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초 1학년 한지우 학생 4월14일 전국노래자랑 방영분에서 인기상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파연주가 한은영씨의 조카, 도율리서 예술농장도 운영

수줍은 듯 아닌 듯 앞니가 빠진 아이는 궁금한 듯 아닌 듯 말을 하다가 멈칫멈칫, 주변을 호기심을 가지고 둘러보고 있었다. 

이 아이에게서 전국노래자랑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모르 파티’(가수 김연자)가 멋진 춤과 함께 나왔다는 것이 당장 연상은 안 되지만, 음악적 재능과 무대 본능은 고모에게서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오는 4월14일 일요일 낮 12시에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 옥천편에서 최연소 참가자인 한지우(안내초 1학년) 학생이 인기상을 받는다는 것을 미리 공개한다.  

한지우 학생은 전국노래자랑 펼침막을 보고, 나가고 싶다고 고모에게 신청해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맨 처음 노래는 ‘아모르 파티’가 아니었다. ‘사랑의 밧데리’를 열심히 흥얼거렸는데 가사도 다 못 외웠을 뿐더러 빠진 앞니 사이로 발음이 자꾸 새 곡을 바꾸었다. 결과는 대 성공. 고모는 지우에게 무조건 가사를 외우라 시키지 않고 뜻을 가르치면서 알려줬다. 

“고민한다는 뜻은 설명을 했는데 ‘방황’이 설명하기 어렵더라구요. 아모르 파티 가사에 ‘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이런 가사가 나오는데 애를 먹었죠. 설명을 해주니까 바로 알더라구요.”

지우의 고모 한은영,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파연주자

고모 한은영(55)씨는 국악이나 동양음악계에서 너무나 유명한 비파 연주자이다.  
한국비파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국립국악원서 독주회도 여러 번 했고, 비파독주곡집을 낸 바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파 연주가이다.  한은영 연주가는 중학교 때부터 가야금을 배웠지만, 집안에서 음악하는 것을 반대해 덕성여대 화학과에 다닐 때도 가야금을 하다가 비파를 배우게 됐다. 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음악학원에서 8년 동안 중국학생들과 동일하게 비파를 배웠고 다시 한국에 와서 중앙대 석사를 거쳐 한양대 음악인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서울대 동양음악연구소 객원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9년 부모님 병환이 깊어지면서 안내면 도율리로 귀촌을 하게 됐고 4남매가 서울과 옥천을 번갈아가면서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4남매 중 비파연주가인 한은영씨와 바로 밑 두 살 터울의 여동생인 금속공예가인 한은미(53)씨는 아예 도율리에서 ‘아르아르’라는 농부와 예술가의 실험공동체를 만들었다. ‘아르아르’는 스페인어로 ‘풀밭에서 놀다, 이랑에서 놀다’는 뜻이란다. 풀밭속에서 놀면서 비파와도 친해지고 우렁이도 보고 연주도 해보고 즐기는 체험, 풀과 함께 자라는 정직한 먹거리를 아르아르농장은 선물한다. 

사실 동생 한은영씨도 언니와 같이 다른 길을 걷다가 예술의 길로 접어들었다. 경기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도서관에서 사서 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금속공예의 길로 뛰어들어 홍대 금속공예과를 졸업했다. 둘 다 예술가적 기질이 오랫동안 잠재되어 있다가 분출되어 비로소 옥천에서 합쳐진 느낌이다. 

옥천은 고향 같은 치유의 공간

“이미 여든 줄에 접어 드신 어머니 아버지가 눈과 귀가 안 좋으시고 퇴행성 질환들이 곳곳에서 나타났어요. 옥천을 지나는 길에 도율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해서 2009년에 거기에 무작정 정착하게 됐지요. 그 때부터 막내 동생 부부가 맞벌이를 하느라 지우 돌볼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 됐다 싶어 고모들이 안내면으로 데려와 돌봐주기 시작한 거에요.”

지우는 고모들의 음악과 공예품을 보면서 집을 나가면 바로 보이는 논과 밭 안에서 감성적으로 자라났다. 그런 지우를 막내 동생 부부가 서울 유치원에 보내려 했을 때 지우는 8개월만에 안내면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자기 의사를 밝혔다. 

“안내초등학교 유치원과 학교가 좋았어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게 좋아요. 언니 오빠들과 음악 공부하는 것도 재밌구요. 친구들이 6명 뿐이라 좀 많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어리지만 또박또박 말을 곧잘한다.

비닐하우스 200평짜리 세 동을 지어놓고 쌈채와 부추를 재배하고 노지 600평에는 블루베리, 매실, 감, 고사리, 자두, 인삼, 대추, 황기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놓았다. 
 
지역 아이들과 비파 연주 삼매경에 행복

안내초와 안내중학교에서 비파를 가르치다가 이제는 아르아르농장에서 직접 평생학습원 두드림강좌를 신청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가르친다. 
 농사를 지으며 지역 아이들과 둥글게 어울려 사는 삶에 너무 만족한다고 말을 한다. 
 “옥천에 사는 것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무엇보다 어머니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많이 좋아지셔서 마음의 시름을 잠시 덜었구요. 시골 농촌이 주는 어떤 치유력이 있는 것 같아요. 공연과 강의도 있어 서울 갈 일이 제법 있지만, 다시 옥천에 돌아오면 무언가 푸근함과 여유가 느껴져 참 좋답니다.”

지우가 부른 노래 제목 ‘아모르 파티’의 의미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지우가 가족 모두에게 노래로 메시지를 던져 준 셈이다. 서울에서 국어교사를 하는 큰 고모와 입시학원에서 일하는 부모님, 그리고 비파와 금속공예를 하는 두 고모,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그들에게 부여된 옥천에서의 운명을 수용하며 사랑하고 있었다.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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