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돈 안 되는 청소년 협동조합 창립멤버가 된 이유
청소년 문화 활력소가 될 청소년 협동조합 창업기

편집자주_ 다양한 학교와 학년들로 구성된 청소년들이 모인 협동조합 총회가 1월29일 토요일에 열렸다. 청소년들이 태어난 이후 처음 맞는 창립총회인 만큼 긴장한 기색이었다. 나는 그 속에 앉아 있었다. “대학생이 무슨 협동조합이야? 취업이나 준비해야지!”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마음 속에 작은 꿈 하나가 이 일을 계속하도록 했다.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가 청소년 자치 공간 사업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가 청소년 자치 공간 사업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 대학생이 협동조합에 참여하게 된 이유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참여했던 때가 대학교 2학년이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도 아는 것 없고, 내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몰랐다.
사실 나는 학교선생님들과 부모님에게 사기 당했다. 주변 어른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생 때는 공부만 하는 거라고, 공부해서 대학교 들어가면 다 해결될 거야.”라고 말했다. 근데 사실 대학교에 와보니까 그러지 않았다. 잘 되기는 개뿔. 오히려 취업 준비에 바쁘고, 남보다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남은 숙제가 있었다. 바로, 청소년기에 풀지 못했던 정체성에 대한 문제였 “내가 누구인가?”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할까?”라는 문제를 풀었어야 했다. 이제부터 그 답을 에세이에 천천히 풀어가고자 한다.

중학교 시절에는 기자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지식을 잘 전달하는 교사보다는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청소년기를 지나는 학생들은 자기 자신과 친구관계 그리고 이성관계에서 혼란이 많을 때이다. 나는 이런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도울 수 있는 교사가 바로 보건교사라고 생각했다. 

사실 보건교사가 되려면 우선 교직이수가 가능한 간호학과에 입학해야 한다. 또한, 간호학과내에서 5~10%만 해당 되는 교직 이수자가 되어야 한다. 교직 이수자로 선발되기 위해 2학년 1학기까지는 열심히 공부만 했던거 같다. 교직 이수자가 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떨면서 공부했던 시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대망의 2학년 2학기에 교직 이수자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얼마나 기쁘던지. 내가 꿈꿔왔던 교사가 되기 위한 큰 산을 넘어 기뻤다.

이제 수고했던 나에게 보상하고 싶었다. 이제 공부는 정말 정말 아주 아주 쪼오오끔만 하겠다고 말이다. 이제는 나를 찾겠다고,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더 자세히 알아가보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를 참여한다는 것은 그 과정 자체로 큰 의미였다. 이 과정이 힘들고 빈번한 실패를 하더라도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알고 싶어 했던 나에게만큼은 정말 그 과정이 큰 의미였다. 그래서 이렇게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청소년 협동조합의 가치 변화와 이름의 변천

우리 협동조합의 이름은 원래 '함께살이'가 아니였다. '틴에이저 어스'였다. 어벤져스 같은 느낌을 주는 이름이었다. 청소년들끼리 자기주도적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그렇게 지었다. 

그런데 청소년들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고 프로그램을 짜다보니 청소년 홀로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질 좋고 풍성한 프로그램과 운영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협동조합이 가지는 가치관이 바뀌니 이름도 바뀌었다. '함께살이'로 말이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로 바뀌었다. 이렇게 학년, 성별, 지역, 학교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바로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을 말이다.

■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과정들

협동조합은 함께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동체를 말한다. 협동조합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조합원의 행복한 삶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자 하기 보다는 조합원들의 행복에 목표를 둔다.)

우선 우리는 2021년 10월부터 발기인을 모집했다. 발기인은 협동조합에 뜻을 같이하고 설립을 주도하는 사람이다. 노력, 시간, 자금을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인가를 확인해야한다. 

처음에는 5명이 모였었다. 고은비(대전대성여고, 17), 정효비(충남대학교, 21), 박하나(옥천여자중학교, 17), 오채은(옥천여중, 14), 장재원 선생님(꿈꾸는 배낭, 40)이 모였다. 이렇게 5명이서 정관(스스로 만든 협동조합 규칙)과 사업계획서 수지예산서를 작성했다. 그 과정에서 협동조합 팀원(설립동의자)들이 점점 모였다. 김성혁(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 19), 박현빈(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 19), 그리고 1월 초등학생 친구 고단비(장야초등학교, 12)도 협동조합에 들어왔다. 이렇게 8명에서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를 만들게 되었다.
정관에서 협동조합의 이름과 협동조합의 목적, 출자금, 이사회, 임원, 발기인을 정했다.

