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옥천저널리즘스쿨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10여 명의 이야기
중앙의 시선에서 벗어나 지역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다

저마다의 이유로 옥천을 찾아온 이들이 있다. 바로 옥천저널리즘스쿨(이하 옥천신문 인턴기자)에 몸담고 있는 10여 명의 청년들이다. 그들이 옥천을 찾은 까닭은 각양각색이다. 추후에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며, 펜과 수첩으로 올바른 사회를 위해 발로 뛰는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또, 자신만의 방송을 만드는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 ‘중앙이 아닌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 옥천이라는 ‘이 고장에 매료된 이들’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매 시기마다 ‘올바른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열의를 지니고 있는 청년들이 이곳 옥천을 찾는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부분의 소식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것이 아니라면 인근 대도시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중앙’의 소식이 주가 되는 현재, 그럼에도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의 소식을 전하려 옥천을 찾은 그들. 지금 이 시간에도 옥천의 곳곳을 누비고 있다.
꽃 피는 봄을 맞고 흐르는 땀방울만큼이나 치열했던 여름을 피부로 느끼며, 가을의 단풍을 보내고 켜켜이 쌓인 옷깃을 파고드는 매서운 겨울을 그들은 함께 맞이했다.
12월 한 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누군가는 자신의 또 다른 꿈을 찾아 새로운 길로, 어떤 이는 여전히 이곳 옥천을 지킨다. 그들이 어떤 곳으로 향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 그들이 있기에 이곳 옥천에서는 ‘말의 우물’이 더욱 깊어지고 ‘글의 곳간’은 더욱이 풍성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각별했을 것이다. 이곳 옥천에도 그들에게도.
▷ 2~4면 이어짐 / 김기연 기자

■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기사가 될 수 있다
옥천신문 인턴활동에 참여하는 10여 명의 청년들은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한다. ‘옥천신문’을 비롯해 소수자를 위한 모두의 공론장 ‘옥수수’, 무가생활 정보지 ‘오크지’, ‘옥천FM공동체라디오’ 등  우리 지역의 ‘말’과 ‘글’에 관련된 곳에는 언제나 그들이 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처음 옥천을 찾은 것은 ‘옥천신문 인턴기자’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다양한 플랫폼으로부터 옥천신문의 정보를 보고 들은 그들이 ‘지역 언론’과 더불어 ‘지역의 소식’을 전해보겠다는 뜻을 품고 옥천을 찾은 것이다.

물론 지역에 선뜻 발을 들여놓겠다는 선택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을 멀리서부터 찾아온다는 것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다. 

“솔직히 집이랑 3시간이나 걸리는 곳이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혼자 지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옥천신문을 접하고 고민을 해보니 정말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어요. 단순히 내가 여기서 뭘 했다는 스펙 한 줄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 같아요.(윤수진 인턴기자)”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더라고요. 그냥 스쳐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여기서는 신문의 한 면을 차지할 만큼 큰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았어요.”(윤석준 인턴기자)

“저는 옥천이 고향이에요. 그래서 청소년 기자단을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공익 광고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에서 배운 건 사익을 추구하는 것 이더라고요. 여러 고민이 오가던 중 이렇게 연이 닿아 옥천신문 인턴기자로 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달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큰 의미가 있던 것 같아요.”(박진희 인턴기자)

저마다의 사정과 더불어 고민에 망설였던 그들은 각자 새로운 시각으로 이곳 옥천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그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은 ‘내가 발견한 상황과 생각들이 모두 기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직접 해봐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사실 처음에는 감을 잡기가 힘들었죠.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사실 처음에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많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큰 도움이 되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게 되더라고요.”(김재석 인턴기자)

그들은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한 번 해봐”라고 입을 모았다. 어떤 이는 사실 이곳에 왔을 때 잡다한 일을 하다가 나중에는 버려지거나 혹은 할 일이 없어지게 될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직접 부딪히고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할 일이 많았다고 그들은 말했다. 

“사무실 밖을 벗어나 자신이 직접 찾은 아이템을 가지고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죠. 함께 일하던 이상현 인턴기자 같은 경우에는 주변을 돌아다니다 문화누리카드가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고, 김재석 인턴기자는 삼양초에서 진행되고 있는 간선제를 발견했죠. 이렇듯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니 지역에도 디양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김용헌 인턴기자)

■ 우리가 기획하고 우리가 만든다
보통 ‘기획 취재’라고 한다면 상당히 비중이 큰 내용들을 다루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누군가의 기사와 영상만이 기획이 되지는 않는다. 누가 진행을 하던 비중이 있고 중요한 이야기라면 그것은 충분히 기획취재가 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옥천의 주민자치(옥천신문 2021년 8월20일 ‘[지방자치법 개정 원년 옥천주민자치 기획 - (1)옥천읍] 첫발 뗀 읍 주민자치회, 민·관 관계 설정과 다양성 담보가 관건’ 기사 참고) 기획 취재 역시 옥천신문 인턴기자들의 힘이 컸다. 앞으로 생길 예정이거나 생겨날 옥천 주민자치회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이렇게 취재가 된 9개 읍면의 이야기들을 유튜브 영상과 함께 편성했다.

“품을 많이 들인 것은 사실이에요. 주민들이 만들어갈 주민자치회는 앞으로 어떨 것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갈등을 어떻게 봉합할 것인지에 대한 주민들의 이야기들 듣고 담아내는 일이었어요. 영상 편집도 함께 해야 하니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덕분에 많은 공부를 하고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김용헌 인턴기자)

“지역을 돌아보며 지역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주민자치회 기획을 진행하면서 9개 읍면을 모두 돌아다니며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고 공부도 많이 된 것 같아요. 주민자치회란 어떠한 성격을 가진 조직인가에 대해서도 분석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에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김재석 인턴기자)

“청산면 백운리 이장님을 만나 뵌 적이 있어요. 마을 발전상에 대한 질문에 ‘나한테 듣는 것도 좋은데, 기자 양반들이 제시도 해줘야지’라고 답을 하셨죠. 맞는 말이죠. 면 단위 쇠락은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제잖아요? 소규모 면민들이 노력을 해도 엄청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데 저는 그럴 때 솔루션 저널리즘이 빛을 발한다고 봐요. 지금까지 옥천신문 인턴생활을 하면서 서울, 중앙언론 중심의 사고를 벗어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김준태 인턴기자)

■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론장을 만들다
올해 8월 ‘청소년신문’을 시작으로 말만 소수자를 위해, 사회적 약자를 위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그들의 목소리가 들어갈 공론장 ‘옥수수’가 만들어졌다. ‘세상의 중심, 모두의 공론장’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매주  발간되는 옥수수. 그 안에 다양한 이들이 한 땀, 한 땀 펴낸 소소하고도 담백한 글들이 줄을 짓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리죠.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옥수수에 담겨요. 기사도 기사이지만 기사를 쓰는 과정이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라 수다라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건 참 좋은 것 같아요. 어떠한 수다도 기사가 될 수 있으니까요.”(박나혜 인턴기자)

“옥수수를 만들며 나랑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아요. 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도 보람을 느껴요. 특히 저도 청소년기자단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정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들을 싣고 싶어요. 저는 100명을 인터뷰해 보는 게 목표입니다.”(박진희 인턴기자)

“소수자 분들을 취재하며 아직 서툴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안 되면 ‘왜 더 이야기를 안 해주실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사실 오만한 생각이죠. 그걸 느낄 때 부끄러웠어요. 나의 사적인 영역, 예민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사실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언젠가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윤수진 인턴기자)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