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서 나고 자란 안남 토박이 오순임씨의 미술이야기
서양화와 유화를 전공했지만, 맑고 순수한 수채화가 참 좋아
어릴적 즐기던 그림, 이제는 그림을 그리며 인생의 빙향성을 찾아

안남은 그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곳곳에 펼쳐진 초록빛 물결,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한적한 시골의 느낌이 그 마음을 참으로 편하게 한다. 문뜩 안남은 수채화가 참 잘 어울리는 동네다. 주변으로 피어하는 꽃과 흙길이며, 곳곳에서 자라나는 농작물들을 보아하니, 수채화의 따듯하고 산뜻한 느낌이 참으로 어울린다. 이러한 안남의 따듯한 풍경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리고 있는 오순임(56,안남면 화학리)씨는 도시의 삭막한 분위기보다는 시골의 한적함이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씨는 자연을 참 좋아해 지금까지 나고 자란 이곳 안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 그가 종종 그려내고 있는 그림들은 참으로 따듯하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자신의 내면을 그려내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선의 흐름과 굵기, 자신만의 색채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과 선의 어울림들 사이에서 화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를 표출한다. 어떤 이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실재를 재현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그려내기도 한다. 이렇듯 그림을 그려내는 방식은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겠나. 어떠한 방식이든 그림을 그려낸다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 어릴 적 즐기던 그림이 미술이라는 진로가 되기까지

고향이 이곳 안남인 그는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미술을 진로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으나 좋아하던 그림은 어느새인가 꿈이 되었다. 지금은 터만 남아있는 삼화초 그리고 옥천여중, 옥천여고를 거쳐, 고3이 될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을 워낙 좋아했기에 종종 이 사람, 저 사람을 나누어주던 것이 어느 날 미술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마음을 서게 했다.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기본기를 다지기 시작했으나 입시미술을 시작하는 시기가 사실 늦은 감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당시의 결과가 좋지는 않았으나 마음을 다독여 1년을 다시 도전한 끝에 대전 소재의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게 되었다.

“고3이면 많이 늦게 시작을 한 거죠. 취미로 시작을 했는데 기본을 탄탄하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가 고3이었는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다녔어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림을 참 좋아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생각을 했어요. 내가 좋아하면 그것을 즐겨야 한다고요. 저는 어릴 때 미술을 참 많이 즐겼던 것 같아요”

사실 대학생활을 이렇다 할 만큼 의미 있게 보냈는지는 모르겠다고 그는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넉넉하지 않은 환경과 더불어  대전에 위치한 대학까지 왕복 6번을 버스를 타야 했으니 대학생활은 늘 쫓고 쫓기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졸업 이후에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다니기도 했으나 다시금 옥천으로 돌아왔다. 그 당시 읍에 있던 천사미술학원에서 약 6년, 다다미술학원에서 약 5년을 미술강사로 활동했다. 다다미술학원에서 미술강사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그를 유난히 따르던 제자도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를 갈 무렵까지 가르쳤으니 근 10년을 가르쳤다. 

“다다미술학원에서 나와 마암리에서 작은 피카소 교습소를 운영했었어요, 한 2년 정도. 내가 자리를 옮기니, 이 친구도 나를 따라오더라고요. 큰 감각이 있고 소질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친구는 미술을 꾸준히 좋아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크게 실력이 크게 늘어 나중에는 입시학원을 다니더니 홍익대학교에 진학을 했어요. 그때는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내가 이제 가르치는 게 힘드니까 조금 더 큰데 나가서 배워봐’라고 하기도 했는데, 역시 좋아하고 즐기니 실력도 많이 늘더라고요”

그는 시간이 점점 흐르니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변의 풍경들은 종종 담아내고 있다. 사실 안남에 거주는 오래 했어도 생활권은 안남보다는 읍으로 많이 나갔었다는 그가 이곳 안남에 본격적으로 터를 잡은 것은 5~6년 전부터다. 그 당시 안남초등학교에서 운영되던 돌봄미술을 시작으로 오씨는 몸만 이곳 안남에 있는 것이 아닌, 그 마음도 이곳 안남에 두기 시작했다. 

