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부터 25일, 제2회 빛그림 5 사진전 열려
권명길·김송경·김희숙·이원우·하헌정 다섯 회원이 담아낸 찰나의 순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만이 아닌, 추억을 함께 남기는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찰나의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사진은 그러한 찰나의 시간을 찍어내는 예술이다. 오늘 느꼈던 이 햇살과 바람이 다르고, 그것을 담아내는 이의 마음도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아무리 같은 장소를 찾아, 같은 피사체를 찍어내도 카메라에 담겨진 수 백여 장의 사진들은 어제 찍었던 찰나의 한순간을 흉내 내지 못한다.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재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한 흐름을 기록하는 과정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한순간을 말이다. 그렇기에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려는 이들에게 흘러가는 모든 시간들은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매직아워(magic hour)와 같다.

사진가들은 찰나의 한순간을 잡아내는 이들이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그 순간들을 사진가들은 끊임없이 좇는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찰나의 순간을 찾아 곳곳을 누비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2007년에 결성되어 현재까지 그 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사진동호회 ‘빛그림 5’다. 그런 그들에게 다시금 돌아오지 못할 찰나의 순간은 과연 어떤 순간들이었을까.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옥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실에서 ‘빛그림 5 사진전’이 열렸다. 그간 5명이 담아낸 작품 30점의 안에 그들이 담아낸 찰나의 순간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인물’을 주제로 삼은 권명길 회원과 그의 작품
‘인물’을 주제로 삼은 권명길 회원과 그의 작품
권명길 회원의 작품
권명길 회원의 작품

#1. 권명길 회원의 주제 ‘인물’ 그 안에서 순수함을 찾다 

첫 발길이 향하는 자리에는 권명길(62,안내면 현리) 회원의 작품들이 ‘인물’이라는 주제로 관람객들을 반겼다. 작품들 안에는 인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감과, 인물의 눈빛을 중심으로 하여금 순수한 인간의 ‘삶’을 담아냈다. 그중에서도 <인도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이 권 회원은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분명히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순수함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호기심 어린 눈빛에서 느껴지는 인도의 순수함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고 눈길이 가게 되는 사진은 마지막 자리에 위치했던 <삶>이라는 작품이었다고.
“인도를 가니 예전 우리 60년대의 풍경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사실 인도에는 발전이 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죠. 그러나 여전히 순수함을 지키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때문에 인도 여행에서 찍은 작품들을 보며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곳, 선진화되지 않은 순수한 곳을 찾아 나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를 주제로 삼은 김송경 회원과 그의 작품
‘나무’를 주제로 삼은 김송경 회원과 그의 작품
김송경 회원의 작품
김송경 회원의 작품

#2 김송경 회원의 주제 ‘나무’안에서 매직아워(magic hour)를 느끼다

흐르는 모든 시간은 매직아워라는 말이 있다. 두 번째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는 김송경(56,영동) 회원의 주제인 ‘나무’가 가장 아름답고 낭만스러운 시간인 매직아워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 회원은 “나무들이 서로 만나는 이미지를 통해 나무와 나무의 강렬한 만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얘기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간다는 <겨울나무의 인연>을 설명했다. 특히나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작업을 통해 찰나의 순간을 담아냈다. 그 안에 담긴 나무와 나무 사이의 연결을 통해 자연의 신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시간은 순간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순간순간을 온전히 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진만 남는 것이 아닌, 추억이 함께 남는다는 것이에요. 그 찰나의 행복한 기억을 공유하고 그 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죠.”

‘춘몽’을 주제로 삼은 김희숙 회원과 그의 작품
‘춘몽’을 주제로 삼은 김희숙 회원과 그의 작품
김희숙 회원의 작품
김희숙 회원의 작품

#3 김희숙 회원의 주제 ‘춘몽’, 양귀비를 통해 봄의 아련함을 표현

세 번째 공간을 들어서니 분홍빛 양귀비가 봄의 아련함을 내비치며 관람객의 차분한 시선을 이끌었다. ‘춘몽’을 주제로 잡은 김희숙(56,읍 죽향리) 회원의 첫 번째 작품인 <봄바람>은 양귀비의 꽃잎 사이사이를 촬영하며 한복의 속치마처럼 보이도록 촬영을 했고 한복의 고운 색상이 떠올리도록 작품을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꽃이 가지는 가장 화려한 순간, 절정의 순간을 담아낸 <환희>를 건너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고혹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는 꽃의 모습을 표현한 <낙화>까지 김 회원은 이번 주제를 선정하고 촬영을 하며 평상시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새롭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몰랐던 감성, 잠자던 감성이 깨어났음을 느낀 것이다. 
“사실 저희들 중에서 제가 가장 늦게 주제를 정했어요. 어떤 주제를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컸거든요. 그러다 생각한 것이 바로 꽃과 봄이었어요. 양귀비만이 가지고 있는 고혹적인 매력, 그 안에서 저는 봄의 아련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장 아름다운 환희의 순간, 그리고 그 꽃이 지는 낙화의 순간까지 말이에요.”

