였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여기 저기 운동을 다녔다. 

오늘은 아주 더웠다. 34도에 육박했다.

그런데 배바우장터가 열리는 자리에서 한 외국인 부인이 옥수수와 샤인머스켓 포도를 팔고 계셨다. 그 부인의 아내와 남편도 그곳에 누워있었는데 부채가 없어서 종이로 부채질을 하고 계셨다. 그래서 배바우 권역의 내 숙소 방에 와서는 펴고 접는 예쁘고 활용도 좋은 종이가 붙여진 부채를 드렸다. 아주 해맑게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그리고는 내가 사온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맛있었다. 같이 먹어서 말이다.

돌아오다가 슈퍼에 들렀다. 주인 사장님이 그림이 떨어져서 붙이고 싶어하셨다. 그리고 커텐봉을 달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권역 집에 가서는 공구를 전부 챙겨와서는 고쳐드렸다. 우선 시멘트 벽을 특수 드릴로 뚫어서는 깊이를 만들고 그곳에다가 6mm 드릴로 뚫었다. 그 구멍에 망치로 플라스틱 앙카를 박고 커텐봉을 튼튼하게 박아드렸다. 5년 이상은 쓰지 않을까 싶었다. 무서운 커텐이어도 될 것이었다. 이모는 아주 좋아하시면서 나에게 코카콜라 캔을 주셨다. 그리고 복숭아를 맛나게 잘라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이것이 정 아니겠는가 싶다.

저녁이 되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나가서 안남 엄마와 같이 파스타를 각자 한 그릇씩 우이당에서 먹었다. 역시나 같이 먹으니 이야기도 하며 맛이 한껏 좋았다. 그리고는 아이스 초코라떼를 마시고는 돌아왔다.

권역에 자전거를 타고 스르륵 도착하니 민박 오신 분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수영장에 물을 받았다. 그리고는 족구장도 어두우니 불을 켜두었다. 이제 지금이 되었다. 민박 오신분들에게 수영장에 물 받아놓았고 족구장도 사용해도 된다고 말하러 가야겠다.

오늘 하루는 배도 부르고 걱정없는 하루였다.

미리 예상했지만 말이다.

오늘은 너무나 좋다.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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