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고등학교 신임 학생회장 김예빈씨
"학생 중심으로 돌아가는 학교 만들고 싶어"
테러, 난민 등 국제문제 해결에 관심

지난해 12월24일 청산고등학교는 새 학생회 임원진을 선출했다. 양세진 학생회장, 복현수, 이경빈 부학생회장에게 올 한 해 청산고를 어떻게 끌어갈지 물어봤다. 다음은 세 명의 인터뷰다. 

청산고등학교 학생회장에 당선된 김예빈씨

“초등학교 때부터 선거란 선거는 다 나갔어요”
청산고등학교의 올해를 이끌어갈 신임 학생회장 김예빈(19)씨를 만났다. 김예빈씨는 삼양초등학교와 옥천여자중학교를 거쳐 지금의 청산고등학교에 오게 되었다. 김예빈씨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출마하지 않은 임원 선거는 없다. 임원 자리를 왜 좋아하냐고 묻자 “앞장 서서 하는걸 워낙 좋아한다”며 웃어 보였다. 학생회장의 리더십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 학생과 소통하는 학생회장 되고 싶어

2021년 12월24일, 김예빈씨는 회장으로 출마한 후보 4명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회장이 되었다. 김예빈씨가 크게 내세운 공약은 ‘소통’이었다. 선생님과 학생 간의 소통 문제도 중요하지만, 학생회장과 학생 간의 소통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학생 중심의 학교를 만들고, 코로나19로 정체된 분위기를 서서히 풀어나가고 싶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청산고등학교는 김예빈씨가 입학한 이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제대로 된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서 행사를 즐기고 싶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예빈씨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 체육대회, 축제 등의 행사를 기획해보고자 한다.

회장이 된 김예빈씨에게 학생들이 직접 요구사항을 드러내기도 한다. 청산고등학교에는 8, 9교시와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있다. 8교시 이후 수업은 모두 선택사항이지만, 그 실상은 다르다. 야간 자율학습의 경우 학교로 오는 교통편이 늦은 시간까지 원활하지 못해 강제할 순 없지만, 보충수업을 위해 개설된 8, 9교시 수업은 아예 연장 수업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대다수다. 수업의 연장선으로 8, 9교시가 이용되면 학생들 처지에서는 참여할 수밖에 없고, 학교에서도 권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김예빈 씨에게 방과 후 수업 자율화에 대한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 수업이 아닌 다른 활동으로 방과 후가 채워져 진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김예빈씨는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 고3의 벽, 힘든 시기는 지나간다는 생각으로

김예빈씨는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한국의 입시제도 특성상 고등학교 3학년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기이다. 하지만 김예빈씨의 마음가짐은 다르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 하고 싶어지는 게 너무 커서, 어차피 지나갈 거 즐기려고 해요. 사실 가장 힘든 시기는 입학 이후부터 작년까지였던 것 같아요” 김예빈씨는 중학교 때까지 옥천에서 학교생활을 했고, 청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은 고등학교 생활이 처음이었다. 청산고등학교를 입학할 때, 옥천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없이 홀로 시작해야 하는 학교생활에 부담감과 두려움을 많이 느꼈다. 학교에 아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 혼자라는 느낌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입학 후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야 같은 학교에서 온 친구들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 친구들과 가장 친해져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즐기려고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 문제를 해결하는 힘, 세상을 넓게 보는 방법

김예빈씨는 옥천읍 양수리에 거주 중이다. 양수리에서 학교까지 통학하려면 1시간 10분 동안 버스를 타야 한다. 아침 8시30분까지 등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늦지 않으려면 6시30분 버스를 타야 했고, 학교에 도착하는 것은 7시30분 즈음. 안 그래도 피곤한 학교생활에서 1시간이 낭비되는 것은 김예빈씨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불편한 교통환경에 대해 군에 민원을 여러 번 넣었지만, 버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금 김예빈씨는 청산고등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 생활에서도 불편한 점은 여럿 생겼다. 기숙사 내부에 비치된 책상은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너무 불편했고, 세탁기는 오래되어 사용하기가 불편했다. 김예빈 씨는 기숙사 내부의 문제점을 찾아 학생들과 함께 건의했고, 기숙사 생활이 1년 반 정도 되어가는 지금 학교에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주어 기숙사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시설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학년이 함께 쓰는 구조의 기숙사 생활을 불편해하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올해부터는 같은 학년끼리 생활하는 구조로 바뀐다고 한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김예빈씨는 ‘학생 중심의 학교’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김예빈씨는 학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입장이 충돌하는 곳이다 보니 학생 수가 적은 상황에서 학생의 힘이 세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생님들이 해주시려고 마음을 먹어서인지 문제가 해결되긴 하더라고요”. 김예빈씨가 공약으로 ‘학생과의 소통’을 내걸게 된 배경에는 학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김예빈씨의 목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꿈이 뭐냐고 묻자 “아직 꿈은 없지만 가고 싶은 학과는 국제학부에요.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서요. 테러, 난민 같은 국제적 문제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예빈씨에게 세상을 넓게 본다는 것은 ‘문제점을 찾아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학생으로서 학교생활에서 느낀 문제와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김예빈씨는 세상을 넓게 보는 법을 함께 배우고 있다. “제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제가 원하는 게 친구들에겐 아닐 수 있으니 친구들이 원하는 걸 해주고 싶어요”.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예빈씨의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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