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토박이 38살 환경노동자 조성수씨의 청년살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낮과 밤이 송두리째 뒤바뀐다는 것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악취가 진동하고 무게가 나가는 쓰레기 더미를 날라야 한다. 때로는  검은 비닐에 쌓인 깨진 유리와 날카로운 칼날을 모르고 훅 집아 생채기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와 동료들이 하루종일 쌓인 쓰레기 더미와 재활용 물품을 매일 나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도 모르게 깜깜한 밤과 동틀 무렵까지 보이지 않게 애쓰는 사람들이다. 38살 청년 토박이, 환경미화원 벌써 5년 차 조성우씨를 만났다.   

그는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난다. 3시 반에 차고지에 도착, 4시 반에 업무를 시작한다.

조성수(38) 씨는 지난 2018년부터 옥천읍내 청소를 담당하는 한일개발에서 일하고 있다. 여러 일을 하다 결국  환경미화원이 된 조성수 씨는 이젠 휴일에도 새벽같이 눈이 떠진다.

어렸을 적엔 옥천읍 신기리, 지금은 양수리에 사는 조성수씨는 삼양초, 옥천중, 옥천상고를 나온 옥천 토박이이다. 

대전보건대 컴퓨터정보학과에 진학했지만 군 제대 후 충북도립대 사회복지과로 새로 진학했다. 어렸을적 조부모와 함께 살았고 어르신들을 좋아하는 터라 노인재가에 관심이 많았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옥천꽃동네 성모노인요양원에 취직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적성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짧은 방황의 시기가 있었지만, 이내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 오전 두 시 기상, 오후 6시 취침

보통 현장에서 새벽 4시 반에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 시작 시간보다 훨씬 일찍 와 동료들 차의 시동을 걸어놓는다. 조성수 씨 뒤로 7명의 후임이 있지만 나이는 두 번 째로 어리다. 원채 여유있게 준비하는 것이 편한 조성수 씨는 여전히 궂은 일을 자원한다. 읍내를 담당하는 조성수 씨와 동료들은 새벽같이 나가야 한다. 외각 부근은 주간으로 운영이 된다. 토요일은 2개 조, 일요일은 7개 조로 나누어 쉰다. 이번 주는 토, 일요일 모두 근무조가 걸린 조성수 씨에게 휴일은 없다. 특별한 민원이 없으면 정오에 일이 끝나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지만 일이 끝나면 쉬는 것이 최고라고.  

 

■ 조성수씨의 콘솔 게임 사랑

고된 하루일과를 지탱해준 것은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콘솔 게임기(컴퓨터 게임과 달리 별도 장치와 팩이나 에스디카드 등으로 하는 게임)였다. 오래전부터 모아온 게임기는, 이젠 방 하나를 가득 채웠다. 한국 토종게임기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잇는 빨간 팬티 모양의 대우 재믹스 게임기 부터 최신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게임기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급격하게 오는 피로감과 일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도 오래간만에 옛날 게임기를 잡으면 추억이 방울방울 그를 추억의 세계로 안내한다. 

“한국에 나온 게임기는 다 있어요.” 이런 지친 조성수 씨도 게임 이야기라면 눈이 반짝거린다. 어릴 적 대우전자에 다니던 어머니가 사준 게임기 재믹스가 그의 게임기 사랑의 시작이었다. msx 최초의 PC, ‘패미컴’, 국내에 열 몇 대 남았을 거라는 ‘재믹스’도 가지고 있다. 최초의 vr게임기라는 ‘버추얼보이’도 있다. 집에 게임용 방이 따로 있다고 말하며 사진을 보여주는 조성수 씨는 인터뷰 중 가장 즐거운 표정이었다. 환경미화원 일을 위해 대형면허를 따고자 집에 있는 레이싱 휠을 이용하기도 했다. “앞으로 나오는 게임기 역시 될 수 있으면 전부 사고싶다”며 게임기 사랑을 밝힘과 동시에 요즘은 힘들어서 3주에 한 번이나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 새벽의 거리에는 언제나 환경미화원이

겨울에는 땀에 마스크가 얼고, 여름에는 온 몸이 젖어 무겁다. 검은 봉투에 들어있는 바늘과 칼에 찔리기도 한다. 힘든 나날에도 보람이 없지는 않다. 조성수 씨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시간은 재활용 수거차로 읍내를 한 바퀴 돌아왔을 때다. 한시적이지만, 깨끗해진 거리를 보면 힘들었던 새벽을 보상받는 기분이다. 조성수 씨가 보람을 느끼는 점은 또 있다. 추운 새벽의 거리를 청소하다보면 쓰러져있는 주취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을 만난 조성수 씨는 주소를 물어 집으로 귀가시켜주거나 경찰서로 데려가준다.

“경찰분들이 고생을 해주시지만 늘 거리에 나와계실 수는 없잖아요. 저희는 새벽 언제나 거리로 나와요. 언제는 허름하게  옷을 입으신 어르신이 목발을 짚고 힘들게 걸어오시더라고요. 달려가서 무슨 일인지 여쭤봤더니 ‘아들래미가 날 팔려고 해’ 라고 말씀하시는데, 잘 들리지도 않고 치매기가 있으신 거 같아서 제가 바로 엎고 경찰서로 달려갔죠. 경찰서 문이 닫혀있어서 막 두드렸더니 숙직 중이신 경찰분이 나오시더라고요. 나중에 연락이 와서 들어보니 어르신이 치매가 심해지셔서 요양병원에 보낼까 하는 걸 듣고 어디에 팔아버린다고 이해하시고 도망쳐 나오신 거더라고요.” 

환경미화원 뿐만이 아닌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조성수 씨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 근무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차를 세우고 쓰레기를 수거 할 때 뒤에서 경음기를 울리는 차들이다. “어쩔 수 없이 멈춰서 쓰레기를 수거해야하는데, 본인들 갈 길만 급하다고 빵빵 울려요.” 조성수 씨는 이런 부분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쓰레기수거차량 뒤에 ‘공무 수행 중입니다’ 같은 스티커를 붙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정년까지 계속 일하려고요. 정년 후에는 제 게임기를 이용한 카페를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조성수 씨는 만족스러운 직장에서 정년을 맞이할 계획이다. 수집품인 게임기를 이용한 카페를 만들 계획을 종종 떠올린다. 오락실이 사라진 옥천에는 귀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는 그래도 들어오려고(환경미화원) 하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어르신들에게의 인식은 아직 많이 모자라죠.” 세대를 거쳐 나아지는 환경미화원의 인식에 요즘은 젊은층에서의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취미를 이해해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조성수 씨의 가장 큰 고민은 인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이다.

최근 환경미화원이라는 명칭보다 각 지자체에서 '환경공무관'이란 명칭을 앞다퉈 쓰고 있다. 우리 모두가 버린 여러 쓰레기들을 분류하고 가져가는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우리가 사는 고장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청년 조성수씨가 지역에서 귀한 일을 하면서 머물고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그런 그가 원하는 일들을 이루어 지역에 더 깊숙하게 뿌리내리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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