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글을 좋아하는 열일곱 현수정을 만나다
그림과 오래 함께 하고자, 대전 신일여자고등학교 입학

인터뷰 할 때 내 마지막 질문은 뻔하다. 
“볼 수 있을까요?” 

그림이든 작곡이든 글이든, 뭐가 됐든 당신이 좋아한다고 말한 것들을 직접 보여 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역시 같은 질문을 했다. 작은 목소리로 “없어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이는 그를 보며 문득 생각이 스쳤다.

기자는 독자의 최소한의 궁금증 정도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증명할 사진이나 자료들을 찾는다. 하지만 좋아하는 걸 이야기 할 때만큼은 증명 없이도 끄덕여줄 사람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 누구나 증명되지 않은 ‘좋아함’ 하나씩은 안고 살아가니까.

현수정씨가 그린 작품
현수정씨가 그린 작품

■ 어쩌다 보니 내 삶에 들어와 있는 ‘그림’

좋아하는 걸 증명하는 건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좋아한다는 말에 곧바로 “잘해?”라는 질문이 따라 붙으니 말이다. 스스로가 좋아한다 걸 잘한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함부로 ‘좋아한다’ 말하기 힘든 것이다.

그의 실력이 어찌됐건 그의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언제나 그림 영상들이 줄지어 있었다. 현수정(17, 읍 안남면)씨는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그림을 그려왔다. 계기도 없었다. 정말 어쩌다보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그림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가장 관심있는 그림은 일러스트다. 용돈을 모아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장비를 사고,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서 그림을 독학했다. 그리고 일러스트에 빠져 그림을 그려오던 그는 최근, 웹툰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소설 쓰는 것에 도전해 보려고요.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요”

그는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찾아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쓴 스토리를 입혀 웹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그의 하루가 그림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 좋아하는 것으로 하루를 채우겠다는 목표 

그에겐 단순해서 더욱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것만큼 자유롭고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하루의 기억만으로도 평생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하니 말이다.

“제가 좋아하는 게 그림이니까, 그림을 많이 그릴 수 있는 학교에 입학하고 싶어요. 제 하루 중에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이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그림 그리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얼마 후,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전에 위치한 신일여자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림을 집중해서 배울 수 있는 학교이기에 두근거린다고 했다. 하지만 걱정과 긴장이 뒤섞이는 요즘이다.

안남면에서 살다 학교를 대전으로 다니게 되면서, 읍에서 자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자신을 ‘길치’라고 표현하며, “길을 잘 못 찾는데 많이 가보지 않은 대전에서 학교생활을 하게 돼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학교에 갈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요즘은 그림 생각보다도 새로 들어 갈 학교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도 졸업을 했겠다, 미용실에서 새로운 색으로 염색을 하기로 했다. 조금은 도전적인 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자 ‘그레이’컬러를 선택했다. 늘 사랑해 오던 것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지금이 그는 즐겁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그가 최근에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인정과 칭찬이 난무한 세상을 꿈꾼다. 그래서 그가 그림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보다, 그 사랑 자체만으로도 공감 받을 수 있기를 원한다. 인정과 칭찬은 꿈을 꾸는 이들의 의욕을 뜨겁게 달굴 테니.

현수정씨가 그린 작품
현수정씨가 그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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