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전 은 작가의 7번째 개인전 ‘Dreaming Life’ (2부) 열려
오로지 독학으로 걸어온 미술의 길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전달하고 싶어

작품 'Dreaming - Spring breeze'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전 은 작가의 모습이다
작품 'Dreaming - Spring breeze'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전 은 작가의 모습이다

전시관 문을 여는 순간 보랏빛 색채의 향연들이 느껴진다. 보랏빛이 주는 힘은 무궁무진하다. 신비롭고 창조적인 것이 창작의 욕구를 마구 샘솟게 한다. 적어도 보라색은, 전 은 작가에게 조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파스텔톤의 보랏빛과 푸른색이 섞인 색채를 따라 그림 속 의미를 느껴보면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자유, 행복, 여유 같은 것들.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전 은 작가의 작품들이다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전 은 작가의 작품들이다

■ 나에게는 친근하고도 예술적 영감을 주는 옥천

구읍 교동 갤러리 카페에서 열린 전 은(56, 충북 영동군) 작가의 7번째 개인전 ‘Dreaming Life’는 청주 가람 신작에 이어 열게 된 개인 전시회다. 구읍 교동 갤러리 카페는 매달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데, 따스한 바람이 부는 5월 어느 날 그녀는 지인 작가의 갤러리를 구경할 겸 구읍에 위치한 교동 갤러리 카페에 들렀다가 그만 그곳에 폭 빠져버리고 말았다. “사실 옥천이란 곳 자체가 저에겐 친근한 곳이에요. 이원에서 저희 어머니가 태어나셨고 옥천에서 학교도 다니셨기 때문인지 옥천이 늘 친근한 이미지로 와닿았거든요. 그래서 작품 전시하려고 이곳저곳 다닐 때 자주 옥천에 들렀는데, 올 때마다 이 풍광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제 고향 풍경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해서, 또 특히 이 구읍은 의미 깊은 곳이기도 하잖아요? 육영수, 정지용 생가가 있기도 하고, 딱 예술인들이 좋아하는 마을인데 이곳에서 전시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더라고요”

7번째 개인전을 열게 된 전 은 작가는 단체전 70여 회 및 각종 아트쇼를 비롯한 2018~2021 대한민국충북미술대전우수상3회 및 특선1회, 2018 대한민국 청원미술대전대상, 2013 파렌하이트 미술대전 장려상 등 2013년부터 꾸준히 경력을 쌓아오고 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영동미술협회 서양화분과위원장, 충청작가회, 평화미술협회, 충청예술초대작가, 청원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명 - '시간 여행 Ⅱ'
작품명 - '시간 여행 Ⅱ'
왼쪽부터 작품명 - 'Dreaming 2', 'Dreaming 3', 'Dreaming 1'
왼쪽부터 작품명 - 'Dreaming 2', 'Dreaming 3', 'Dreaming 1'

■ 혼자 걸어온 길은 창작의 샘물이 되어주었다.

“아버지께서 자유롭게 취미를 즐기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그녀가 창작의 문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이유다. 그녀의 아버지는 예술적인 취미를 즐기셨다. 아버지는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셨고 시를 쓰셨으며 악기도 다루셨다. 아버지의 드로잉 북에는 스케치가 늘 그려져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예술적 영감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충북 영동이 고향인 그녀에게는 주변의 모든 풍경이 그림의 재료들이었다. 숲과 아름다운 자연을 하나하나 관찰하고 음미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워낙 좋아했고, 재능도 있었던 것 같았다. 유년 시절 그림대회를 나가면 상을 계속 타기도 했다. 하지만 전공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취미로 그쳤다. 직장도 미술과 전혀 관련 없는 일반회사에 들어가 근무했다. 그래도 그림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림은 늘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와도 같았으니까. 

그녀가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은 33살 무렵, 한 손에 셋째 막내 아이 손을 잡고 문화강좌를 들었을 때였다. “미대를 나오지 않았고, 오로지 독학했어요. 우연히 영동에 있는 문화강좌를 들었는데, 다양한 그림들을 그리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크레파스부터 시작해서 유화, 아크릴화, 보타니컬 아트까지 5~6년 동안 다양한 분야들의 그림을 배웠어요” 군에서 운영하는 미술 무료 강좌들을 들으면서 다방면의 그림들을 그렸다. 그 후, 대전에서 강좌를 들으러 다니기도 하고 직접 책도 사서 공부도하고 전시회도 다녔다. 재료를 이것저것 사서 여러 방면으로 그려보고 공부도 하다 보니 어느새 작가반열에 올라, 충북미술대전 초대 작가가 되어있었다.

꾸준히 펜과 종이를 놓치지 않았던 것, 혼자서 그림을 공부해온 것, 그림을 진정으로 즐겨왔던 모든 것들이, 그녀의 작품을 발전시켰다. “물론 미대에 가서 전문적으로 기초부터 쌓아 올라갔다면, 탄탄한 실력을 갖추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거예요. 하지만 그 길을 걷지 않고 저만의 길을 걸어온 것이 오히려 창의성을 키워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제 작품이 독창적이라는 평을 많이 받기도 해요”

■ 구상에서 비구상으로 가기까지

보랏빛 색채가 단연 돋보이는 전 은 작가의 그림은 색채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니다.

