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MBC 아나운서출신, 옥천FM방송 71살 라디오 DJ 굵직한 저음의 진행실력 인기
20년 전 들른 서화천에 반해 귀촌, 군서면서 킹덤 펜션 운영
사연신청서 늘 품에 지녀 “작은 뉴스거리도 특종이라 생각”

지난 7일, 김관철(71)씨를 OBN에서 만났다.
지난 7일, 김관철(71)씨를 OBN에서 만났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104.9MHz OBN 옥천FM방송 <사랑 실은 멜로디>입니다. 오늘 첫 방송입니다. 인사드립니다. 진행자 김철이라고 합니다.”

멋진 모자와 가죽 자켓을 입은 김관철(71) 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 <사랑 실은 멜로디> 첫 방송을 내보냈다. 20대부터 DJ를 해온 김관철씨는 오랜만의 방송이라 긴장한 듯 했지만 이내 능숙한 목소리로 방송을 진행해나갔다. 김철이라는 예명을 소개하고, 방송 첫 곡으로는 ABBA의 'Honey Honey'가 나왔다.

 

■ 아나운서, 학사주점 디스크자키 활동 거쳐 옥천으로 오기까지

김관철씨의 DJ 활동은 그의 젊은 시절부터 시작됐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동아대 상대를 졸업한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다.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 KBS 아나운서에 합격했지만 발령지인 함양중계소는 너무 멀고 박봉이었다.

당시 KBS 아나운서 초봉으로는 타지 생활이 힘들겠다는 고민 끝에 사직을 결정했지만, 이내 부산 MBC에 채용되어 꿈에 그리던 아나운서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후 부산 MBC의 <라디오시대>의 음악 프로그램을 맡은 것이 김관철 씨의 DJ활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까지 약 3년간의 아나운서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정치에 바람이 불어 방송국을 나온 후에도 그의 DJ활동은 학사주점을 따라 이어졌다. “내가 자키를 하면 그 주점은 늘 만석이었어. 여름에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부산에 놀러오면 나를 보러 우리 주점으로 몰린다고 정평이 났었지.

그 당시에는 전화국을 통해 전화를 했어, 전화국 아가씨들과 데이트 많이 했지.” 학사주점에서 디스크자키를 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김관철 씨는 여전히 멋진 차림이다. 김관철씨의 옷차림은 멋지다.

아나운서 활동을 마친 그는 신민주공화당이 사라질 때까지 청년단장, 청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선거 유세를 위해 옥천에 방문했을 때 김관철씨는 우연히 군서면을 타고 흐르는 서화천을 보고 이끌리듯 비포장도로로 들어갔다.

그 풍경을 잊지 못한 그는 은퇴 후 다시 옥천으로 돌아왔다. 32년 전 부산에서 충북으로 넘어와 군서면 금산리에 땅을 사고 가꿔온 지는 20년, 포도밭 위에 집과 펜션을 짓고 들어와 산 지는 올해로 10년째다.

그의 펜션 킹덤은 콘크리트 건물의 도시에서 오는 손님들이 잠시나마 자연 속에서 휴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천연소재를 사용해 펜션을 지었다. 원목과 황토를 사용하고, 기와를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펜션을 닫은 지는 1년 4개월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대전시민대학(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배우던 가곡과 기타도 잠시 쉬어간다. 다만 대전 보디빌딩 협회의 고문(전 이사)이자 대전 체육회의 임원으로 요즘도 꾸준히 운동을 한다. 학생시절엔 보디빌딩 대회에도 출전했던 김관철씨는 몸이 예전만 못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지친 몸을 음악으로 치유, 청취자 한 명이 천 명이라 생각한가.

“누구든지 힘든 날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 해. 그렇기 때문에 중장년층을 잠시나마 지친 몸을 음악으로 달래가면서, 사연 넋두리하고, 청춘 때 좋아했던 노래 틀어놓고......” 세 자매를 둔 김관철씨는 과거 사업의 실패로 힘든 날을 보냈다.

세 자매를 보며 죽지 못해 산다는 심정을 느꼈던 그 시절을 마음에 담아두고 다른 사람들을 음악과 이야기로 치유하고자 한다. 청년 시절로 생각을 돌리고, 생활의 의욕을 다시 한 번 느꼈으면 한다는 마음으로 방송을 만든다.

사연신청서를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며 직접 발품을 팔아 사연과 신청곡을 받는다. 사랑 실은 멜로디, 김철, 연락처, 사연과 신청곡란이 있는 종이를 들고 약국, 슈퍼 등을 다녀왔다.

“먼 옛날 빗소리는 하늘 잿빛처럼 가라앉고 낮인데도 밤처럼 어둠 속에 빗소리만 들려오네 (중략) 채은옥 '빗물' 신청합니다.” 김관철 씨가 지난 주 보건소의 조순식씨에게 받아온 사연이다. “이 사연의 내용을 보면, 완전히 시적으로 쓰셨어요." 

익명의 사연이 흘러들어오기도 한다. 제목은 ‘칼국수 할머니’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골목길의 조그맣고 오래된 칼국수 집의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가 해주시던 국수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추억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국수를 말아주고 왼쪽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할머니의 포스는 영화배우 윤여정보다 더 좋아보였다. "할머니, 다음에 올 때는 구름과자 사다드릴게." 라는 말에 웃으며 "좋제."라고 답한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는 이미숙의 ‘진정 난 몰랐네’였다. 이 외에도 첫 방송에서는 슈퍼 사장님, 체육관 관장님, 택시 기사님 등의 이야기도 함께했다.

다른 곳에선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이야기가 그게 무엇이든 ‘특종’이다. 옥천 어느 마을의 이장님 딸이 장군으로 진급한 소식을 <옥천신문>에서 보고 음악으로 축하와 응원을 보낼 계획이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혼자 사는 이야기도.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좋은 게 있으면 크든 작든 사람들이 찾아듣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 듣더라도 천 명이라 생각하고 임한다"가 김관철씨의 다짐이다.

“오프닝음악은 8비트 정도로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시작해 중간 부분은 감상적인 음악들을, 후미로 갈수록 클라이맥스가 되도록.” 음악프로 아나운서와 디스크자키의 경험으로 음악, 특히 팝에는 조예가 깊다고 한다. 오랜 노하우로 만들어질 <사랑 실은 멜로>. 옥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들의 사랑을 실어 나르며 매주 월요일 오후 4시, 104.9MHz 옥천FM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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