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70, 청성면 대안리) 시니어기자

지금 많은 생각을 가져본다. 작년에 농지원부 만든다고 밭을 사서 생애 처음으로 농부의 길을 걷기 위해 밭에 참깨와 들깨를 심었다. 

호미 자루를 들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씨앗과 모종의 간격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이사람 저사람한테 불러서 조언을 받아가면서 수확의 기쁨을 얻었다. 처음이라 힘들어도 들뜬 마음에 온 얼굴과 몸에 땀띠가 나도 그저 신나기만 했었다. 참깨가 자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비상이다. 비가오니 걱정 바람이 부는 날이면 참깨가 쓰러져서 누워버리면 기둥을 세우고 받쳐주고 끈으로 묶어준다. 

또 참깨가 익어서 다 터져버리면 안 되니 시간 나는 대로 참깨의 제일 하단부가 까맣게 되어 터졌는지 참깨를 수십번 확인한다. 

드디어 참깨를 베어 참깻단을 묶고 수확하여 말리는데 장마라 비가 오니 아직 창고도 짓지 못하고 있는 터라 우왕좌왕 깨는 이곳 저곳으로 깻단을 옮기다 보니 손실이 엄청났다. 한마디로 개고생을 했다고 하는 표현이다. 

그 기억도 잠시 또 다시 참깨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1년이 지나니 몸이 받쳐 주질 않는다. 

아휴! 작년엔 어떻게 했지? 자꾸 힘든 생각이 떠나질 않으니 몸만 고달프다. 그래서 올해는 머리를 써서 풀이 나지 말라고 부직포를 깔았다. 

근데 밭고랑은 왜 이렇게 긴지 부직포를 깔고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철사핀을 꽂는데 제대로 되질 않는다. 그냥 퍼질러 앉아서 혼자 푸념을 해본다. 무슨 소용인가 괜히 농지원부 만든다고 땅을 산 내가 바보다. 

올해는 꽃밭 만들라 농사 신경쓰라 봄에는 사진도 그냥 시간 나는대로 풀사진 이슬사진 여명 등등 대청호에도 한 번을 못 갔다. 

내가 만든 올가미에서 허덕대는 내가 미웁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살아래 응응대고 있는 내모습이 처량해 보이는지 보다못하여 밭 오른쪽 고성에 사시는 분이 780평을 사서 거기에 집을 지어신다고 땅을 고루고 호두나무를 300평에 심어 놓고 농막을 짓고 계시다가 며칠째 쩔쩔매면서 부직포를 깔고 있으니 그 나이에 왜 농사짓고 힘들게 사시느냐고 한다. 

내년부터 우리처럼 호두나무를 심어놓으면 일 년에 두 번만 농약하면 되니깐 힘들게 밭농사는 하시지 말라고 조언을 주신다. 그래도 애써서 농사지어 힘든 과정은 다 잊어버리고 수확한 기쁨에 참기름병을 들고 차를 몰고 서울로 인천으로 지인 찾아 고마움을 표한다. 

정말 진짜 참기름 맛을 보게 됐다며 정말 고맙다고 얼굴 가득히 미소로 인사를 받으면서 혼자 뿌듯해하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래도 그 순간은 너무 행복했잖냐고 위로해 본다. 

그러면서 참깨농사는 올해로 끝을 내 버려야지 했던 기간 3개월이 지나 수확을 해보니 또 장마가 시작하여 끝이 나질 않는다. 

올해는 창고도 지어져있고 해서 안심이라 했는데 햇볕에 말리지 못하니 또한 걱정이다. 참깨는 꼭 장마철에 수확을 해야하는 복병이다. 

그런데 산비둘기들은 때 맞추어 늘어놓은 참깨가 떨어진 것을 어떻게 아는지 친구들을 불러서 먹고 가면 그만인데 그 정보를 딴 녀석들한테도 알려주나 보다. 천재지변을 무슨 수로 막을소냐 구멍 뚫린 하늘만 쳐다보는 이래저래 나도 이젠 시골 농부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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