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오백리길’인 줄도 모르고, 우린 우리가 이 길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마냥 신났다. 이 길의 끝에는 처음 보는 마을이 있을 것이라는 둥 엉뚱한 대화를 나누며 계속 걸었다. 길 옆에는 단단하게 얼어버린 물과 차가움을 버티고 선 나무들이 가득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걸었다. 걷는 속도가 달라 친구는 벌써 저 멀리에 가 있었다.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찬 바람이 두 세번 강하게 불어온다. 

추위가 당연했던 시기가 지나니 몇 번의 찬바람도 얄밉다. 이 시기가 되면 “봄이 있을 자리에 겨울이 있다”며 혀를 차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역시 겨울과 봄 사이의 애매함은 늘 겨울 탓이다. 그 애매함의 끝엔 봄이 있다는 걸 모르는 지, 겨울을 많이도 미워하더라. 그래서 난 겨울에 더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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