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관(47, 컴퓨터드론학과), 박애란(47, 사회복지학과)부부 충북도립대 졸업
47세 동갑나기 부부의 남다른 열정, 유선관씨는 전국도립대협의회장 표창 받아
해병대 나온 두 아들도 충북도립대 컴퓨터드론학과 입학, 온 가족이 도립대 가족

유선관(47, 컴퓨터드론학과
유선관(47, 컴퓨터드론학과
박애란(47, 사회복지학과
박애란(47, 사회복지학과

여러분은 죽기전에 꼭 이루고 싶은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소소해보이는 것부터 당장엔 이루기 힘들어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것들까지 다양한 목표, 혹은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여기 평소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자신만의 버킷리스트 속 목표를 이룬 한 커플이 있다. 바로 지난 2월 8일 충북도립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유선관(47, 동이면 조령리), 박애란(47)씨 부부의 이야기다.

유선관씨가 본인의 멘토라는 후배 김봉호씨는 부부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사진을 박아놓은 현수막을 도립대 입구에 멋지게 걸었다. 그 문구를 보니 눈에 확 들어온다. '졸업이라 쓰고 기적이라 읽는다' 유선관, 박애란씨의 봉사에 대한 열정, 지역 학교인 도립대한 애착은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다. 

■ 우리의 소원은 공부? 

유선관, 박애란씨 부부는 옥천군 내에서 수 없이 많은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부부로 유명하다. 우선 유선관씨는 해병전우회 회장, 동이면 주민자치회 간사, 재향군인회 이사로 지내면서 무려 2천시간동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아내인 박애란씨는 봉사활동 시간을 따로 등록, 갱신하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하니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유선관, 박애란씨 부부에게는 평소 이루고 싶었던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가 있었는데 바로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공부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생업에 뛰어들었고 덜컥 결혼을 하다보니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 아이들 다 크고 제 갈길 가니까 문득 옛날 꿈이 생각나더라구요. 아내에게도 제안을 했지요. 한번 해보자구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구요. 저는 사회복지학과 컴퓨터드론학과를 복수전공했는데 아내 아니었으면 낙제할 뻔 했습니다. 지역 활동 하랴 공부하랴 정말 정신이 없었거든요. 저희가 졸업한 것은 정말 기적입니다.

"기적이라 말한 유선관씨는 도립대 유일하게 한 학생에게만 주는 귀한 표창, 전국도립대학교 교수협의회장상을 받았다. 그가 정말 열심히 했다는 증거다. 학업 뿐만 아니라 도립대 홍보까지 그들 부부는 정말 2022년도 도립대의 한 상징이 되었다.  

■ 47세 부부의 대학생활 

유선관, 박애란씨 부부는 꽤 일찍 결혼한 커플이다. 슬하에 아들이 둘인데, 큰 아이를 21세때 낳으셔서 올해로 26살이 되었다. 일찍이 결혼해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대학을 다닐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때문에 평소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며 하는 일에 전문성도 기르고 싶었던 유선관씨는 아내 박애란씨도 설득해 유선관씨는 야간대학으로 컴퓨터드론과와 사회복지학과 복수전공을, 박애란씨는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고, 2년의 공부 끝에 지난 2월 8일 졸업했다.

 공부를 하는 2년 내내 단 하루도 공부를 쉰 적이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열정도 있었지만 공부가 재미있기도 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만 유선관씨와 박애란씨 부부는 즐겁게 공부하며 노력까지하니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박애란씨는 “처음엔 나이때문에 걱정이 조금 됐었는데 의외로 저보다 언니인 분들도 계셨고, 어린 친구들이랑도 어려움 없이 어울릴 수 있었어요.

저희가 입학한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서로 얼굴을 많이 못본 것이 아쉽지만요”라고 밝혔다. 박애란씨는 또한, 동기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니들에게는 물론이고 어린친구들에게서도 배울게 많더라구요. 왜 나이들면 생각하지 못하는 것들이랄까요? 어린친구들의 감각?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들들과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게 생긴것 같아 더 좋았구요”  
 
■ 온 가족이 도립대 학생이에요 

우연의 일치인지 유선관씨와 박애란씨 부부의 아들도 올해 충북도립대학 컴퓨터드론학과에 야간대학으로 등록해 아버지 유선관씨의 뒤를 잇게 되었다. 유선관, 박애란씨 부부에게는 슬하에 두 아들 있는데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셔서 자녀를 키우다 보니 올해로 각각 25살, 26살이 되었다고 한다.

두 아들은 군대마저 아버지 유선관씨를 따라 해병대에 입대했는데, 박애란씨의 부친부터 유선관씨의 아들들까지 해병대 출신이라고 하니 3대째 이어져온 해병대 집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가족은 해병대에 이어 충북도립대까지 두개의 대학을 다닌 셈이다.

두 아들은 해병대를 전역한 후 첫째는 ADT 캡스에, 둘째는 새마을금고 중앙회에 시험을 보고 취업해 대전으로 발령 받아 일하고 있다. 사실 두 아들 모두 입대 전에 대학에 합격했지만 전역후 둘 모두 학교를 자퇴하고 취업을 했다고 한다.

이유인 즉슨 비싼 등록금을 내며 지방대를 나와 봤자 취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하지만 두 아들이 모두 취업을 하고난 지금, 상황이 바뀌어 ‘무슨일을 하던 고졸보단 대졸이 낫다’라고 생각한 유선관씨가 두 아들을 설득해 충북도립대학에 입학시키게 되었다고하니 온 가족이 같은 학교를 다닌 보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 ‘졸업이라 쓰고 기적이라 읽는다’ 

지난 2월 8일로 2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당당히 졸업한 유선관, 박애란씨 부부. 하지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 두 부부에게도 충북도립대에서의 2년은 졸업으로서 끝을 맺은 것이 아닌 앞으로의 행보, 혹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유선관씨와 박애란씨 모두 이번에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뚜렷하진 않지만 향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유선관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국가공인 드론자격증이 있어요. 민간자격증은 이미 취득하긴 했지만 국가자격증 시험에 합격해서 보다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요.

일하면서 하려고 하니 시간이 잘 안나서 걱정이에요”라고 밝혔다. 이어 박애란씨는 “저는 요즘 행복한 고민중이에요. 사회복지학과 졸업하고 자격증까지 취득하고나니 이곳저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더라구요” 라며 “근데 지금은 마무리지어야할 일이 있어서 고민을 잠시 미뤄두고 있어요”라고 밝혔다.

누구나 하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은 것들을 마음 한켠에 품고 살아가지만 이를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또한, 실천한다 해도 그 과정이 순탄하지 못해 도중에 그만두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학업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 공부다 잘 되지 않는다”, “나이먹고 무슨공부냐”, “하고싶어도 시간이 되질 않는다”며 시작도 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마음 한 켠에 품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는 것. 그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유선관, 박애란 부부의 충북도립대학 졸업은 졸업이라 쓰고 기적이라 읽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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