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 삼청리 소정마을
개인주의 말끔히 씻어내고 함께 뭉쳐 동네 각종 모임을 집약
120평 새마을광장, 어린이놀이터도 마련

옛날 옥천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1989년 옥천신문이 나오기 전 옥천 소식이 궁금하다고요? 옛날 신문을 파헤쳐 그 옛날 옥천 소식들을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검색해보니 다행히 1920년도부터 옥천이란 키워드로 여러 기사가 나오더라구요. 그 중 흥미로운 기사를 찾아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00년 전 과거의 옥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같이 읽어보아요. 

이웃도와 잘 살고 나 잘 살면 부흥되는 우리농촌 집집마다 대문에 써붙인 표어가 인상적인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소정마을의 86가구 606명은 지난 3월말 새마을가꾸기 1차 사업을 끝내고 다그쳐 2차 사업에도 전했다. 

총경지면적 705단보에 과수원, 인삼밭 등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는 이 마을의 각 가정은 비교적 윤택하게 살아와 개인주의 사상이 몸에 밴 탓으로 한데 뭉쳐 집밖의 마을가꾸기는 꿈도꾸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번지르르한 집안에 비해 담밖이 너무나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것을 보다못한 이인종(30)씨 등 마을 젊은이들이 사랑방 화투짝을 찢고 거리로 나서면서부터 마을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 힘으로 새마을을 이룩하자'고 결의, 우선 청년회, 부녀회, 개발위원회 등의 부락조직을 마친 다음 지붕개량자금 26만7천900원과 기금저축 15만5천280원 등 모두 45만3천200원을 모아 지붕 16동을 개량했다. 

이씨 등은 그 뒤 보다 효율적으로 새마을가꾸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새마을전진본부를 설치, 농지개량 생활개선 4H구락부 청년회 등 각종 모임의 기능을 집약시켰다.

그리고 첫 중점사업으로 마을안길확장 하수구설치 새마을 광장 건설, 어린이 놀이터 마련 농로 확장 등 5개 사업을 펴기로 했다. 젊은이들은 무겁고 힘든 일을, 부녀자와 노인들은 가볍고 쉬운 일을 각각 맡아 겨우내 눈비를 무릅쓰고 일터에 나서 전천후 가꾸기식의 작업을 했다. 

이같은 온 마을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난달말까지 두 군데의 마을 안길을 60미터나 확장하고 250미터의 하수도를 완공했다. 또 자체자금으로 16동의 지붕과 담장을 각각 개량했고 골목길 확장 140미터 농로건설 600미터 등과 함께 새마을광장 102평에 석축을 쌓아 현대식 시설을 마련했으며 5평짜리 어린이 놀이터도 만들었다. 

틈틈이 특용작물도 가꾸어 인삼단지 3,4단보와 과수단지 123단보를 일구었고 저녁 늦게까지 과일봉지를 만들고 인삼밭짜리를 짜 가구당 1만8천원씩 수익을 올렸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가구당 2만원씩을 내어 172만원의 부락기금을 만든 다음 허술했던 1차 사업 때의 각종 공사를 보완, 새부락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2차 새마을 가꾸기 사업을 펴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이 짜낸 2차 사업은 마을 안길 확장으로 교량과 암거 4개소를 다시 세우고 농업용수시설관리로 도수로를 고치며 간이급수시설과 빨래터를 만들고 공동변소를 개량하는 한편, 분뇨저장탱크를 시설하는 것. 

마을 사람들은 이같이 방대한 사업에 드는 경비 가운데 80%는 주민 스스로의 노력 봉사와 자재구입으로 메우고 나머지 20%만 정부의 지원을 받기로 결정 자립의식을 드높였다. 지난 4월1일 새마을광장에 모인 온마을 사람들은 2차 새마을가꾸기 사업의 첫 삽질을 하여 어느 곳보다도 나은 새마을을 우리손으로 건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사업장에 나가 구슬같은 땀을 흘리며 곡괭이와 삽을 힘껏 내리치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엔 더할 수 없는 긍지와 기쁨이 가득 서려 있다. 

옥천 =주재웅 기자
경향신문 1972년 4월12일자 기사

기사에 나온 이인종씨는 90년대에도 의료보험조합 대표를 역임하고 옥천고 육성회장, 농지개량조합장에 출마하기도 했다. 새마을운동이 한참 일었던 1970년대 아마 각 지역의 마을에 움직임이 있던 곳을 조명하여 새마을운동의 붐을 일으키려던 기획 기사의 일부분인 것 같다. 과거 정권 차원에서 붐을 조성해 분위기를 만들었던 새마을운동과 50년 후 마을 만들기와 어떤 점에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성찰해 볼 때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의 마을만들기는 유효한 것인가 자문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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