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도 하나의 선택일 뿐이다.

이정현씨 모습
이정현씨 모습

아침에 눈을 뜨고 씻고 지각하지 않으려고 급하게 학교에 가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던 내 머릿속엔 ‘학교 가기 싫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이사를 하게 되었고 전학을 가는 선택 대신 자퇴를 한 후 검정고시를 보는 선택했다.

중학교 1학년을 다니면서 한 일이라고는 엎드려서 잠자기, 친구들과 몰래 장난치기, 수업 시간에 빠져나가기 등 나쁜 일 밖에는 없었다. 수업 시간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들은 미리 준비한 ppt를 넘기며 읽다가 학생들이 지루해하면 “옛날 내 제자가 말이야”로 시작해서 고위 공무원이 됐다는 둥,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둥 결국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뻔한 교훈을 주는 지루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노는 것도 아니면 차라리 자퇴해서 자유롭게 놀자는 생각에 자퇴하기로 했다. 자퇴생이라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두렵기도 했지만, 무의미하게 보내는 내 인생의 2년과 주변의 시선을 저울질했을 때 내 인생의 2년이 훨씬 더 무거웠다.

자퇴하고 한 달 정도는 너무 좋았다. 친구들이 학교에 가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 자유로운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학생은 할 수 없는 화려한 색으로 염색도 하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운동인 테니스도 한적한 아침 시간에 즐길 수 있었다.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이 늦게 일어나서 천천히 준비한 후 여유를 즐기며 외출하는 기분도 좋았다. 주말엔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곤 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좋은 것도 무뎌지고 자퇴한 생활도 그냥 일상이 된다.

난 고등학교에 진학할 계획이었고 대학도 가길 원했다. 그러려면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야 했고 그 부담감을 안고 생활해갔다. ‘친구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텐데 난 이렇게 놀아도 되나?’ 같은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한 선택이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모두가 공부하거나 독서를 하고 있다. 마치 교실과 유사한 분위기가 내게 안정감을 줬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도서관에 있으면 공부하고 있지 않더라도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도서관에 가서 공부는 안 하고 좋아하는 책과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이 닫을 시간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도서관이 닫으면 PC방으로 가 온라인 게임을 즐겼다.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고등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다.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를 볼까 생각했지만, 수시지원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볼걸’이라는 생각에 후회한다.

최근 학교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수업한다. 물론 온라인 학교 수업의 질은 사설 인터넷 강의만 못하다. 자퇴하고 코로나 시국에 자유롭게 시간을 쓰며 공부했다면 더욱더 즐겁고 효율적인 수험생활이 되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후회했다.

학업에 대한 걱정을 가득 안고 간 고등학교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수업만 듣고 시험을 봐도 상위권은 아니어도 중위권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국어와 사회는 도서관에서 읽고 본 다양한 책과 영화 탓인지 1,2등급 수준의 높은 성적도 받을 수 있었다. 매일 학교에 가며 지난 2년을 중학교에 다닌 친구들을 보며 괜히, 내가 자유롭게 보냈던 자퇴 생활이 뿌듯해졌다.

도망쳐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원래 있던 곳보다 나을 수는 있다. 자퇴 후 생활이 역동적이게 즐겁고 행복하게 변하진 않지만,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학교에서 통제된 생활보다 좀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편함이 없지는 않다. 먼저 자퇴를 한 후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한정적이다. 학교에 가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남는 데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이 도서관 말고는 거의 없었고, 나머지는 많은 돈을 내고 다니는 사교육이다. 정부 차원에서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직업 체험의 기회나 교육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어쩌다 만난 사람들이 ‘너 어느 학교 다니냐’고 물어봤을 때는 자퇴를 했다는 말과 함께 앞서 상술했던 스토리라인을 전부 함께 말해야 했다. 그제야 사람들은 신기하게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않고 자퇴했다고만 말하면 안 좋은 사건에 엮여서 퇴학당한 줄 아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이런 부정적 인식과 시선이 학교가 필요 없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결정을 막는 가장 큰 이유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하는 것에서 벗어나면 낙오자 취급, 틀린 사람 취급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벗어나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낙오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학교가 세상의 전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학교 밖에서 학교를 바라보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며 나의 미래와 진로, 세상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시야를 얻을 수도 있다.

그렇게 중학교를 자퇴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수능까지 잘 마치고 사촌 누나의 추천으로 서울에서 옥천으로 왔다.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난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옥천에 와서 살며 여유를 즐기며 내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기회가 되었고 기자님들을 따라다니면서 옥천 이곳저곳을 봤다. 내가 본 옥천은 청소년을 위한 문화, 체육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여유가 느껴지는 지역이다.

학교가 맞지 않아 자퇴한다면 나의 생활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지역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퇴도 단순히 하나의 선택이다. 모두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학교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다. 학교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활동이 있거나,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고 싶다면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신 자신만의 건강한 생활패턴을 만들고 자기관리를 하며 자유롭게 어떤 방향으로든지 성장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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