청소년 협동조합의 이름을 정하고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함께살이 협동조합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활동을 통해  청소년이 지역사회의 한 주체임을 선언한다. 또한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와 함께 스스로 펼쳐나가는 활동과 청소년 공간 조성 및 운영을 통해 청소년 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출자금은 일 만원으로 정했다. 조합원 대다수가 청소년임을 고려하여 경제적 부담은 낮추되 협동조합에 대한 진입장벽을 만드는 가장 좋은 출자금액은 일 만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는 발기인들이 모여 회의를 한 후, 역할을 나누어 작성했다. 청소년 자치공간사업, 청소년 활동 사업, 필수 사업 3가지(조합원과 직원에 대한 상담, 교육, 훈련, 정보제공, 협동조합 간 협력을 위한 사업, 조합의 홍보 및 지역사회를 위한 사업)을 작성했다. 

2022년 01월29일 오후 4시 30분, 협동조합 총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박하나, 박성혁, 김현빈, 장재원, 정효비, 박은비, 박단비다. 총회 안건은 정관 승인의 건, 임원선출의 건, 2022년 사업계획 및 수입 지출 예산 승인의 건, 설립경비 등 기타 설립에 필요한 안건으로 진행했다. 이사회와 임원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이사장 박하나(옥천고등학교, 18), 이사 김성혁(학교, 20) 이사 정효비 (충남대학교, 22), 감사 장재원 (꿈꾸는 배낭 협동조합, 40)로 정해졌다.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 시그니처 메뉴 <초코프라페> (청소년 자치 공간 사업)

청소년 자치 공간 사업은 청소년들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 청소년들이 돈 부담 없이 보드게임과 카페 음료를 즐겨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의 시그니처 메뉴는 “초코프라페”이다. 청소년 입맛에 맞는 초코프라페를 만들기 위해 시연 전 여러 토의를 거쳤다. 먼저, 초코프라페에 들어가는 각 재료는 각각 몇 g씩 넣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토의한 결과, 각 재료가 믹서기에 잘 갈리도록 우유는 충분히 넣어 150g 정도 넣고 초코프라페가 스무디와 비슷한거 같으니 얼음은 6~7개로 넣자고 말했다. 

자바칩 파우더는 포장지 권유사항에 써있는 대로 60g으로 넣고 초코 아이스크림은 작은 스푼으로 두 스푼만 넣자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작은 스푼을 사용하는 이유는 경험상 작은 스푼이 용량 조절이 쉽고 다루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토핑은 휘핑크림을 올리고 그 위에 레인보우 스프링클을 뿌리고 초코 다크칩을 꽂아넣자고 의견을 나눴다.

토의한 대로 시도한 결과, 초코프라페의 맛은 충격이었다. 초코프라페 음료의 점도가 너무 높고 달았다. 그리고 얼음이 제대로 갈리지 않아 먹기에 불편했다. 2차 시도에서는 점도를 낮추고 단맛을 줄이기 위해 얼음을 7개로 늘리고 자바칩 파우더는 45g으로 초코 아이스크림은 작은 스푼 1스푼으로 줄였다. 또한, 얼음이 믹서기로 제대로 갈리도록 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첫맛은 너무 밍밍하고 끝 맛만 초코 맛이 강했다. 

협동조합원들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초코프라페의 첫맛부터 끝 맛까지를 알찬 맛들로 구성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한 방안은 다른 카페처럼 초코프라페에 에스프레소를 0.5샷(10g)을 넣자고 이야기했다. 

