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면 소정리,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카페 이팝
고향 내음 듬뿍. 맛있는 차와 디저트, 산책로와 풍광에 호강

김숙희 대표의 어머니 송규순씨가 카페 이팝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숙희 대표의 어머니 송규순씨가 카페 이팝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사실 수몰이 되고나서 버려진 땅이었다. 

할아버지가 옥천에서 땅콩농사와 깨 농사를 지었을 때 어렴풋이 놀러간 것이 기억날 뿐, 돌아가시고 나서 잊고 있었다. 그 곳에 하얀 이팝나무 꽃이 활짝 피면 좋았던 기억만 간직했을 뿐, 자주 가보지 못했더랬다. 

멋진 대청호 풍광에 그 주변에 카페가 하나둘 들어서고 땅을 팔라는 전화가 많이 왔다. 할아버지가 남긴 귀한 유산을 팔기에는 맘이 걸렸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새로운 이팝나무를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옛날 가난한 선비가 노모에게 흰쌀밥을 지어주고 본인은 부모님 걱정 안 시켜드리려고 이팝나무 꽃을 따와 쌀밥인 척 먹었다는 뜻의 전설을 갖고 있는 이 이팝나무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서 그 마음으로 카페 이팝을 만들었다. 

주변의 이팝나무를 살리고 대청호를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산책로도 만들었다. 커다란 통창을 만들어서 앉는 탁자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대청호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절로 간다. 김숙희(50, 대전) 대표는 그렇게 할아버지의 고향 옥천에 다시 푹 빠져들었다. 

며느리로 옥천에 자주 왔던 김숙희 대표의 어머니 송규순씨도 틈만 나면 같이 와서 일도 거들고 개량한 옆의 주택에서 잠시 쉬기도 한다. 

지난 해 5월 군북면 소정리에 개업한 카페 이팝(EEPOP) 가게 전경.
지난 해 5월 군북면 소정리에 개업한 카페 이팝(EEPOP) 가게 전경.

세련된 외관이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인상의 두 모녀가 카페를 운영하는 모습도 마치 이팝나무의 전설처럼 보기 좋은 가족애가 느껴진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의외로 단골손님이 많다. 한분 한분 맞이하고 응대하는 태도에 고향의 온정이 뚝뚝 묻어난다. 마침 찾아간 14일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지만, 프리지아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는 사람들, 대청호 풍광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등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이야기들이 도란도란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대청호가 훤히 보이는 군북면 소정리에 위치한 카페 이팝은 작년 5월에 개업한 신상카페로 소정리 카페거리의 막내뻘이지만, 주변 카페들과도 경쟁보다는 협력으로 소통을 잘 하고 있다. "바람결이나 카페 프란스 대표님과는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바람결 대표님은 고향이 옥천이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지금은 대전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되도록 옥천으로 이사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37번 옛 국도에 들어서면, 온 계절을 다 느낄 수 있을만큼 예쁜 도로에 빠져들고 있어요. 조금 더 여유를 느끼려고 아예 옥천으로 이사오려고 집을 구하고 있는데 물건이 많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옥천 집을 구하는 중이랍니다”

아메리카노, 자두에이드
아메리카노, 자두에이드
당근케이크, 아인슈페너
당근케이크, 아인슈페너
아메리카노, 대추차, 아인슈페너
아메리카노, 대추차, 아인슈페너

■ 카페 이팝의 주력메뉴는 라떼와 할머니의 대추차

카페 경력은 1년차이지만 홈카페의 경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김숙희 대표는 자연스럽게 카페 주인장으로 스며들었다.  

“학원과 공부방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시절부터 티포트 수집이 취미였죠. 집에서도 다양하게 차를 내려마시곤 했어요. 익숙했던 이 거리가 카페거리가 되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죠. 바리스타 자격증도 취득하고, 카페에서 무급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어요” 현재 이팝나무의 주력 메뉴는 라떼 종류이며, 대표님이 직접 골라 서울과 대전에서 가져오는 디저트 메뉴들도 아주 인기가 많다.  

한편, 겨울에만 팔고 있는 대추차를 찾는 손님들도 제법 있다. 대추차는 김대표의 어머니인 송규순씨가 직접 논산 연산이나 보은에서 자란 크고 예쁜 대추를 사고 다려서 잣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다. 겨울에 카페 이팝을 방문한다면 할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영양만점인 대추차를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표님이 직접 고르고 골라 서울과 대전에서 가져오는 디저트 메뉴들도 자주 찾는다. 카페 이팝 간판의 디자인은 초등학생 조카가 아이패드로 쓱쓱 그린 것을 보완해 만들었다. 

카페의 메뉴만큼이나 인기가 많은 ‘고냥이’도 있다. 다른 이름을 불러봐도 ‘고냥이’에만 반응을 하여 ‘고냥이’가 된 삼색고양이는 간식을 받아먹던 길고양이중에 유독 애교가 많고 잘 따랐다고 한다. 이처럼 카페 이팝에는 할아버지부터 초등생 조카, 고냥이, 이팝나무까지 다양한 이야깃 거리가 구석구석 숨어 있다. 

이팝에서 보는 산책길의 모습
이팝에서 보는 산책길의 모습

소정리 벚꽃길의 카페 거리가 대부분 대청호 풍광이 좋아 드라이브 하다 잠깐 들르는 곳이지만, 카페 이팝은 특히 할아버지의 기운을 받은 주인장의 친절함이 눈에 띈다. 단골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잃어버렸던 할아버지의 유산에 새로운 이팝나무를 심은 김숙희 대표, 그는 이 거리가 옥천의 경쟁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대전 동구 대청호 거리는 지자체에서 아예 관광상품으로 전환하여 많은 볼거리와 주변 경관도 가꾸고 있더라구요. 옥천에서도 이런 자원들을 잘 활용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옥천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옥천에 잘 뿌리내려 많은 사람들에 귀한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카페 이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팝 삼색 고냥이.
이팝 삼색 고냥이.
이팝 삼색 고냥이.
이팝 삼색 고냥이.

 

주소 : 군북면 소정리 133-6
전화 : 043-731-8082 
영업시간 : 11:00 – 19:00 (목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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