그는 종종 안남의 풍경을 그려낸다. 안남은 특히나 수채화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한적하고, 따듯한 느낌, 그 느낌을 살려내기로는 수채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화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수채화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는 종종 안남의 풍경을 그려낸다. 안남은 특히나 수채화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한적하고, 따듯한 느낌, 그 느낌을 살려내기로는 수채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유화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수채화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에게 보내온 지인들의 사진을 그려내다.
그에게 보내온 지인들의 사진을 그려내다.
그에게 보내온 지인들의 사진을 그려내다.
그에게 보내온 지인들의 사진을 그려내다.

■ “수채화의 맑고 순수한 느낌이 좋아요”

그가 말하길 수채화에는 산뜻함과 더불어 따사로움이 있다. 기름을 이용한 유화 역시 색을 잘 뽑아내고 무게가 있으며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있으나, 누구나 접하기 쉬운 수채화에는 맑고 순수함이 있다. 때문에 전공으로 삼았던 서양화와 유화보다도 지금은 그의 종이와 캔버스에는 수채화로 그려진 과하지 않은, 따듯한 그림들이 가득하다. 1년에 약 4~5번 발간되는 안남배바우신문에도 꾸준히 그림을 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수채화는 자연적인 색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한 수채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을 볼 수 있고, 그 꽃을 가꿀 수 있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참 좋아요. 이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이 풍경이 좋아 계속 이곳 안남에 남아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미술의 매력, 그리고 미술을 하는 이유는 미술 자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선과 색채를 통해 나도 모르게 나를 그리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알아가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미술이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내면의 갈등, 그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와 터치가 그것이죠. 어떤 날은 거칠게, 또 어떤 날은 부드럽게 혹은 밝게,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따라 그림은 달라져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오늘의 이 느낌을 내일 혹은 앞으로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그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만큼은 힘든 일과 잡념을 잊는 시간이라 말한다. 그림을 그릴 때에는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온종일 그림에만 몰두할 때가 있다고. 

캔버스 위에 올려지는 물감은 보통 유화 혹은 아크릴이다. 하지만 칠해보니 수채화도 캔버스 위에서 자기만의 느낌이 잘 드러난다.
캔버스 위에 올려지는 물감은 보통 유화 혹은 아크릴이다. 하지만 칠해보니 수채화도 캔버스 위에서 자기만의 느낌이 잘 드러난다.

■ 미술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그는 말했다.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편해지죠”라고 말이다. 사실 미술을 배움으로써 유명 화가가 되지 않는 이상 미술을 하는 이들은 경제적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미술을 전공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유난히 비싼 학비… 날마다 소진되는 재료비와 여유가 없는 형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은 그림을 그리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준다. 인테리어, 색감, 균형 등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고 시야가 넓어진다. 사실 그보다도 더 큰 미술의 매력은 결국 자기를 표현하는 창구가 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이들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순간, 혹은 짧은 찰나의 영감을 담아낸다. 그는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오면서 여전히 자신만의 색채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학교를 다닐 적 색을 참 잘 쓴다는 말을 듣기는 했어요. 그러나 여전히 나의 구체적인 색감을 찾지는 못했어요. 나를 표현하는 색은 여전히 찾고 있는 중이죠. 여전히 그림을 좋아하지만,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해요. 예술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

그가 이곳 안남에서 본격적으로 마음의 뿌리를 내린 지 꽤나 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그에게 그림을 배웠다. 초등학교에 있는 학생들은 물론, 최근에는 시간이 될 때마다 그에게 그림을 배우는 이도 있다. 그림을 배우는 이는 늘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낀다. 그림이라는 것은, 미술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거대한 뜻이 있고, 실력이 있어야 미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이것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매력을 찾는다면 그것은 미술이 될 것이다. 그들을 가르치는 그에게도, 그것을 새롭게 배워가는 안남의 주민들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그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금세 자신만의 색채를 표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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