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기능경기 네일아트 종목 3년 연속 수상 지체장애인 현은남 씨
자원봉사에도 앞장,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돌려줘야죠’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네일아트 부문 3년 연속 수상자 현은남 씨가 네일아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할머니 등에 업혀 옥천을 봤다. 어릴 적 봤던 서정리의 아름다운 꽃들이 기억에 남아서일까. 어느순간 집에서 네일아트를 하고 있더라.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손톱꽃’들은 어렴풋이 기억하는 할머니의 등처럼 포근하고 친근하다.   

전동 휠체어와 장애인 콜택시를 두 다리 삼아 옥천에 살아온지 벌써 46년. 읍내 사회적 기업 경리직에 일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네일아트 뿐이다. 남들과 다른 삶에 네일아트는 그저 ‘선물’같았다고. 

이제 기다리는 거엔 신물이 났다. 그래서 네일아트가 좋더라. 내가 노력한 만큼 예뻐지는 정직한 손톱이 좋았다. 현은남(46, 옥천읍 서정리) 씨의 네일아트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취미로 시작한 네일아트는 이젠 그의 모든 삶에 스며들었다. 낮에는 사회적 기업 경리, 일과 후엔 네일아트를 연습하고 공부한다. 힘들 법도 하지만 좋아서 하기에 힘들지 않다고. 작은 손톱 안 현은남 씨가 그려가고 있는 ‘손톱꽃’들을 옥천도서관 앞 사진카페 2월에서 들어보았다.

현은남 씨의 네일아트 작품
현은남 씨의 네일아트 작품
현은남 씨의 네일아트 작품
현은남 씨의 네일아트 작품

■ 장애인기능경기 3년 연속 수상, ‘내가 왜?’

취미로 시작한 네일아트지만 이제 네일아트 없는 내일은 생각할 수 없다는 현은남 씨는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네일아트에 대해 말했다. “원래 제가 네일아트를 좋아해서 조금씩 집에서 취미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3년전에 복지관에서 네일아트 강좌가 생겨서 본격적으로 강사님께 배우게 됐죠” 

실제로 현은남 씨는 복지관에서 알아주는 스타다. 지난 달 29일 열린 충청북도장애인기능경기 네일아트 부문 은상을 수상한 것. 장애인기능경기대회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영예와 함께 작년에는 충북대표로 전국대회에도 출전했다. 대회에 나갔다 하면 수상을 하는 믿고 맡기는 ‘복지관 메달리스트’인 셈이다. 

“장애인기능경기에서 3년 전에 처음 네일아트 종목이 생겼어요. 복지관에서 나가보라고 해서 경험삼아 나갔죠. 수상자로 호명됐을 때 깜짝 놀랐어요” 

뒤이어 현은남 씨는 말을 이었다. “사실 처음에 수상했을 때는 ‘내가 왜?’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어요. 주위를 봐도 저보다 잘하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 이듬해에도 상을 받고, 이번에도 상을 받아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에요. 도대체 내가 왜?”
장애인기능경기대회 네일아트 종목은 약 40분 가량 두 손가락 기준 젤네일과 풀컬러, 그리고 케어를 평가한다. 준비시간 포함 1시간 가량 진행되는 대회에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인 현은남 씨는 불편한 점도 많았다고. “제가 자세를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네일을 받으시는 분이 최대한 편하게 해드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고정된 자세로 할 수밖에 없어요. 몸을 최대한 당겨서 눈을 가까이 붙인 자세로 40분 정도를 있는거죠. 끝나고 나면 어깨랑 허리가 많이 아파요”

■ 복지관에서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파

평일에는 읍내 사회적 기업 경리로 일하고 있는 현은남 씨는 주말엔 자원봉사자가 된다. 복지관에서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싶다는 그는 말을 이었다. “6월에 복지관에서 안남면으로 자원봉사를 나갔어요. 그때 저도 같이 갔죠. 안남면에 계신 어르신분들에게 네일아트, 손톱케어를 해드렸어요”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셨다며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현은남 씨는 말을 덧붙였다. “어르신 분들이 손톱케어만 해도 ‘시원하고 깔끔해서 좋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너무 뿌듯했죠. 보통 농사일을 많이 하시니까 손톱 관리를 따로 하기 힘드시잖아요. 받으신 할머니 한 분은 농사일로 손톱에 물든 게 안  좋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건강이 허락되면 더 많이 자원봉사에 동참하고 싶은 게 현은남 씨의 심정이다. 그러나 매달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을뿐더러 멀리 이동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항상 더 해드리고 싶은 게 제 마음이죠. 간다면 가능한 외곽에 사시는 분들을 찾아가려고 해요. 멀리 사시는 노인들뿐만 아니라 장애인분들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8월에도 읍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자원봉사를 계획하고 있어요”

■ 우리 지역 저상버스는 단 1대, 작은 턱에 가슴은 ‘철렁’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옥천에 살고 있는 지체장애인은 총 2천229명에 달한다. 이는 옥천군 총 인구 대비 약 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치다. 100명 중 5명이 지체장애인이라는 셈. 그러나 이들이 살아가는 우리 지역은 녹록치 않다. 할머니가 업어주던 초등학교 시절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는 현은남 씨는 옥천에서 지체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옥천 시내버스 중에 제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1대 밖에 없을걸요? 항상 장애인 콜택시에 의지하는 편이죠. 그마저도 보조사의 도움 없이는 힘든 실정이에요. 카페를 가거나 식당을 가도 턱과 계단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도록 해놓은 곳은 거의 없어요”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7월 기준 옥천군 시내버스는 총 29대다. 그러나 그중 저상버스는 단 1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전노선을 경유하는 607번이라 면 단위 지역을 오고 가기에는 쉽지 않다.

식당과 상가의 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은남 씨가 ‘사진카페 2월’을 자주 찾는 이유도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고. “저희가 흴체어를 타고 들어오면 가게에 계신 분들이 어떻게 할 줄 몰라 하세요. 서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인 거죠. 그런 상황이 되면 서운한 마음이 들죠. 근데 이곳은 들어오면 사장님이 알아서 의자도 빼주시고, 자리도 잡아주셔서 좋아요”

■ 취미로 시작한 ‘네일’아트, 이제는 ‘내일’을 꿈꿔요.

마지막으로 현은남 씨는 웃으며 말했다. “복지관에서도 많이 지원해주시고, 강사님도 열정적으로 지도해 주셔서 상을 받고, 자원봉사도 하고 있어요. 내년부터는 복지관 다른 분에게 대회 출전을 양보하려고요. 다른 분들도 정말 잘 하시거든요. 저는 이렇게 말했는데 내년 되면 또 나갈지 잘 모르겠네요”

현은남 씨 주위 친구들의 손톱은 항상 알록달록하다.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싶은 그의 마음이다. 작지만 큰 그의 따뜻한 손이 우리 지역을 ‘손톱꽃’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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