3차 시도에 에스프레소를 0.5샷 넣은 결과 첫 맛의 밍밍함은 사라지고 에스프레소의 풍부한 맛이 첫 맛을 채웠다. 초코의 단맛도 줄어들었다. 안타까운 것은 자바칩 파우더 속에 있는 초코의 쓴맛이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합쳐지면서 초코프라페가 전체적으로 쓴맛이 났다. 맛은 알찼지만 단맛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이 초코프라페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4차 시도에는 청소년의 건강과 입맛을 고려하여 에스프레소를 대체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가 생각한 대체품은 바로 깔루아 시럽이었다. 깔루아 시럽은 100% 아라비아 커피원두와 사탕수수의 혼합으로 만들어진 증류주에 바닐라와 캐러멜을 더하여 특별한 맛을 내는 시럽이다. 즉, 깔루아 시럽은 비교적 카페인 양은 적지만 단맛을 더 많이 내는 시럽이다. 우리는 깔루아 시럽 한 펌프를 초코프라페에 넣었다. 그 결과도 정말 예상 밖이었다. 에스프레소의 쓴 맛은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으로 단맛이 너무 강해졌다. 

5차 시도. 이번에는 단맛을 줄이기 위해 깔루아 시럽을 반 펌프만을 넣었다. 그리고 그 위에 휘핑크림을 올리고 초코시럽을 뿌렸다. 그 결과는 밍밍했다. 정말 예상 밖이었다. 우리가 사용했던 휘핑크림 단맛이 나지 않아 초코프라페의 맛을 밍밍하게 했던 것이다. 첫맛은 밍밍한데 또 끝 맛은 초코의 단맛이 너무 강하게 났다. 우리는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휘핑크림 대신  직접 생크림을 치고 설탕 용량을 조절하여 휘핑크림을 올리는 것이다.

6차 시도에는 우리 협동조합은 초코프라페의 메뉴 시연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맛은 과연 어떨까?  궁금하면 매주 토요일 오후 12시와 오후 6시 사이에 열리는 둠벙에서 초코프라페를 시켜 먹으면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은 청소년 할인 1000원과 텀블러 할인 500원을 받아 3000원에 먹을 수 있다. 청소년이 청소년을 위한 카페 운영을 하는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의 시그니처 메뉴 <초코프라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우리 협동조합원들은 청소년 입맛에 맞는 초코프라페의 환상적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초코프라페의 맛이 점점 첫맛부터 끝 맛까지 알차게 구성되었다. 우리 초코프라페가 오직 단맛만 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맛뿐 아니라 단맛과 짭짤하고 쓴맛이 오묘한 맛을 이루어 입안을 행복하게 한다.
이렇게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만든 초코프라페의 맛이 더 좋아졌듯이 우리 협동조합의 가능성 또한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현재는 청소년 협동조합 랜덤 메뉴라는 것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있다. 

■ 자립 청소년 프로그램 운영 

우리는 카페 내에서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올 해의 목표는 청소년 시절 자아찾기로 현재는 4가지 청소년 프로그램을 계획 하는 중이다. 바로 보드게임대회, 청소년 정체성 선언 프로그램, 자아탐색 프로그램, 진로 및 진학 프로그램이다.

보드게임 대회는 “솔로여도 괜찮아 모르는 사람과도 친해질 수 있어!”라는 구호로 3월12일토요일과 3월19일 토요일 2회차에 거쳐 진행된다. 아는 사람 없이 혼자서 참가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보드게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협동조합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체성(주도성) 선언 프로그램에서는 우리가 청소년이라서 받았던 어른들의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청소년과 자기 자신에 대한 편견을 종이에 쓰고 찢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나아가 청소년이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져볼 계획이다.

진로 및 진학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자기를 탐색하고 진로를 정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함께 만들어보고 그 질문에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나아가 다 같이 스스로 써본 내용을 이야기해보면서 서로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도 가져볼 것이다. 

자아탐색 프로그램은 정체성 다시말하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알아가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그 밖에도 자기를 상대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 청소년 협동조합에서 바라는 점

이제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의 조합원으로서 바라는 점을 작성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역 청소년들이 학습과 재미, 쉼, 일자리 이 4가지를 동시에 누릴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최후에는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가 자립 해 월세를 내면서 우리만의 카페를 차렸으면 좋겠다. 그 카페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일주일 내내 운영하는 것이다. 또, 청소년 협동조합에서 카페 운영과 청소년 프로그램을 함께할 직원을 뽑으면서 지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까지 이르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 후배들이 옥천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청소년 협동조합 함께살이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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