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가자 들리는 어린이들 특유의 목소리가 한겨울 관성회관을 밝게 물들인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반부터 약 2시간 정도 연습을 진행하는 정순철 짝짜꿍 어린이 합창단원들이다.

옥수수 지면에 실리는 기사를 위해 인터뷰를 왔다는 말에 쑥쓰러워하던 어린이들이 쪼르르 책상에 자리했다. 그 중 박예은씨(14, 읍 삼양리), 유승우씨(13, 읍 삼양리), 이규리씨(13, 읍 가화리), 이서윤씨(12, 읍 장야리), 정서인씨(12, 읍 문정리), 배수현씨(12, 읍 금구리)를 만났다.

■ “처음엔 긴장됐는데, 지금은 너무 즐거워요

박예은씨, 유승우씨, 이규리씨는 정순철짝짜꿍어린이합창단에 참여하기 이전부터 삼양초등학교 중창단 활동을 하며 알게 된 사이다. 이규리씨와 박예은씨는 엄마 손에 이끌려 합창단에 참여했다.

유승우씨는 지난 10월, 박예은씨와 이규리씨를 비롯한 주변의 권유로 합류한 신입 단원이다. 처음 합창단에 들어오기 위해 왔을 때는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왔지만, 지금은 합창단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인터뷰 요청에 쑥스럽다던 박예은씨, 유승우씨, 이규리씨는 어느새 말과 말 사이를 이어가며 신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예은씨와 유승우씨는 합창단에 몇 없는 알토, 그리고 이규리씨는 소프라노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습이 줄었지만, 발성연습도 허밍도 매번 열심히 참여한다고. 그러다가 목이 충분히 풀리는 때부터 노래연습, 그리고 안무연습이 시작된다. 그렇게 노래를 할 때면 그들은 기분이 행복해진다.

합창단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를 묻자 하나같이 정기공연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꼽았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는 단원들이 전부 모여 트리를 만들고, 선생님인 조원경 단장에게 드리는 편지를 가득 썼다. 그리고 그 준비를 돕는 작업은 정순철기념사업회 조정아사무국장이 함께했다. 정기공연 때는 입는 옷부터 전부 준비한다. 선생님들이 준비한 옷을 입고, 그동안 연습한 무대에 서는 정기공연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정기공연이 가장 인상깊어요!”(박예은씨)
“8~9시까지 열심히 연습했는데, 그렇게 연습해놓고 까먹는 게 더 웃겨요”(유승우씨)
“한 번에 둘이 같이 틀렸는데 옆에 친구가 웃으니까 같이 웃기도 해요”(이규리씨)

그렇게 공들여 연습하고, 공연에 누구보다 진심이지만, 틀렸다고 탓하거나 혼나지 않는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노래만은 아니었다. 틀렸다고 주눅들지 않고, 다같이 틀렸던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보고 있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세 친구의 관심사는 음악 뿐만이 아니다. 관심사도, 꿈도 참 다양하다. 박예은 씨는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특히 지민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미(방탄소년단 팬)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어 성공한 팬, 성덕(성공한 덕후)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리고 악기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피아노, 칼림바, 기타를 연주할 수 있고, 앞으로 관현악기를 배우고 싶단다. 유승우씨는 암벽등반이나 클라이밍을 해보고 싶고, 음악과 관련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규리씨는 파티시에가 되고 싶다. 지금도 베이킹을 취미로 하고 있고, 머랭쿠키, 마카롱, 푸딩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 박예은씨와 유승우씨는 이규리씨가 베이킹 실력자라고 입을 모았다.

“나중에 손님 오면 노래부르면서 빵 배달하면 되겠다!" 

유승우씨의 말에 다같이 웃음꽃이 피었다. 합창단 새내기 단원인 유승우씨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크리스마스에서 진행한 서울 공연에는 가지 못했다. 당시 한동안 너무 아쉬워 눈물이 났다고.

“승우 첫 공연은 정기공연 때 벨 누르는 아빠 역할이었는데요. 이번에 서울 공연에 못 가서 엉엉 울었다니까요”(박예은씨, 이규리씨)
“아니야! 엉엉은 아니고 훌쩍훌쩍 정도였어!”(유승우씨)
진지하게 연습하는 만큼 공연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나이는 어리지만, 경력은 더 오래됐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문밖에서 기웃기웃하던 어린이들이 있었다. 이서윤씨, 정서인씨, 배수현씨다. 나이는 더 어리지만, 합창단원으로서의 경력은 가장 많은 선배들이다. 이서윤씨와 정서인씨는 합창단 4년차, 배수현씨는 무려 6년차 단원이다. 그래도 처음 합창단에 들어올 때는 마찬가지로 긴장됐다고.

