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동네 작은 학교에서 진로강의를 한 카카오 모빌리티 박희태씨
안내면 인포리서 천년비색 황예순씨 아들, 연말 안내중 진로강의
안내중 문정식 교감대행, ‘평소 만날 수 없는 직종, 전교생 관심 끌어’

박태희씨 모습
박태희씨 모습

외갓집 작은 학교에 와서 선뜻 진로강의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다녔던 외갓집에 대한 향수랄까. 어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그 곳에 향한 애정이랄까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는 선뜻 나섰다. 옥천에서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살아본 것도 아니지만, 명절이나 방학 때 수시로 왔던 안내면이 전혀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옥천은 친가(옥천읍)와 외가(안내면)가 모두 있는 정말 마음속 고향 같은 곳이었다. 천년비색 황예순 대표의 아들 박희태(27, 카카오 모빌리티)씨가 선뜻 안내중학교 진로강의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대기업 카카오그룹에 대한 선망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 만 했다.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고 취업하게 되었는지 모든 게 궁금했다. 그는 무작정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서 공부를 했던 것도 아니었고 자기가 좋아하던 분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거기 있었다고 답했다.

스스로를 세심하게 돌아보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진짜 뭘 원하고 몰입하는지에 대해 말이다. 유난히도 공간에 대한 관심과 탐구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곳의 기억을 직접 그린 그림에 담았다.

여행 가는 게 좋았고 그림 그리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런 상황이면 관광이나 미술,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잡았을 법도 한데 그 가운데에서도 본인이 어디에 더 끌리는 지 지속적으로 탐색을 했던 모양이었다.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본 결과 공간 탐색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깨닫고 단국대 도시계획 부동산학과에 진학을 했다.

전공을 세밀하게 고른 셈이다. 취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도시계획과 부동산은 이동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기 때문에 카카오 모빌리티를 택한 것. 자기에게 맞는 공부를 하고 본인이 가고 싶은 일터에 취업한 그는 안내중 20명 남짓한 전교생에게 본인의 학창시절과 지금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12월30일 연말 안내중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강의는 그에게도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된 듯 했다. 천년비색 황예순 대표는 "아들의 경험이 고향 작은 학교 학생들의 꿈을 펼치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내중학교 문정식 교감 직무대리는 "시골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 이야기를 듣고 보고 경험하지 못하는데, 모처럼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청년의 꿈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안내중 전교생이 집중해서 잘 들은 것 같다"며 "이렇게 연차를 내서까지 와 준 박희태씨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로 강의가 끝나고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 오늘 옥천에 어떻게 오셨나요? 

외갓집이 있었던 안내면 안내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진로선택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왔습니다.

■ 카카오 모빌리티는 어떤 기업이고, 거기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카카오 택시로 잘 알려진 '카카오T' 라는 플랫폼에서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해주는 기업입니다. 저는 미래사업실 자율주행 기획팀의 자율주행을 비롯한 신사업 계획을 맡고 있어요.
 
■ 도시계획, 부동산학과에 진학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 부터 아버지와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새로운 도시를 다녀오면 항상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또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상상한 도시를 그림으로 그려낼 만큼 도시와 공간에 관심이 많았죠.

특히 도시와 공간의 변화와 모습에 흥미가 컸는데 과거에는 빈 땅이었던 곳이 상업시설물로 변하거나 비슷한 시설의 다른 두 공원이 왜 한쪽은 붐비고 다른 쪽은 비어있는 지 등 의 문제가 도시와 토지의 이용과 연관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는 도시계획이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성장하며 책이나 다양한 매체에서 그 대답을 도시계획이 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도시계획 부동산 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선택하고 좋아하는 전공이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어요.

■ 카카오 모빌리티에 입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했듯이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이동'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공간이라도 사람들이 와서 찾거나 그곳에 대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공간이 제대로 이용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카카오 모빌리티에서 다루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진로선택의 전략이 있다면?

진로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은 남기고 아닌 것은 소거하는 전략으로 경험을 통한 선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 덕분에 제 진로를 찾았고요. 또 카카오 모빌리티를 입사하기 전에도 컨설팅, 데이터 스타트업 근무 등 다양한일을 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최근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이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5년전 만해도 누가 NFT(대체불가능토큰),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와 같은 이야기를 했나요.

이렇게 불과 5년 만에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인지하고 그 분야가 유망하다는 것을 아는데 교육과정이 그렇게 빨리 바뀌는 건 불가능해요. 따라서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진로시간 같이 활동에 유연함을 줄 수있는 시간을 늘리고 교육당국과 선생님들은 '요즘 어떤 분야가 유망하고 또 떠오르고 있지'에 대한 고민을 해서 변화하지 않는 교육과정에서의 교육공백을 메워 나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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