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5년 차 부활원에 몸담고 있는 백상기 사회복지사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만나오며 느낀 그간의 경험과 시간을 전하다
“그들의 일부 모습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넓고 깊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올해로 15년, 부활원에 몸담고 있는 백상기 사회복지사
올해로 15년, 부활원에 몸담고 있는 백상기 사회복지사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도 아니라는 그가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째서였을까. 사실 사회복지사로서 거대한 포부와 부푼 꿈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가치’가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그 안에서 ‘보람’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언제나 세밀해야 하며 귀를 열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사회복지사다. 그는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는 손길을 단발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 꾸준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싶었다”고 말이다. 

그가 이곳 부활원을 택한 것 역시 원대한 뜻이 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곳에서 15년 차 베테랑 사회복지사로 자리 잡고 있다. 15년이라는 시간, 수많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말한다. “정신지체장애인분들과 나누는 이야기에 대화의 기술이 필요하진 않아요. 다만 그것을 끝까지 듣는 경청이 중요하죠”라고 말이다. 

날은 차지만 하늘이 깨끗한 어느 날 오후. 부활원 정문에서부터 반갑게 맞이한  백상기(44.대전) 사회복지사를 만나 그간 사회복지사로서 활동해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 그럼에도 사회복지사의 일은 ‘경청’이다

부활원에는 현재 148명의 정신지체장애인들이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그들을 ‘생활인’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이곳에서 ‘자기결정’을 할 수 있는 감정의 표현을 배우고 여가 및 취미생활, 정신재활을 통해 오랜 시간 지니고 있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생활인들의 원활한 생활을 위해 사회복지사, 간호사를 비롯한 37명의 구성원들은 하루 24시간 그들의 곁을 지킨다.

“사실 저희도 전문가는 아니죠. 당연히 정신과 전문의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저희는 늘 같은 공간에서 생활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속적인 대화를 시도하고 있죠. 때문에 저희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경청의 자세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다. ‘정신장애’는 사실 감정 조절이 쉽지 않다. 때문에 오래전에는 그들을 기피하고 멀리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에서야 정신건강에 대한 이슈화가 이루어지고 정신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보가 공유되고 있으나, 대부분 5~70대로 구성된 생활인들은 이미 여러 곳에서 많은 상처를 입었다. 때문에 그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겠으나 그들이 오히려 멀어지려 한다면 시간을 두며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에 집착을 하기도 하며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들은 이미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복지사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규정하는 것이 아닌, 일단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어째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일이다.

“종종 사회복지사들이나 자원봉사자들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실 때도 있으시죠. 과거 저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을 하셨을 수도, 혹은 비슷하게 보여서 그러셨을 수도 있죠. 이미 그것을 알고 있는 저희들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당연히 수용을 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받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을 전하는 과정에  그런 일들이 있으면 힘든 건 사실이니까요.”

그는 말했다. “저희도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죠”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그들 역시 순간순간 감정이 소비되고 종종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진 않는다.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들을 느낀다. 새로운 시야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들은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자 가치가 있는 일들이다. 

 

■ 그들이 반드시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단편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일종의 오해들이 있다. 그들 역시 언젠간 사회로 돌아 가야한다는 시선과 언제쯤 경제적, 사회적 독립을 이룰 수 있겠는가에 대한 시선들이다. 사실 그것은 쉬운 일들이 아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만성정신장애인’분들입니다. 초기 환자분들이 아니죠. 부활원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만성이 되신 분들이에요. 때문에 이분들의 사회복귀도 중요하겠지만 현재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 것에 집중하며 유지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때문에 ‘왜 퇴소를 하지 않지?’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야 하는 거죠.” 

사실 퇴소를 한다는 것은 밖에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주거 공간의 마련, 경제적 활동 등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며 하다못해 최소한 마트를 다녀오고 관리비 고지서를 확인하고 스스로 납부를 할 줄 알아야 하는 등 요구되는 항목이 여럿이다. 때문에 이미 만성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이 다시금 사회로 돌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벗어나 얼마 후에 다시 돌아오는 이들도 여럿이다. 

이에 다양한 업체를 확인하며 이들의 경제적 활동을 위해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들 중에서는 ‘작업지도원’이라 불리우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을 9단계의 경제적 능력 등급을 나누어 추후에 그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제적 능력, 그것이 사회적 활동과 직결이 되기에 이에 대한 기반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고 그 시스템의 순환과 형성이 진정한 사회복귀 과정의 시작인 것이다. 비록 시간을 조금 더 걸릴지라도 말이다.

그는 “작은 것에서도 변화가 느껴진다면 그것은 분명 변화겠죠”라며 자그마한 변화의 중요성을 힘을 주어 말했다.

 

부활원 전경
부활원 전경
부활원 전경
부활원 전경

■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노력하고 싶다

전국 59개의 정신요양시설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구성은 그들에게 어떻게 접근을 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지도를 하냐의 차이가 있을 뿐, 프로그램의 뿌리는 같다.

어떻게 여가 및 취미활동을 제공하고, 정신재활치료를 어떻게 진행할 것이며 더 넓게 그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일맥상통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이 “내가 이 활동을 하면 짧게라도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힘들었다면 이곳에서는 18~19시간으로 그 불편한 시간이 줄어들게 하는 것. 그 안에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백상기 사회복지사는 강조했다.

“사회복지의 영역은 사실 굉장히 넓습니다.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분야들이 있죠. 하지만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서비스가 누구보다 질이 높다고 평가를 할수 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저희들의 노력으로 자그마한 변화가 생긴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보람이죠.”

그는 말했다. “사회복지사가 없으면 생활인들이 아무것도 못 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지역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는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생활인들과 원활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길 소망했다. 어떠한 방식이든 좋다. 마음이 이곳으로 향해 꾸준히 방문을 하고 얼굴을 익히며 그들의 마음을 열길 원하는 뜻이 있다면 누구든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고, 누구든 후원자가,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다. ‘집’에서 그들을 돌보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몫이라면 집 밖에서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역할은 지역사회와 함께 걸어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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