“처음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곰 세 마리를 부르며 오디션을 봤어요. 그래도 서인이도, 수현이도 있어서 덜 긴장되기는 했어요”(이서윤씨)

“언니들이랑 같이 노래하려니 모르는 노래도 많아서 오디션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보고나서 부모님께 자랑했죠”(정서인씨)

더 오래 활동한 만큼 공연과 얽힌 추억은 다양하다. 옥천, 영동, 서울, 캐나다 의회 등 다양한 곳에서 공연했다.

“어렸을 때 2학년 5명이 다 같이 나간 ‘콩콩콩 콩나물 대회’에서 한복입고 공연했어요. 첫 대회였는데 장려상도 받았어요”(정서인씨)

“캐나다에 10박11일 동안 갔는데, 외국인들은 한글을 모르잖아요. 그런데 모르는 언어이지만 노래가 정말 좋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았어요. 언니들이랑도 재미있게 놀고, 노래도 부르고 엄청 재미있는 여행 간 것처럼 잘 다녀왔어요”(배수현씨)

공연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니다. 공연하러 가는 차 안에서 뜨거웠던 햇빛, 분수대 얼음에서 발이 젖은 친구와의 기억 등 공연을 준비하며 얻은 추억이 한가득이다. 옥천에서의 추억도 참 많다.

“친구랑 편의점을 갔는데, 어린이 굿즈라고 있거든요, 얼음컵에 사이다를 넣고 수박젤리 두 개를 올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이서윤씨)

“만화카페 둠벙에 갔는데요, 음료수도 마시고, 빵 같은 것도 먹고, 책 읽고 보드게임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친구 한 명이랑 둘이서 걸어갔는데, 할머니 집과 가까워서 친구랑 가봤거든요, 몰랐던 곳인데 가보니까 재밌었어요. 어린이 할인이 되는 것도 좋았고요”(정서인씨)

“언니랑 같이 삼양리 카페에 가서 사진도 많이 찍고, 음료수도 시켜서 맛있게 먹고,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어도 언니랑 같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배수현씨)

함께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이지만, 좋아하는 분야는 각각 다르다고. 이서윤씨는 방탄소년단 뷔의 팬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배수현씨는 실물처럼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도구는 다양하다. 크레파스나 연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을 더 선호하지만 패드에 그리는 그림도 좋다. 얼마 전 그린 사과가 결도 잘 표현되고 실물처럼 느껴졌는데, 다음에는 아주 많은 과일을 쌓아두고 그려보고 싶단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정서인씨는 팔찌를 만들어서 동생이나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파는 사장이 되고 싶다. 옥천에서 하는 축제에서도 판매해보자고 권유해 보니 눈을 반짝이며 꼭 해보고 싶다고. 다양한 관심사를 드러내면서도 다같이 합창을 하며 노래하는 순간, 그리고 무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빼놓지 않았다.

“합창단끼리 대회에 나가서 대상 타오는 게 꿈이에요. 다같이 으쌰으쌰하는 게 참 즐거워요. 대상을 타면 여태까지의 노력이 완성되는 것 같아 뿌듯할 것 같아요”(배수현씨)

“‘함께하면 행복한 세상’이라는 노래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예요. 활기차기도 하고 가사 자체가 맑다보니 행복한 노래라서 제일 좋아해요”(정서인씨)
“저는 정기공연 때 우리 다섯이서 불렀던 ‘흰 눈을 기다리며’가 가장 좋아요!”(이서윤씨)

‘아이들은’이라는 동요에는 ‘세상이 이렇게 밝고 즐거운 노래로 가득 찬 것은, 집집마다 어린 해가 자라고 있어서다. 그 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라는 가사가 있다. 꺄르르 웃으며 행복하게 노래하는 정순철짝짜꿍어린이합창단원들의 모습은 관성회관을 밝게 물들인 것을 넘어서, 옥천 곳곳을 즐거운 노래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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