추상적인 그림과 독특한 질감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는 볼수록 매력적이다. 그림을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면 또 다르다. 전 은 작가는 그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10년 동안은 구상에만 매진하다가, 12~13년 무렵 즈음에 비구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구상은 이 옆에 있는 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해요.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비구상은 이것을 틀어서 그려요. 추상화죠. 비구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같은 맥락이에요. 그런데 비구상은 더 어렵죠. 더군다나 전공하지 않고 비구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더 어려워요. 그래도 공부도 많이 하면서 스스로 열심히 터득해 나가고 있죠. 사실 비구상이란 것도 누군가가 터득한 기술들이잖아요.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저렇게 응용도 하고, 구상이랑은 또 다른 즐거움이에요. 내 생각을 마구 자극하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볼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도 복잡하고 그렇죠”

전 은 작가가 가장 애착이가는 작품 'Dreaming Ocean 1'이다
전 은 작가가 가장 애착이가는 작품 'Dreaming Ocean 1'이다

■ <Dreaming Life> - Dreaming Ocean 1

‘자연’은 그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안식처이다. 이번 전시회 작품들 역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는데, 수많은 자연 중에서도 ‘에콰도르’ 쪽을 여행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 다녀온 여행이 그녀의 그림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그녀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Dreaming Ocean 1>이라는 그림이었다. 그림을 찬찬히 느끼다 보면 몽환적인 느낌과 함께 다채로운 색의 바다, 마치 꽃들을 싣고 있는 것 같은 배,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된 구름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제가 몽환적인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바다인데 바다의 개념을 넘어선 대서양, 그러니까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들은 각기 다르지만, 엄청 원대하잖아요. 이 꿈을 가지고 바다보다 더 넓은 대양에서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 그런 욕망을 표현했거든요. 근데 너무나 크고 아름다운 꿈들인데, 한 곳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거죠. 그래서 사랑, 행복, 희망과 같은 꿈들을 이 배 안에 가득 싣고 어디든지 가고 싶은 마음의 상태를 이 작품 속에 넣었어요” 여객선을 타고 유유히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 지는 노을과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들은 그녀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했다. 바라보면서, 들뜨고 행복한 기분들 가운데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도 들었다. 지난날 살아오면서 이루었던 삶의 가치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현재들을 사색했다. 이 모든 것들을 돌아보니 문득 든 생각은 ‘내 마음의 바다는 끝이 없구나’라는 것이었다. 둥실 떠 있는 마음의 상태와 행복한 마음을 윗부분에다 표현하고, 물 밑에 비췄던 아름다운 배의 느낌은 바다에 표현한다. 나아가고 싶은 꿈들도 계속 연결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그림에 표현한다. 안정감이 있는 그림체와 색채감은 은은하면서도 볼 때마다 새롭다. 깊이감과 두께감이 느껴지는 마티에르 기법은 작품을 한층 더 매력적이게 만든다.

왼쪽부터 '행복한 꿈', '사랑의 기쁨'이라는 작품이다
왼쪽부터 '행복한 꿈', '사랑의 기쁨'이라는 작품이다

■ 소소하지만 행복한 꿈을 그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전 은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직업으로 삼으니 정말 행복했다. 그렇지만, 욕심은 내지 않았다. 일이 많고 온전히 내 그림에 집중을 할 수 없으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그릴 수 없기 마련이기에. “큰 욕심내지 않고, 마음을 비우면서 하고 있어요. 대외적인 일로 바쁜 주변 작가님들 보니까 작품이 안 나오더라고요. 작품에 집중할 시간이 없으니까, 그게 스트레스가 엄청 큰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제가 아무리 유명해진다 하더라도 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따로 비워놓고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한 마디로 균형을 잡는 거죠. 그래서 제가 지금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강의들도 있는데, 할 수 있을 정도로만 하고 있어요. 강의하는 것도 수강하시는 분들이 행복해하시고 하니까 그걸 보고 보람도 느끼고, 의욕도 생기고” 이번 전시회 작품은 그녀에게 ‘자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는 것들 자체가 자신의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했지만, 공모전에서 수상하기 위해서 그리고 싶은 그림만 그릴 수 없는 법이었다. 공모전이 끝난 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외부로부터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니 그림에 마음의 여유가 묻어져 나왔다.

그녀의 꿈은 어떻게 보면 소박하지만 정말 행복한 꿈을 그리고 있었다. 너무 유명해지고 싶지도 않고, 그저 내가 행복한 만큼 그리는 것. 자신의 독립적인 성공보다는 한 여자로서의 행복이 더 중요한 삶. 한 아내의 남편이자 자녀의 어머니로서 가족 구성원을 안정적이게 잘 이루는 것이 제일 큰 행복이라고 했다. 내 중심과 초심을 잘 지키고, 행복한 마음과 소중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 그녀의 꿈이자, 그림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살면서 좋아하는 것들은 언제든지 비집고 나와요” 인터뷰 내내 그림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전 은 작가는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것들이 즐거웠고, 행복했기에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그림을 보며 따라 그리던 어린 시절,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하는 나날이었던 20대를 지나,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 까지 꾸준히 그려온 그림들은 지금, 그녀만의 특별한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작품 'Dreaming Ocean 1'을 바라보는 전 은 작가의 모습이다
작품 'Dreaming Ocean 1'을 바라보는 전 은 작가의 모습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