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동씨
한정동씨

택시기사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무엇인가? 대개 하루종일 운전석에 앉아 택시를 모는 모습 혹은 역이나 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정적인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한정동(54, 옥천읍 대천리 대골)씨 또한 개인택시를 몰고 있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반전매력이 숨어있다. 깔끔한 머리스타일에 멋들어진 항공잠바를 입은 그의 모습은 여느 택시기사 같지 않다. 그는 놀랍게도 그냥 걷기만 해도 땀이 뻘뻘 나는 장령산 초입 용암사 업힐을 단숨에 올라간다.

군살 하나 없는 다부진 몸매는 자전거로 다져진 몸매일 거라는 추측이 들게 했고, 무언가 힙한 옷과 여유로운 말투에서 음악가적인 기질이 엿보였다. 
한정동씨의 반전매력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기 위해 그가 택시를 타고 항시 대기한다는 옥천역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택시기사로 20년 

옥천에서 약 20년간 택시기사로서 일해왔다는 한정동씨는 원래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한정동씨가 다니던 회사에서 폴리에틸렌으로 인한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한정동씨 역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큰 사고로 번지지 않아 부상자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한정동씨는 사고 당시 근무날이 아니었기에 사고를 직접 겪진 않았다. 하지만 당시 사고 소식을 들은 한정동씨는 ‘돈도 돈이지만 너무 위험해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고 후 한 달여간 수습을 도운 후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한정동씨는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알아보다 ‘옥천택시’라는 택시회사에 취직하게 되면서 택시기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3년 반여간의 옥천택시의 기사로 일하던 한정동씨는 당시 4천만원의 돈을 지불하고 개인택시를 운영하기 시작, 현재까지 개인택시를 운용하고 있다.  

■ 용암사를 500번 오른 수준급 자전거 라이더 

택시기사가 대부분 차 안에서 운전만 하는 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정동씨는 자전거 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1년중 겨울을 제외하고는 항상 자전거를 즐겨타곤 한다. 한정동씨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여년 전, 지인이 추천해주면서라고 한다.

1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왔음에도 장비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았던 한정동씨는 10여년 전 약 65만원에 구매한 자전거를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다. 한정동씨가 운동겸 자주 찾는 코스는 바로 용암사.

가파른 언덕길로 인해 ‘어떻게 자전거로 저길 올라가나’ 싶겠지만 한정동씨는 이 길을 무려 500번이나 오르내렸다. 500번. 상상도 할 수 없는 횟수다. 어떻게 횟수를 다 기억하냐고 하겠지만 한정동씨는 매번 용암사를 오를때마다 그 횟수를 공책에 기록해 왔다고 한다. 어떻게 500번이나 오갈 수 있었냐며 놀라자 한정동씨는 웃어 보이며 “그냥 좋아서 다니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근데 500번을 다녔어도 매번 새롭고 매번 힘들어요”라고 답했다.   

직장인밴드 ‘향수밴드’가 합주연습을 하고 있다.
직장인밴드 ‘향수밴드’가 합주연습을 하고 있다.

■ 함께해서 더 즐거운 ‘향수밴드’ 

한정동씨는 현재 직장인밴드, ‘향수밴드’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평소에 기타를 연주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정동씨는 집에서 틈이 날 때마다 혼자 기타를 연습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배울 돈도 없고 가르쳐줄만한 사람도 없다 보니 그저 집에서 혼자 연습해왔다.

그러던 중 같은 아파트에 이웃으로 거주하던 김욱성씨로부터 밴드활동을 해볼 것을 제안받은 것이 불과 3~4년 전의 일이다. 당시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그래서 더 자신이 없었던 한정동씨는 이를 강조하며 거듭 거절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가르쳐주겠다. 같이하자”는 계속되는 요청에 못이겨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관성회관 야외공연장에서 공연도 해보고, 당시 밴드부원들과의 인연 또한 현재의 ‘향수밴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재 한정동씨가 활동하고 있는 향수밴드는 회장 겸 리드기타를 맡고 있는 김성환씨와 총무 겸 세컨기타를 맡은 한정동씨를 포함해 드럼, 리드기타, 세컨기타(2명), 색소폰까지 6명으로 구성된 밴드이다.

최근에는 옥천신문에 줄광고를 내어 보컬과 키보드 연주자와 같은 새멤버를 추가로 모집하고 있다. 향수밴드의 멤버들이 대개 많이 연습하고 맞춰보는 곡이 몇 곡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곡들이 바로 혜은이의 ‘열정’, 박상철의 ‘무조건’, 박구윤의 ‘뿐이고’이다.

멤버들의 실력도 수준급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주 모여 연습하며 맞춰보지는 못하지만 한달에 한 번, 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김명성씨(안내면 동대리)의 집에 모여 모임도 가지고, 합주 연습도 한다. 자주 모여 맞춰보지 못하는 만큼 개인의 연습량 또한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한정동씨 또한, 집에 따로 구비해둔 통기타로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비록 앞으로의 공연이나 이렇다할 활동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함께 모여 연주하고 연습하는 것이 즐겁다는 한정동씨. “사람이 살면서 단순히 이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를 통해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미도 마찬가지예요. 자전거든 음악활동이든 나 혼자 해서 좋고 힐링받는 것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서 더 좋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의미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연습하고 합을 맞춰야만 할 수 있는 밴드 활동이 저에겐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한정동씨의 얼굴엔 힘든 시기에도 좋아하는 활동을 할 수 있어서인지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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