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청소년 김서진, 2021년 검정고시를 도전하다
“조급해하지도 말고 각자 자신의 길을, 자신의 속도로 자신답게 걸어가세요”

김서진씨는
김서진씨는 "이 사회가 하나의 정해진 길만 강요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길로 용인하는 사회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로등이 쭉 늘어서 있는 길 위에 여러 동물이 있어요. 가로등은 시간이 지나면 맨 뒤부터 꺼지기 시작해요. 동물들은 어둠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가로등 불빛이 꺼지기 전에 그 앞에 있는 가로등 빛 아래로 서둘러서 가야 해요.

달리던 동물들 사이 한 거북이가 다리를 다치게 됐어요. 그렇게 어둠 속에 남겨진 거북이가 다른 동물 친구들을 만나고 가로등 빛이 아닌 자신의 빛을 찾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진행돼요. 이게 제가 최근에 쓰고 있는 글이에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김서진(22, 읍 마암리)씨는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동화 소설로 글을 쓰고 있다.

■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보는 선택지도 있어요

서진 씨는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2021년에 검정고시를 봤다. 그가 옥천여자중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장래 희망과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과를 적으라는 종이를 반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종이를 받는 순간 그는 당황스럽고 막막했다. 그동안은 코앞에 주어진 숙제나 수행평가, 시험, 인간관계를 해결하는 것에 급급했는데 갑자기 미래의 일을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 종이에는 당연하게 옥천고등학교를 적고 어디선가 들어본 수도권 대학을 쓰고 문예창작과에 가겠다고 종이를 제출하고 나니 의문이 들었다. “왜 그래야 하지?”

지금까지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다니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번듯한 직장으로 취직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였다. 갑자기 스스로 갈 길을 찾으라고 말하니 가슴이 막막해지며 서 있는 바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학교생활로 쌓아왔던 스트레스도 터지면서 방전된 기계처럼 망가졌다. 그걸 계기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되기로 결정했다.

■ “너는 혼자 가는 게 아니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 가족은 서진 씨가 남들과 같은 길을 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힘들어하는 자녀를 지지해 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친구도 있었고, 걱정하는 친구도, 이해를 못 하는 친구도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그가 끝까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를 원했지만 서진 씨는 검정고시를 선택했다.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결정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때 친구가 해준 말이 큰 위로와 용기가 됐다. “너는 혼자 가는 게 아니야. 혼자 가는 것처럼 보여도 다들 각자의 길을 가고 있어. 그 길은 다 동행이야.”

서진 씨는 2021년 8월11일 검정고시를 봤다. 이대로 쉴 수만 없다고 생각했고 “너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덕분이었다. 5년 동안 손 놓았던 공부를 다시 하니까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노력한 만큼 실력이 나와서 검정고시를 한 번에 합격했다. 그는 검정고시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검정고시를 보기 5년의 세월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힘들었다는 감정만 기억나지 그냥 펑 하고 사라져 버린 잠시 무인도에 표류한 쉬는 시간이었다. 서진 씨는 그때의 자신에게 “잠시 방전된 것뿐이니 네가 편하게 생각하는 방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마음껏 보며 시간이 지나감에 조급함을 느끼지 말고 푹 쉬어”라고 전했다.

방전된 기계가 충전되는 속도는 다 다르다. 20분 만에 완충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온종일 충전해야 완충된다. 기계도 제각기 다른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을까. 

■ 에이포 용지에 빽빽하게 적은 진심

서진 씨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에이포 용지 빽빽하게 손글씨로 적어왔다. “길 위에서 혼자 걷고 있는 것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실 주위에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걸음 걷고 있어요. 학교라는 한 장소에 모여서 다 같이 걷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잠시 가는 길이 겹친 것일 뿐 다들 각자의 길을 걷고 있어요.

그러니 외로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도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각자 자신의 길을, 자신의 속도로 자신답게 걸어가세요” 서진 씨는 그 당시에 나였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 생각하면서 적어봤다면서 앞서 자신을 위로해준 친구의 동행 길을 자신의 방식대로 풀었다. 

서진 씨는 옥천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을 때 나 혼자만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것이면 어쩌지 하며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검정고시 시험을 치러 대전 둔원중학교를 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말했다. 한 학급을 꽉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서진 씨는 괜히 쫄았다는 생각했다. 그런 상황을 겪다 보니 서진 씨는 학교에서 검정고시라는 방법을 대놓고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검정고시를 택해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 사회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봤을 때 서진 씨는 “사회는 학교 밖 청소년이든 학교 안 청소년이든 똑같이 청소년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현관문 밖에 있는 나와 안에 있는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니다”고 예를 들어 설명해주었다. 

청소년이 검정고시를 망설이는 이유는 사막의 모래알같이 많을 것이다. 학교 적응, 인간관계, 가족의 반대, 성적,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타인의 시선, 건강 문제, 취직할 때의 불리함 등 잠깐 생각한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서진 씨는 자퇴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을 인용해 전달했다.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그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야” 하고 싶지 않으면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며 고민하는 마음이 있다면 자신에게 물어보고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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