‘일출’을 주제로 삼은 이원우 회원과 그의 작품
‘일출’을 주제로 삼은 이원우 회원과 그의 작품

#4 이원우 회원의 주제 ‘일출’, 새롭게 떠오르는 희망을 찍다

양귀비가 남긴 봄의 아련함을 지나니, 자욱한 안갯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태양이 금세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출은 새해의 희망을 상징하기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염원이 담겨있다. 가장 처음으로 맞이한 <희망>은 자욱하게 깔린 안개 사이에 은은히 빛나는 태양의 자태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본래의 의도는 새벽같이 산을 올라 태양을 찍으려 했으나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것이 큰 걱정이었다. 그러나 안개가 없었다면 이와 같이 ‘희망’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진은 순간의 예술이다. 떠오르는 태양을 감싸는 안개에서 희망은 더욱 찬란히 빛났다.
울산 명선도에서 촬영한 <명선도의 일출> 역시 이 회원에게는 애착이 있는 작품이다.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해가 뜰 때, 그 아래 보이는 잔상을 ‘오메가’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만나는 것은 상당한 행운이기도 하다. 이것을 담아내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시간과 날씨, 그리고 그것을 기다리는 인내심까지 말이다. 언제나 해가 둥글고 환하게 떠오르라는 법도 없다. 그렇기에 그것을 찍어내는 것이야말로 찰나의 순간인 동시에 그것은 절정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수 백 장의 사진을 찍어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찰나의 순간을 두 눈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카메라 안에 다 담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하루에 몇 백 장을 찍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어쩌다 나오는 찰나의 한순간이 담긴 하나의 사진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보여준다는 것이고 사진 촬영을 한다는 것은 자기만족이라고 할 수 있죠”

‘반영(反映)이 만든 자화상’을 주제로 삼은 하헌정 회원과 그의 작품
‘반영(反映)이 만든 자화상’을 주제로 삼은 하헌정 회원과 그의 작품
하헌정 회원의 작품
하헌정 회원의 작품

#5 하헌정 회원의 주제 ‘반영(反映)이 만든 자화상’안에 살아온 날들을 비추다

마지막 공간은 4명의 회원에게 2007년 사진 강좌를 통해 사진을 알리며 빛그림5의 구심점이 된 하헌정(62,대전) 회원의 ‘반영(反映)이 만든 자화상’이 장식했다. 하 회원은 “물가에 비친 존재들을 통해 내가 살아온 것들은 어떻게 비추어질까에 대한 고민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라며 "가끔은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비치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담아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하 회원은 얘기했다. 
옥천상고(현 산과고)에서만 18년, 20년간 교편을 잡아온 그에게 정년이 찾아오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은 그간 어떻게 비쳐져 왔는가에 대한 고민을 이번 작품들 안에 녹여냈다. 두 번째 작품인 <천상의 가을 아침> 같은 경우에는 이른 아침 시골에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와 물속으로 비친 가을 아침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실물만큼이나 반영으로 비친 새로운 표현의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면 마지막을 장식한 <꿈결>이다. 온도와 빛의 밸런스에 의도적인 변화를 주어 반영이 주는 새로움에 작가의 의도를 한층 더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고민이 생겼습니다. 내가 살아온 것들이 그간 어떻게 비추어졌는가에 대해서 말이죠. 그리고 반영이라는 주제 안에서 나의 자화상은 어떻게 비추어질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 회원에 의하면 사진은 뺄셈의 예술이다. 주변에 온갖 것들이 즐비하면 사진은 그 주제를 온전히 표현하지 못한다. 때문에 사진은 단순화를 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진작가는 자신이 의도한 방식을 표출해 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에 충실하며 흐르는 시간과의 줄다리기 끝에 찰나의 순간은 비로소 사진을 찍는 이들의 손안에 찾아들 것이다.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전통문화체험관에서 진행된 제2회 빛그림5 사진전이 열렸다. 그들은 5인5색 서로 다른 찰나의 순간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전통문화체험관에서 진행된 제2회 빛그림5 사진전이 열렸다. 그들은 5인5색 서로 다른 찰나의 순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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