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년, 이원서 카페 쿠키렐레를 운영하고 있는 서순영씨
방부제 없이 건강하게 만든 수제쿠키들은 만드는 즐거움
쇼핑몰 위주로 운영되던 쿠키렐레, 이제는 여럿 단골들이 방문하는 카페로 자리매김

한적함이 내려앉은 그들의 공간을 찾아서

 

다른 날, 다른 곳에서 만난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 옥천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길 이곳 옥천에 찾아든 첫 이유가 카페의 문을 열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었음에도 그들은 결국 카페의 문을 열었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따듯한 공간’이 필요해서, 어떤 이는 누구든 편하게 찾아들 수 있는 ‘문화공간’을 위해, 또 어떤 이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말이다. 카페의 문을 연 그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준비한 이 공간에서 찾아드는 이들 모두가 한적한 여유로움을 느껴보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볕이 따듯하게 내려앉아 날이 좋은 어느 날, 한적한 이곳 옥천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로움을 전하는 그들의 공간을 한 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올해로 10년차 쿠키렐레의 문을 열고 있는 서순영씨. 그는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느끼고 새로운 꿈을 꾼다.

지친 심신에 자그마한 여유가 필요했다. 고향을 떠나 오랜 시간의 서울살이는 피곤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치열했으나 그것은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에 간간히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는 도시에서의 삶도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였을까. 그는 자신의 젊은 시간 대부분을 보냈던 서울을 떠나 고향인 이원으로 향했다. 말하지 못할 가정사도 있었지만, 그와 맞물려 그에게는 쫓고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 일상의 여유로움을 찾고자 함이 컸다. 

그러나 오랫동안 떠나 있던 고향에서의 새로운 시작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간 몸담아왔던 마케팅, MD(merchandiser머천다이저) 일을 다시 시작하자니, 아직 마음의 여유는 부족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었다. 장고의 시간 끝에 그는 오랫동안 취미 삼아 오던 제과제빵을 살려 카페를 열어보기로 했다. 사실 “2~3년이면 다시 서울로 올라가거나, 원래 하던 일을 다시 하겠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지만 서순영(43,이원면 소정리)씨는 어느덧 ‘쿠키렐레’의 간판을 올린 지 10년차, 베테랑이 다 됐다.

매장에는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쿠키를 구워 올려둔다고.
매장에는 하루에 필요한 만큼만 쿠키를 구워 올려둔다고.
방금 갓 구워진 쿠키, 사실 쿠키는 갓 구워졌을때 먹는 것보다 하루가 지나고 먹어야 그 맛이 더 좋다.
방금 갓 구워진 쿠키, 사실 쿠키는 갓 구워졌을때 먹는 것보다 하루가 지나고 먹어야 그 맛이 더 좋다.

 

■ 목표가 아니었던 카페, 이제는 단골손님들도 여럿

사실 처음부터 카페의 문을 열겠다는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 오랫동안 제과제빵을 배웠고 그러한 취미를 살려 그간 몸담았던 상품기획과 마케팅을 겸하며 수제쿠키 쇼핑몰만을 운영하려 했다. 생각보다 반응도 좋았다. 결혼식, 어린이집 행사 등에 들어갈 수제쿠키를 찾는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주문이 많은 날엔 하루에 1천 개 이상의 쿠키를 구워내기도 했다. 물론 대량으로 쿠키를 구워 판매를 한다고 질이 좋지 않다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서 씨가 쿠키를 굽기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쿠키 자체의 질이었다. 오랫동안 연을 맺어온 지인을 통해 얻어온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그의 쿠키에는 방부제 및 색소를 비롯한 몸에 좋지 않은 첨가물들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에 더해 미리 쿠키를 준비해두는 것이 아닌, 주문이 들어오면 2~3일 전에 쿠키를 구워 배송 및 판매 한다. 쿠키는 미리 만들어서 쟁여두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아무래도 카페보다는 쇼핑몰을 위주로 하다 보니 쿠키를 굽고, 포장하고 그것을 보내드리는 데에만 집중을 하면 되니까요. 생각보다 일이 손에 잘 익었어요. 사실 카페를 열었다기보다는 쿠키를 굽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졌다. 카페라고 간판을 내걸었지만, 쿠키를 굽는 작업실 같은 느낌이 더 짙었다. 사실 조금씩 고민을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가늠을 잡지 못했다. 그러한 아중에 지나가던 이들이 “커피도 한 잔 팔면 좋을 것 같다”, “쿠키와 커피가 잘 어울릴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종종 듣다 보니 본격적으로 카페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게됐다.

“고민이 컸어요. 커피머신도 매일 커피를 마시던 습관이 있으니 제가 마시려고 들여온 거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종종 이야기를 하시니,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내리고 여러 음료들을 함께 만들고 있더라고요. 1~2년 정도는 아는 분들만 아름아름 찾아오셔서 커피를 한 잔씩 하시곤 했는데 지금은 주변에서 많이 찾아오셔서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드시고 가세요.”

카페의 문을 연지 어느덧 10년, 이제는 인기 메뉴도 여럿이다. 당연히 쿠키와 잘 어울리는 아메리카노(3천원)는 꾸준히 인기가 좋고 최근 들어 인기가 좋은 메뉴는 생강라떼(4천원)다. 날이 추운 겨울철 특히나 인기가 좋았다고. 거기에 더해 레몬, 자몽, 대추로 직접 만든 수제차(4천원)도 이제는 쿠키만큼이나 쿠키렐레를 대표하는 메뉴가 됐다. 처음에는 음료를 함께 준비한다는 것이 걱정이었는데 어느덧 단골손님들도 여럿 맞이하는 베테랑이 다 됐다.

이원면 건진리 이마트24 옆에 위치한 쿠키렐레
이원면 건진리 이마트24 옆에 위치한 쿠키렐레
쿠키렐레 내부
쿠키렐레 내부
각양각새의 수제쿠키들은 행사답례품으로 인기가 좋아 많으면 하루에 1천개 이상도 구워낸다고.
각양각새의 수제쿠키들은 행사답례품으로 인기가 좋아 많으면 하루에 1천개 이상도 구워낸다고.
메뉴판
메뉴판

■ 경험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

카페를 운영하면서 당연히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이원초, 이원중, 옥천상고를 나온 이원 토박이지만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있던 탓에 다시금 돌아와 적응을 한다는 어려움이 컸다. 그리고 여러 말 못 할 이유들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때문에 이곳 이원에서 마음을 다잡는 데에만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게다가 쇼핑몰을 운영하며 매출이 한창 오르던 시기에 대형카페와 상호명에 대한 분쟁도 겹쳐 유난히 힘들고 지친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경험이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기에. 

“처음에는 고민이 컸어요. 주변에서는 길어야 2~3년이면 다시 서울로 돌아올 것이라고도 말을 많이 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저만의 운영방식과 요령이 생기고 이제는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상품을 만들고 그것을 판매하기 위한 기획을 주로 생각했던 그에게 이제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홍차와 같은 차 전문점을 차려보겠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찾아들어 달콤한 쿠키와 함께하는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말이다. 그는 다시금 찾아든 고민의 시간을 지나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었다. 

“사실 무언가 특별한 계획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저 오늘 하려 했던 일들을 마무리 하고 스스로에 대한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잠들기 전 후회가 없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새로운 목표가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늘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제는 하루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고 있다는 것이겠죠?”

주소 : 이원면 묘목로 112
전화 : 070-7765-4849
영업시간 : 오전9시30분~오후6시(매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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