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구 작가 ‘소요유(逍遙游): 경계에서 길을 찾다’ 오는 26일까지 전시
장자·노자 등 동양 사상 토대로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연 표현
청성면 합금리 정인아트갤러리서 지난 10일 작가와의 대화 열려

지난 10일 정인아트갤러리서 박준구 작가가 작품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인아트갤러리서 박준구 작가가 작품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다.

굴곡진 비포장도로를 동이면에서 북동부 방향으로 차로 10분 가량 달리다보면 자그마한 건물이 언덕 위로 우뚝 솟아있다. 지난달 8일 개관한 ‘정인아트갤러리’다. 앞에는 금강이, 그 주위로는 국사봉, 철봉산 등이 에워싸고 있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마치 자연에 파묻혀 인간과 자연 간의 경계가 사라진 듯하다. 

박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난 10일 오후 3시쯤 정인아트갤러리에서 박준구 작가의 ‘소요유(逍遙游): 경계에서 길을 찾다’ 시사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전시를 기획한 박준구 작가는 물론, 정인아트갤러리를 운영하는 정인 대표 포함 1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박준구 작가는 “장자와 노자 사상을 저만의 관점으로 작품에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소요유’는 장자의 소요유편에 나오는 동양 사상의 핵심 개념이다. 여기서 소요는 편안하고 한가롭게 거닌다는 뜻으로 ‘산책’의 의미로 쓰인다. 인위적인 구분 짓기를 초월해 만물이 상호교감하고 상생한다는 내용이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한 편의 예고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양한 그림들이 화폭에 담겼는데, 주로 소나무, 백로, 꽃, 물고기, 오리 등 자연의 소재들이 각각 조화를 이루며 작가 고유의 화풍으로 연출됐다. 박 작가는 “자연을 그리기 전에는 사람의 모습을 먼저 그렸다. 자연을 돌아보기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차차 자연으로 눈을 돌리는 단계”라고 전했다. 

박 작가의 그림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림이 알아보기 쉽게 돼 있어 편안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대상들을 캔버스에 왜곡 없이 그대로 재현한 덕이다. 박 작가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여러 이야기들을 할 수 있지만, 대중들이 그런 배경지식 없이도 작품들을 편안히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특정 자연물을 확대해서 부각한다든지, 대지의 여신이 숲 속에 누워있는 모습, 그리스 신화를 연상케하는 날개 달린 말 등은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박 작가는 이에 “직관적으로 봤을 때는 현실적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현실적인, 양가적인 특성이 제 작품에 담겼다”고 덧붙였다. 

박 작가의 작품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을 몽환적으로 연출하는 작가의 방식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색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박 작가는 흰색, 분홍색, 갈색 등 다양한 색깔을 자유롭게 활용하는데, 그중 파란색을 가장 즐겨 사용한다. 그는 “우주의 색깔을 표현하는 데 파란색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흰색으로 여백의 미를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대한 방문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광기(59) 작가는 “시골에는 이런 전시가 별로 없다. 정인아트갤러리를 통해 어린이들이 다양한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아무(52)씨는 “옥천의 천혜의 풍광을 즐기면서 서울에서도 흔하게 접하기 힘든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어 방문하게 됐다. 앞으로 이런 기획이 많아지고 대중들에게도 홍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인아트갤러리는 지난 달 청성면 합금리에 새롭게 둥지를 튼 아트갤러리다. 안남면 화학리 출신 정인 대표가 도시의 주민들과 달리 문화생활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옥천 주민과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열었다. 이번 박준구 작가의 ‘소요유(逍遙游): 경계에서 길을 찾다’는 오는 26일 금요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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